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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현대자본주의와 문화연구" 세미나_쟝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문예출판사, 1993.


3부 3장 여가의 비극 또는 시간낭비의 불가능성


정정훈


보드리야르가 이 챕터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사실 매우 명쾌하다. 더 이상 여가시간은 자유시간이 아니라 소비자본주의 체계에 속박된 시간이라는 것이다. 소비사회에서 자유시간이란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일종의 생산-시간이다. 그것은 차이표시기호를 생산한다. 즉 이제 시간은 일종의 기호적 가치를 지는 소비재나 생산재와 같은 재(財)가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래 시간은 화폐와 상동성을 가지고 있다. “시간은 돈이다”는 경구가 바로 그 증거이다. 조금 이론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상품의 교환가치란 그것을 생산하는데 투여된 사회적 추상노동시간의 합으로 결정된다. 상품의 본질이 교환가치이고 교환가치의 본질이 시간이라면 결국 상품의 본질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사실 자유시간이란 이런 상품으로서의 시간에 대립되는 개념이었다. 상품으로서의 시간이란 노동시간이었고, 자유시간은 노동하지 않는 시간, 즉 여가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소비사회에서는 자유시간 조차도 상품으로서의 시간이 되고 있다. “점차 자유시간마저도 ‘소비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구매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세탁기는 빨래하는 사람의 세탁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그러면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은 자유시간이 된다. 그러나 이 자유시간은 세탁기를 구매함으로써 얻는 것이다. 이렇게 세탁기를 구매함으로써 빨래하는 사람은 여가 시간을 ‘번다’. 세탁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유시간을 구매하기 위해서 구매하는 것이 된다. 시간의 절약을 위한 구매. 그래서 “이 절약이 구매대상이 되는 한에서는 여가시간의 결정이기도 한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시간은 상품으로서 교환가치이자 생산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시간의 성격이 이제 여가전체를 장악해 들어간다. 이로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있는 자유로서 자유시간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제 자유시간으로서 여가시간이란 하나의 강제, 소비사회의 윤리적 강제가 된다. “여가는 완전히 소비의 일부이지만, 소비와 똑같이 충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충족을 위한 행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햇볕에 살을 그을리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 이탈리아와 에스파냐로의 관광여행 및 각지의 미술관 순례, 의무적이 된 해변에서의 일광욕 및 체조, 특히 피곤한 줄 모르는 ‘미소’와 ‘사는 즐거움’ 등은 모두 사람들이 의무와 희생 그리고 금욕의 원칙에 맹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여가의 패턴을 보면 여기서도 사회적 계급에 따른 차이가 나타난다. 행락객들이 몰리는 혼잡한 관광지는 부유한 계급보다는 하층 계급이 훨씬 더 필요로 한다. 심지어 가장 능력있는 자들은 여가가 아니라 차라리 노동을 택하기도 한다. “하루에 15시간 일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장 및 중역들의 부자연스러운 ‘바쁨’이 좋은 예이다.” 이것은 노동을 하나의 차이표시기호로 만드는 방식이며, 이때 노동은 소비의 대상이 되는 기묘한 전도가 일어나게 된다.

여가라는 자유시간은 소비사회에서는 차이표시적, 지위표시적 가치, 위세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적 시간이다. 여가 속에서 자유시간은 지출된 시간이다.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지위와 위세를 생산하고 표시하기 위해 지출된 시간. “여가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지만, 모든 사람은 생산적 노동에 구속받고 있지 않으며 여가를 자유롭게 행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나타내도록 독촉받고 있다."

결국 소비사회에서 여가란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위치 혹은 위세를 나타내는 기호재이자, “노동시간과의 차이를 나타내라고 하는 강제”이다. 여가는 그러므로 결코 자율적인 것이 아니며, 자유와도 무관한 것이다. 여가는 체계 속에 속박되어 있다는 것을 가리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이며 내가 자유롭다는 환상이다. “여가의 모든 기호, 태도, 실천 속에서, 또한 여가가 화제가 되는 모든 언설에서 여가는 그러한 과시와 끊임없는 과정으로 살아가며, 자기선전에 의해서 성립하고 있다. 여가에서 모든 것을 탈취할 수 있는데, 이 사실만은 삭제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여가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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