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음으로 인한 모호함과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것, 정확하지 않음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으로 인해 점점 자신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날카로워지고 여유와 유연함이 없어지는 최근의 모습으로 인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 수유너머의 세미나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이과적인 내 자신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환기시킬 방안을 찾던 중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지인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본인이 변화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여 조심스럽게 함께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인문학에 관심이 있고 그 분야를 공부하는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유를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고, 그분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예민하고 정확성만을 추구하는 나의 단점을 극복해보고 싶고 다른 방식의 사고를 배우고 싶어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세미나 중 그나마 지식을 갖고 있는 라이프니츠에 대한 세미나가 있기에, 수학자 라이프니츠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생각이 되어(물론 ‘잘’도 아니었고 ‘안다’도 아님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지만) 철학자로서의 라이프니츠가 궁금하여 참여하게 되었고, 그 세미나에서 수학세미나 반장님인 충한님이 수학세미나도 함께 해보자고 하여 본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수학세미나에서는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미적분학 갤러리’를 읽고 토론한다고 하여 정말로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섣부르게 판단하여 시작을 하였습니다.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매 순간마다 생각하는 것은 ‘안다’의 의미였습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너무나 쉽게 그냥 지나쳤던 태도가 얼마나 교만했으며 어리석었던 것인지를 깨닫게 되기도 했고요. 어찌보면 가장 잘하는 분야가 수학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자신있는 분야가 미적분학 파트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막상 세미나를 하면서 꼼꼼하게 되짚어 보고 수학자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등의 근본적인 것부터 의문을 갖고 따라가다 보니 ‘정말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구나’ 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식이란 것도 사람의 사유에서 나오는 것인데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이번 세미나의 형식이 참 신선하였습니다. 지식적으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기계적으로 알고 사용하던 내용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문점을 나누는 시간이 너무 의미가 깊었습니다.
첫날은 시지푸스님의 발제로 뉴턴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뉴턴에 대한 시지푸스님의 자료 준비를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식을 채워왔는지를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논문과 외국 저널까지 자세하게 찾아오셔서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고요. 뉴턴의 일반화된 이항정리에 대해 점화식을 아이디어로 잡고 시도한 뉴턴의 창의성과 무한급수를 과감하게 사용하였던 점 등을 통해 수학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기도 했고, 획기적이고 과감한 창의성 넘치는 뉴턴의 아이디어를 자세하게 따라가면서 수학하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도 되었고요.
또한 수학 전공자들이 아닌 세미나였기에 편안하게 작은 궁금증이라도 서로 질의하고 자유롭게 답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업시간에 최대한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고 또한 그렇게 진행한다고 평가도 받고 있었지만 사실 얼마만큼 내 자신에게 허용하였었는지, 학생들로 하여금 궁금한 것에 대해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질의할 수 있도록 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안다고 하는 것도 절대적이지 않고 모른다는 것도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잘 모르기에 더 배우려고 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선을 정해 놓고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만 질의하고 토론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그 부분에 대해 허용적인 분위기라는 명목을 만들어 놓고 진행했던 것은 아닌지를 반성하게 되기도 하였고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갤러리에서 순차적으로 감상을 하듯 수학사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인물들 간의 연관성과 이어짐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도 마찬가지로 갤러리에서 각자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세미나에 참여하는 분들의 서로 다른 색감과 수학에 대한 열정과 섬세함 및 배려하는 모습을 감상(?)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멀리 포항에서 오신 완수님의 과메기 만찬으로 인해 첫 날의 서먹함은 씻은 듯이 없어졌기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또한 수학공부한지 거의 40년이 되셨다고 하시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과 듣는 사람을 배려하여 설명하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아직 두 번의 세미나만 참석하였음에도 매 시간마다 많은 부분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소중한 시간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함으로 수요일을 기다리게 됩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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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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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의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매번 기대되는 세미나 입니다.
수학이 흔히 우리를 억압하고, 손쉽게 줄세우는 평가도구로 접하게 되는데, 오일러에서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계산을 오일러가 했고, 그걸 받아드립니다!!
팩토리얼 함수를 자연수에서 전체 실수로 확장하는데 저런 이상한 계산이 나오게 됩니다. 보통이라면, 에고 망했네, 포기~! 이럴 텐데, 오일러는 이 경우에는 저런 계산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따로 정리해 둡니다. 저 함수의 복소수 확장이, 리만 가설로 이름이나마 유명해진 제타함수입니다.
흔히 얘기되는 수학적 사고방식이라면, 새로운 시도를 해도 검산을 해서 기존 결과와 다르면 그 시도를 폐기해야 할텐데, 대 수학자인 오일러는 정반대로 자신의 시도를 정당화 하기위해 검산 결과조차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세가 오일러의 창조성과 평생에 걸친 연구의 바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미나때 같이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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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o샘 앞으로는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합니다. 시간 되시면 또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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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 대단한 수학세미나가. 이 대한민국에 있단 말이에요? 가보고 싶어지는데요. 어떤 분들이 있는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