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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세미나] 1월17일 미메시스 발제

칸나 2011.01.18 00:07 조회 수 : 1267

수유너머N 문학세미나 (2011. 01. 17 발제 : 조한나)

<미메시스 서구문학에 나타난 현실묘사 근대편> - 지쳐빠진 왕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작품들은 그가 죽은 후에 엄격한 스타일분리에 대항하는 온갖 운동의 이상이자 모범이 되었다. ⟪지쳐빠진 왕자⟫의 주된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다루며 그의 작품 속에서 스타일혼합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시대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배하던 영국의 16세기 후반은 문예 부흥기일 뿐 아니라 국가적 부흥기였다. 동시에 사회의 제반 양상들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전환기이자 변혁기이기도 했다. 성숙한 문학적 또는 문화적 분위기, 역동적인 사회가 던져주는 풍부한 소재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은 문학작품 이상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참고서 역할까지 하게 된다.

첫째로 논의되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희곡「헨리4세」한 부분이다. 극 중에서 왕자와 같은 높은 신분의 위인이 지쳐빠지게 되거나, 왕자가 낮은 신분의 존재를 아는 척 해야 하는 등의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당시 시대의 숭고한 것과 일상적 현실의 영역을 엄격히 분리시키려는 경향에 대한 풍자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에는 육체의 동물적 요소, 하찮은 일상적 대상의 요소, 귀한 신분과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관련되는 계급혼합의 요소, 품위 있는 말씨의 표현과 저속한 표현의 혼합 등이 많이 표현되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의 혼합이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은 비극적인 기품에 도달하기에는 지체가 낮고 천한 인물로 묘사된다. 샤일록의 비극적 상황이 잠시 환기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휠씬 높고 고상하고 귀족적인 인간성의 승리에 덧붙여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중산계급이나 보다 낮은 계급을 비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숭고한 것, 비극적인 것을 보는 그의 관점은 아주 귀족적이다.

이러한 계급상의 제약을 무시해도 작중인물을 묘사하는 스타일의 혼합은 뚜렷이 드러난다. 그의 비극적인 희곡의 대부분에서 비극적인 것과 희극적인 것, 숭고한 것과 저속한 것은 밀접하게 뒤섞여있다. 혹은 비극적인 장면에 비극의 주인공들과 함께 어릿광대나 익살꾼이 등장한다. 또 세 번째로 적지 않은 수의 비극적 인물들은 유머러스하고 사실적이거나 혹은 날카롭게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스타일상의 단일성을 깨뜨리려는 경향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비극적 인물 그 자신 속에서 보게 되는 스타일상의 혼합이라고 하는 이 세 번째 경우이다. 햄릿과 리어는 가장 중요한 예가 되는데, 햄릿은 외설적인 것에서 숭고한 것, 아이러니컬하게 어둡고 심오한 명상으로 뛰쳐 오른다. 자기 자신과 남을 겨냥한 모욕적인 조롱을 하다가 심판할 권리를 엄숙하게 자기에게 맡기거나 오만하게 자기 자신을 주장한다.

고대 비극과 엘리자베스시대 비극 비교

중세의 몇 백년 동안에 걸쳐 비극적인 것의 개념은 발전하지 못하였다. 기독교의 비유적인 인간생활관이 그 장애가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예수의 탄생과 최후의 심판 등이 지상에서의 비극의 클라이맥스를 무디게 하고 또 카타르시스를 저 세상으로 옮겼던 것이다. 그러다 16세기에 이르러 유럽 전역에서 기독교가 뒤흔들리게 되고 세네카 등의 고대작가들의 영향력이 비극적인 것으로의 발전을 조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힘, 당대의 상황과 고유한 문화 속에서 생겨나 비극적인 것으로 향하던 그러한 힘과 때때로 충돌하기도 했다.

고대비극의 경우 운명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 인물이 말려 들어간, 당면한 사건의 교묘한 수단을 의미할 뿐이다. 그리하여 인물의 나이, 성별, 사회적 신분 같은 일반적 유형에 관한 언급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고대극의 경우엔 인물의 타고난 성격과 당장 그에게 닥치고 있는 운명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가능하다. 고대비극의 주제가 거의 전적으로 민족신화에서 따왔고 몇몇 경우 민족사에서 따왔으며 당면한 비극적 갈등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반면에 엘리자베스시대의 연극에는 굉장히 다양한 주제, 비교적 자유로운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특정한 분위기, 상황,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내력을 접하게 된다. 대체로 타고난 성격을 접하지 않고 출생, 상황, 내력 등 운명에 의해 이미 형성된 성격을 접하게 된다. 즉 운명에 의해서 예정된, 비극적 상황에 알맞게 형성된 성격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극 ․ 사상

고대연극은 주제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고 고대의 관객들은 자신들과 다른 어떤 생활이나 문화도 예술적으로 값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발전을 이룩할 형편이 못되었다. 유태적, 기독교적인 두 과거문화가 고루 다루어졌지만 그저 당시의 생활조건이나 형태 속에 놓아졌을 뿐이었다. 셰익스피어는 희곡의 무대를 현실의 시대나 장소와는 다른 느슨하게 연관되어 있을 뿐인 곳에 잡아놓는다. 인간생활의 다양한 조건을 의식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사실이며 그는 그것을 관객에게도 기대한다.

셰익스피어의 극은 주어진 조건과 서로 다른 성격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정신의 분류를 보여주는 데, 환경뿐만 아니라 풍경 심지어는 사후의 망령과 초자연적인 존재조차 참여하며 부차적인 사건, 인물들이 굉장히 많다. 그것은 삶의 다양한 현상을 표현할 때의 기쁨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기쁨은 ‘우주는 도처에서 서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인간운명의 모든 화음은 수많은 목소리를 일깨워 비슷한 혹은 상반되는 동작을 자아낸다’는 생각에 의해 고취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상황은 민중의 전통에 뿌리박은 것이고 예수의 얘기를 담은 우주극에 뿌리박고 있다. 사람을 동물로 보는 관점, 수많은 부차적인 줄거리와 인물이 나오는 구성, 숭고한 것과 저속한 것의 혼합은 결국 중세 기독교의 연극에서 유래한 것이랄 수밖에 없다. 물론 엘리자베스시대의 연극에서는 원죄, 신의 희생, 최후의 심판이라고 하는 질서는 물러나고 인간의 극이 그 속에서 스스로의 질서를 발견한다. 복잡한 플롯, 위기, 비극적 해결 등의 고대의 선례가 등장하는 것은 바로 여기서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해방된 여러 힘이 충분히 발달되었으나 과거의 윤리적 유산에 젖어있는 점도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얼마 안가서 개신교와 반종교개혁, 합리주의와 과학적 경험주의 등이 합세하여 셰익스피어비극의 자유가 발전하는 것을 훼방합니다.

셰익스피어 사상에는 역동성이 있다. 극의 배경은 안정된 세계가 없고 가지가지 힘에 의해서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는 세계가 있을 뿐이다. 또한 극에서 철학적 사색의 말은 당장의 상황에서 직접 나온 것이며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행동의 적절한 방식, 순간을 찾거나 찾아낼 가능성을 의심하는 극적인 자기검토이다. 등장인물의 하나가 자기 상황에서 나온 생각을 표현하게 되면 그 장면은 직접성과 극적인 힘을 얻게 된다. 또한 음산한 비극 분위기에서 사사로운 대화를 하는 도중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고 무엇인가 은밀히 암시하는 형식도 주목해야할 것이다. 극의 세계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만들어내고 갱신하고 그 모든 부분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에 스타일의 수준을 고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게 한다. 모든 것은 더 이상 궁극적인 하나님의 나라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비극의 등장인물들은 자기실현을 죽음 후의 세상에서 거두는 것이 아니다. 운명을 접하고 성숙했을 때 이승에서 마지막 완성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수많은 굴절․혼합 속에 가장 하찮고 흔한 것을 포함한 현실을 포용하고 그것에 만족하지 않으며 초월한다. 사건의 줄거리를 보면 간헐적으로만 리얼리스틱하고 오직 괴팍스럽고 동화적인, 장난기 있는 환상, 초자연적이고 악마적인 영역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는 평범한 일상적 현실을 진지하게 다루지도 않고 비극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상류계급의 비극적인 인물들이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 빈번하게 육체적․동물적인 것, 그로테스크하고 모호한 것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류계급이 비극적인 것으로 올라가는 법은 거의 없다. 셰익스피어의 정신은 민중의 정신은 아니다. 그는 민중의 마음에 동정적 통찰, 계몽주의나 시민도덕의 전조는 보여주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스타일 수준은 실제 리얼리즘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의 찬미자들의 리얼리즘보다도 자유롭고 단단하며 보다 무제한하고 비당파적인 객관성에 있어 신처럼 초연하다.

황금시대의 스페인 문학과 돈키호테

스페인 황금시대의 문학은 엘리자베스시대와 엇비슷한 계급에 따른 스타일의 분리 등의 예가 보인다. 게다가 스페인 리얼리즘은 같은 시대의 영국 리얼리즘보다 한결 민중적인데 그 당시 스페인 절대주의가 민족전통 본질에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렇다. 그러나 스페인 문학은 낭만주의 가운데서도 현실지향보다는 환상적인, 모험적인, 연극적인 경향을 북돋아 주었다. 삶의 낮은 영역을 묘사할 때도 그것은 극히 다채롭고 시적이며 환상주의적이다.

그러한 온갖 모험과 기적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신, 왕, 명예와 사랑, 계급과 계급에 맞는 예절 등은 의심할 수 없는 질서입이다. 그리고 비극의 인물이나 희극의 인물들이 대답하기 어려운 의문을 제기하는 법이 없다. 그중 주목할 만한 문제적인 스페인 작가는 세르반테스이다. 그러나 돈키호테의 당혹하고 쉽사리 이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치료 가능한 광기와 이 세상에서 결코 치료할 수 없는 햄릿의 근본적이고 다면적인 광기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햄릿 : 말해봐 이놈아. 도대체 뭘 해줄 수 있는지.울 거냐, 싸울 거냐, 굶어 죽을 거냐. 네 옷을 갈기갈기 찢을 거냐? 식초를 마시겠느냐? 악어를 집어삼키겠느냐? 그 따위 짓은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네 놈이 산 채로 묻히겠다면 나도 그렇게 하마. 뭐 산을 쌓으라고? 온 세계의 산을 무너뜨려 산을 쌓아봐라. 그래서 산봉우리가 태양에 닿을 때까지, 옷사 산의 산봉우리가 한 점 사마귀로 보일 때까지 쌓아 올려라. 네가 고함을 지르겠다면 나도 너 못지않게 고래고래 지를 수 있다.”

스페인 작품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그들의 윤리적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증명하는 데 두드러진 기여를 한다. 그 행동에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촉진하고 창시하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세계의 질서는 종전과 다름없이 확고부동한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어떤 한 주제가 당대 현실을 미해결의 문제로서 연구하기를 암시한다. 그러나 돈키호테에서 현실의 기반은 많은 개별적인 모험과 스케치 속에 끄떡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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