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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로이>는 희뿌연 빗 속을 유동(流動)하는 회색의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말론은 죽다>에 이르러 육체적 행위의 어떤 지점들을 겪게 되었다.

죽음 : 말론은 죽은 것인가? 그가 누워만 있다고 해서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말론은 사포로부터 램버트가(家), 맥맨과 몰 사이에 머물고 있다. 그는 다만 행동하지 않을 뿐이다. 그저 그는 <소진된 인간>에서 언급된대로 “감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역량, 상처 입고 견디는 역량”을 보여 주는 듯하다. (본문) “나의 기쁨이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라진 기쁨이라는 기쁨을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  

만남 : 맥맨과 몰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사랑에 대한 사유를 묘사하지 않고, 이제는 불편해진 둘의 신체기관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외려 실질적 사랑에 대한 감응을 안겨 주었다. 알랭 바디우가 언급한 바와 같이 “만남은 둘이 갖는 최초의 힘, 따라서 사랑이 갖는 최초의 힘이고, 그 자신의 질서 속에서 아무것도 선행하지 않는 이 힘은 사실상 어떤 잣대도 없다” “사랑은 둘이 둘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힘든 조건이다”를 보여 주었다.   

독서 : 만약 어느 날인가에는, 눈이 약해져 페이지가 물방울이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일 것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 슬프다. 독서는 지극히 육체적인 행위이다. 보는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는 음표를 재생하듯이 텍스트 작업을 하고 누군가는 먹어 치운다. 베케트는 간격 없는 문장과 숨소리, 움직임을 통해 독서는 육체적 경험이라는 것을 처절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내려 놓았으나 무심결에 페이지를 여는 순간, 다시 그 공간과 시간속에 완벽하게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매혹의 순간이다.

 

* 다음 시간 10월 22일(금)은 베케트 3부작의 마지막인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 대한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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