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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미나] 2011년 1월 10일 미메시스 발제문

이소연 2011.01.11 05:10 조회 수 : 1395

 

 

 

 

수유너머 N 문학세미나 - 2011년 1월 10일 월요일

미메시스 제11장 팡타그뤼엘의 입안의 세계 (발제 : 이소연)

 

 

1. 작품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프랑스의 라블레가 지은 장편 소설. 거인국의 왕 가르강튀아의 아들 팡타그뤼엘의 모험을 제재로 웃음과 풍자가 풍부한 공상적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며, 1532년에서 1564년에 걸쳐 간행되었다. 거인 팡타그뤼엘과 그의 아버지 가르강튀아의 이야기는 1532년 프랑스 리옹에서 발간되자마자 불과 두 달 만에 그 당시 9년 동안에 팔린 성서의 숫자보다도 많이 팔렸다고 한다.

 

 

2. 팡타그뤼엘 요약

 

작품에는 거인 팡타그뤼엘의 입안에 건설된 세계에 대한 유명한 설명이 나온다. 거인 팡타그뤼엘의 입안은 수십 리에 이르러 그 안에는 커다란 경작지가 딸린 마을과 교회가 있고, 거인의 이빨들은 마치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산악지역을 방불케 한다. 거인의 입안에 대한 ‘탐험’은 르네상스시기의 신세계 발견이라는 모티브를 희화하고 있는 셈이다. 라블레는 인간의 육체에 대한 극도의 과장과 탐닉적인 행위를 가벼운 필치로 그려냈다.

 

거인 가르강튀아와 그의 아들 팡타그뤼엘의 모험 이야기는 원래 프랑스의 민담에서 유래한다. 두 거인은 낯선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가는 곳 마다 비축된 식량들을 모조리 먹어치우면서 환상적인 모험을 펼친다. 중세적 금욕과 규율적 삶에 진저리를 치고 있던 민중들에게는 주인공들의 현란한 탐닉과 방종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라블레의 작품에서는 일상적 현실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환상 속에 놓여 있고 거칠고 천한 우스개 농담이 박식으로 가득 차 있으며 도덕적인 철학적 교화는 음란한 음단패설과 함께 흘러나온다.

 

 

2.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 (Francois Rabelais)

 

1483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라블레의 생애에 대한 그리 많지 않은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처음 그는 프란치스코파의 수도승이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유입된 고대 그리스의 학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보여 교단과의 마찰을 빚었고, 베네딕트수도회로 이적한다. 헤로도투스의 책을 번역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중세적 신학관을 고수하던 당시의 보수적 신학자들은 엄격한 사상통제를 시도하였던 것 같다. 위마니즘(인본주의, Humanism) 사상에 심취하게 된 후 성직을 포기한다. 그는 20여 년 간에 걸쳐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이야기를 장장 5권에 걸쳐 집필하기에 이른다.

 

3. 팡타그뤼엘의 입안의 세계

 

미메시스 11장 ‘팡타그뤼엘의 입안의 세계’에서는 작품 제2권 32장에서 나오는 팡타그뤼엘의 군대가 소금기 밴 사람들에 대한 작전 도중에 길에서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 이후부터 ‘나’(알코프리바스)가 귀환 후 팡타그뤼엘과의 대화하는 장면으로 처음 시작한다.

 

* 참고로 작품에서 간혹 직접 이야기하는 ‘나’인 알코프리바스(Alcofrybas Nasier)는 라블레가 팡타그뤼엘을 발표할 때 쓴 필명 ‘알코프리바스 나지에’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그의 본명인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의 철자 순서를 바꾼 애너그램이다. (Alcofrybas Nasier → Francois Rabelais)

 

라블레 자신이 희극적인 모험의 주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민담 이외에도 그가 존경하던 고대작가 루키아누스를 결합하여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입의 특징을 모두 잃어버린 것은 아닌 거인의 입을 보급본에서 취하는 한편, 그 속에 루키아누스의 자연풍경과 사회상을 집어넣은 것이다.

 

하지만 루키아누스의 작품과는 차이가 있다. 루키아누스가 본질적으로는 환상적인 여행기와 모험담을 마련해내었으며 보급본이 그로테스크하게 확대된 규모를 강조하고 있을 뿐인데 반해서 라블레는 상이한 장면, 상이한 주제 상이한 문체 수준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로테스크 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고향에서와 같다>는 주제는 변함없이 계속된다. 예를 들어 도시에 들어가기 전 성문 입구에서 알코프리바스는 건강증명서 제시를 요구받는다. 흑사병이 대도시에서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1532년과 1533년 사이 프랑스 북부 도시에서 흑사병이 창궐하였던 현실을 반영한다.

 

희극적 묘사에 의해서 상기되는 거대한 규모의 그로테스크한 주제가 이야기의 전체적인 뼈대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시에 맞는 시사적인 주제가 전개되어 간다. ‘신세계 발견’이 그것인데 이것은 르네상스와 그 뒤를 잇는 2세기 간의 크나큰 모티프의 하나로서 정치 종교 경제 철학 상의 변혁을 가져온 중요한 구실을 한 주제 중 하나이다. 이 모티프는 당시 문학상에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나타나는데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미지의 신세계를 배경으로 사용 : 유럽의 환경보다 순수하고 원시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것은 고국의 상황을 비판하는데 효과적이다.

2. 이방인을 유럽세계에 도입 : 유럽의 기성질서에 대한 비판이 가능

 

// 그 어느 경우든 신세계 발견 모티프는 기성질서를 뒤흔들고 그것을 보다 넓은 맥락 속으로 배치하여 고착화 되어있는 것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라 일깨우는 혁명적인 힘을 갖고 있다. 허나 라블레의 작품은 이 주제를 슬쩍 건드려 볼 뿐 발전시키지는 않는 한계를 갖는다. 알코프리바스의 여행의 끝은 “세계의 절반은 나머지 절반이 어떻게 사는지를 모른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내게도 분명해졌다.”로만 귀결된다.

 

거인들의 그로테스크한 익살맞음과 알코프리바스가 이방인으로 신세계를 발견하는 두 주제는 전혀 걸맞지 않고, 의도적인 우스꽝스러운 대조를 이루고 있다.

 

4. 문체의 혼합

 

거인왕의 행적에 관한 서술보다 화자의 사설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라블레 특유의 글쓰기 방식은 기본 줄거리와 상관없이 '대화'와 '여담'을 통해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되어나간다.

 

장면과 주제가 변하듯 문체 또한 변화한다. 지배적인 문체는 뼈대 구실을 하는 그로테스크한 주제와 대응하는 그로테스크하고 희극적인 민중적 문체인데 가장 정력적인 형태 속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이 드러나 있다. 이와 나란히 혹은 한데 섞여서 사무적인 얘기가 전개되며 철학적인 생각이 번뜩인다.

 

이러한 문체 혼합은 기독교 전통이 문체 혼합을 극단적으로 과장하였던 중세 말기의 설교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다. 한 때 수사였던 라블레는 성직자의 삶의 형식과 표현형식을 연구하였고 자기 나름으로 독특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비록 그는 수도회를 증오하긴 했지만 생생하고 소박한 문체는 그의 기질과 목적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라블레의 문체 속에 통합되어 있는 모든 요소는 중세 후기에서부터 알려져 있던 것들이다. 조야한 우스개 농담, 인간육체의 동물적 파악, 성문제에 있어서 절도와 유보의 결여, 리얼리즘과 풍자적 교훈적 내용의 혼합, 다루기 어렵고 때로는 난해한 박학의 축적 등이 중세 후기에 발견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라블레 작품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것은 그가 이것들을 과장하는 정도와 이것들을 혼합하는 특이한 방법 뿐일까? 그것은 본질은 놓친 생각이다. 요소들이 과장되고 짜여 지는 방식은 전혀 새로운 그림을 마련해낸다. 게다가 라블레의 목적은 중세적 사고방식과 정면으로 상충된다. 중세 후기의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지리적으로 우주론적으로 종교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일정한 틀에 한정되어 있다. 또한 사물의 한 국면밖에 제시하지 못한다. 혹여 다양한 사물과 국면을 취급해야할 때에는 일반적인 질서라는 일정한 틀 속에 억지로 집어넣으려 시도한다. 이에 반해 라블레는 사물의 다양한 국면과 희롱을 작품 속에 넣었다. 그의 작품에는 문체 뿐 아니라 당시 일어났던 사건, 자신의 경험, 지식의 범주들의 마구 혼합되어 있다. 그는 작품에서 소크라테스를 인용하기도 하고 플라톤의 향연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가장 괴상하고 분방한 장르 혼합의 대조를 설정하는 것이다.

 

 

5. 독자에게 시사하는 바

 

민중에 대한 그의 호소력도 중세의 그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교육받지 않은 대중은 그의 얘기를 몹시 재미있어 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규모의 주제는 라블레에게 원근법적인 대조 효과를 낳는 구실을 하는데 이것은 은밀하게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독자의 균형감을 교란시킨다. 독자는 정상을 벗어난 어마어마한 이미지, 사건, 그리고 유토피아적이고 인문주의적인 사고 사이에 끊임없이 휘둘러진다. 독자는 낯익은 사건 수준에서 머물러 있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암시와 외설스러운 혹은 솔직한 요소들이 환기하는 유머는 당시의 질서와 품위관을 밀고 넘어간다. 혼란스러운 모습을 띄고 있는 현상을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현상을 바라보는 일정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한다. 독자는 책을 펴고 내용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신중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6. 작품의 해석

 

기독교 교리로부터 라블레의 결별은 라블레 해석의 핵심이 아니다. 물론 성직자였던 그의 작품 속 미메시스는 완전히 반 기독교적안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기독교에 대한 풍자 사례는 이미 중세에 있어오던 것들이다. 그의 사고방식에서 혁명적인 것은 기독교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그의 사물과의 항구적인 희롱이 마련해내는 비전과 감정과 사고의 자유분방함이다.

 

그의 작품은 특히 동물적 본능적 특징을 크게 강조한다. 라블레에게서 동물적 리얼리즘은 중세의 동물적 리얼리즘과는 정 반대되는 새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라블레에게는 벌써 원죄나 최후의 심판이 없으며 이에 따라 죽음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공포도 없다. 자연의 일부로서 사람은 자기의 숨 쉬는 삶 신체의 기능 지적 능력을 즐기며 자연속의 다른 피조물처럼 자연스럽게 소멸한다. 바로 그 현세의 생활이 리얼리즘을 넘어선 그의 미메시스이다. (본문에서 에리히는 라블레를 진정한 서정 시인이라 칭함. 거의 찬양수준..)

 

라블레는 과장된 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세적 질서와 사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자 하였다. 중세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간육체의 과장과 희화와는 달리 라블레의 ‘동물적 리얼리즘’은 중세적 종교적 지배에 대한 휴머니즘적 반역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중세 후기에 만연하였던 육체의 동물적 처리가 신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폭로하고자 하였다면, 라블레의 거인은 중세적 금기와 제약을 깨트리는 초인적 인간상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라블레의 과장된 이야기 속에는 단지 농담과 우스갯소리만이 아니라, 진지함도 감춰져 있다. 이로써 라블레는 프랑스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으며, 그의 거인들은 근대로의 문을 열고 세계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주인공 거인들은 단지 신체적 크기, 힘, 식욕 면에서 뿐 아니라 그들의 지적 능력, 정신적 깊이에서도 초인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 거인왕들을 통해 인문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고, 현세적 삶 속에서 행복과 진실을 추구하려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인본주의)을 반영한 작품으로 라블레는 그가 처해 있던 시대 상황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새로운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펼쳐 보였다.

 

 

- 참고

[책벌레의 책돋보기-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르네상스 문을 열어젖힌 거인들 - 2004년 11월 문학평론가 김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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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하게 발제를 자원한 지난주와 대조적으로 의기소침해진 이번 주...

잘했다 수고많았다 격려해주신 선생님들 감사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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