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이론>의 마지막 장 "철학적 직관"을 공부했습니다.
현상학의 ㅎ도 모르고 겁 없이 읽기 시작해서 고전했던 지난, 지지난, 지지지난 시간이 떠오르네요.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
평전을 보니 레비나스는 현상학에서 하나의 방법론이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발견하였다고 술회하던데.
저희에겐 여유....가 되진 못하였고 이해해보려고 무진장 애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현상학이 재미있고 매력있었어요!
레비나스는 세계의 현존을 '자연적 태도의 일반 정립'이라고 보는 태도를 독단적이며 소박한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세계의 현존을 정리하는 것 대신에 우리는 자연적 태도 안에서 형성해 낸 것으로서의 우리의 판단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 현존의 정립에 대해 '작용 중지'하고 '괄호 치는 일'을 시행하면서 중립에 머무르면서 그것을 연구하는 현상학적 환원 덕분에
우리는 철학적 직관을 실행할 수 있는 순수 의식의 영역을 발견하게 된다고 합니다.
7장에서 제가 주의깊게 본 부분은 구체적인 '삶' 즉, 세계 속에서의 의식, 그것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레비나스의 강조였습니다.
현상학이 삶 일반에 이를 수 있는것인지 아니면 단지 반성된 삶에만 이를 수 있는 것인지, 철학적 직관이 '삶'에 대한 반성일 수 있는지를 계속 묻습니다.
세계 속에서-즉, 절대적 타자에 의해- 세워지는 주체성이라는 레비나스의 핵심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구체적 삶은 그 자체로 폐쇄된 의식인 유아론적 삶이 아니며 구체적 존재라는 이념 자체에는 상호주관적 세계를 드러낸다. 타자의 삶에 대한 현상학적 직관, 감정 이입을 통한 반성은 초월적 상호 주관성의 영역을 열어주고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직관의 작업을 완성시킨다. 여기서 세계 구성의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p260)
이로써, <후설 현상학에 있어서의 직관이론>은 마무리를 짓고요.
새로운 책 <탈출에 관해서>로 들어갑니다. 야호 야호!
박사논문을 쓰고 9년간 레비나스가 AIU라는 유대인 연맹에서 자습감독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행정업무를 보면서 지내는데요.
박사논문을 쓰고 5년 뒤에 <탈출에 관해서>라는 글을 <<철학연구>>라는 잡지에 싣게 됩니다.
레비나스의 초기 사유가 모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책이라고 -서문에 써 있네요-하니,
열심히 공부해 보도록 하여요. :)
읽어 오실 부분은 <탈출에 관해서>
해설 ~ 4장(9쪽-49쪽)과 이에 대한 자크롤랑의 주석(73쪽-88쪽)입니다.
발제와 간식은 솔님께서 준비해주시기로 하셨어요. ~ (솔님 화이팅!_!)
2월 21일 목요일 저녁 7:30분 수유너머 1층 왼쪽 세미나실에서 뵙겠습니다.
(feat.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여정)
레비나스 평전(레스쿠레 저/변광배, 김모세 역/살림) - 개인적으로 교재의 순서에 맞추어 2장까지 읽었습니다.
타인의 얼굴(강영안 저/문학과 지성사)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이론(레비나스 저/김동규 역/그린비)
탈출에 관해서(레비나스 저/김동규 역/지식을만드는지식)
존재에서 존재자로(레비나스 저/서동욱 역/민음사)
시간과 타자(레비나스 저/강영안 역/문예출판사)
존재와 다르게(레비나스 저/김연숙, 박한표 역/인간사랑)
신, 죽음 그리고 시간(레비나스 저/김도형, 문성원, 손영창 역/그린비)
윤리와 무한(레비나스 저/양명수 역/다산글방)
아듀, 레비나스(데리다 저/문성원 역/문학과 지성사)
전체성과 무한(레비나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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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가 말하는 구체적인 삶이란 너와 내가 상호의존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삶이 아닐까 싶어요. 먼저 상호의존하는 삶(주체와 객체를 나누어서 생각하지 않는 사고의 방법)이란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먼저 우리 생각의 허상, 경계를 짓는 생각의 허상을 알아차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해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하는 생각을 정당화시키는 순간 난점에 봉착하게 되는데, 흔히 쉽게쉽게 단정하는 사람들이나 온갖 ‘전문가’들이 우리의 생활세계를 확실히 구분시켜서 하는 판단이 그 스스로 자명하게 전제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예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특정한 범주로 나눌 수 없는 노릇이겠죠. 서울에서 구마모토로 여행을 간다고 경제학의 영역에서 역사학의 영역으로 가는 게 아닌 것처럼요. 그런 것을 어떤 모델로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들끼리 그어지는 날카로운 선들은 오직 기묘한 생각의 세계에서만, 복잡한 우리의 생활세계를 매끄럽게 정돈시킨 다음 이름이 붙여진 파일들 속에 문서화시킨 이론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이겠죠. 말이 많은 사람들이나 책에만 파묻힌 사람에게 지적인 만족은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온갖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생활세계의 거주자, 즉 상호의존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를 살아내는 우리들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삶을 모른다고 말해야하지 않나, 구체적인 삶이란 각자가 불가피하게 세계를 이해하는 이미지에 따라 실천하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고 우리의 경험과 언어의 관계를 새롭게 배치하도록 시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너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동기가 무엇인가? 그리고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 여기서 레비나스의 화두를 이어받아 우리 삶의 모습이란 타인에게 의존하게 되어 있는 우리 자신이 타인의 행위에 따라, 타인의 견해에 따라 우리의 행위와 견해의 가능성이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상호의존의 그물망에 대해 인식함으로써 나에 대해, 너에 대해, 우리에 대해 알게 되고 더 나은 삶의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해볼 수 있는 것이겠죠. 그렇게 해서 우리 삶의 과정이 사회적 과정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타자에 의해 세워지는 주체성’ 즉 우리 자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지 않나 해요. 이런 주체성은 현실에서 자기추진력을 갖게 되어 스스로 강화되고 암묵적으로 증명되는 대답들에 누가 생각치도 않고 묻지도 않는 질문들을 함으로써 내가 사는 세계가 유일한 세계가 아니라 다른 삶이 가능한 세계임을 아는 태도를 포함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개인화되고 소비화된 세계에서 물질적, 정신적 안전망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적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할 것인가.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사회적 태도' 혹은 '사회주의적 태도'를 견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즉각적이거나 순수한 만족을 바라는 태도와 다르게.. 그렇게 순진한 아름다움을 바라는 것은 인간에게 적용될 경우 불가피하게 일부 인간을 치워버려야할 쓰레기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첨단에서 활동하는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도 인간에게 본성이라는 상수란 없다고 말하면서도 뇌과학과 유전공학이 모든 걸 해결하리라는 순수한 소비주의적-자본주의적 환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은 그저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일주일전 세미나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