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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과진단, 말론 죽다, 발제문

cla22ic 2021.10.15 19:34 조회 수 : 91

10/15

문학, 비평과 진단 세미나

<말론 죽다> 발제문

이다희

 

{아주 간략한 줄거리}

죽음을 기다리고 죽음을 예상하는 화자의 독백이 이어진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그가 무엇을 느끼는지도 알 수 없다. 시간도 명사도 얼굴도 구분되지 않는 방, 회색 어둠 혹은 회색 빛으로 메워진 둥근 돔 아래에서 그는 죽음을 예상하고 기다린다. 불활성화되고 중성인 그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끝내기 위함이지만 끝을 맺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고, 끝나기 전에 시간이 다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설은 이야기와 독백이 교차한다. 그는 사포와 램버트가, 맥맨과 몰, ‘성 요한’의 집에서 이야기를 끝낸다.

 

{생각한 것들}

삶이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불쌍한 배우와 같아

자기한테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를 우당탕하며 안달복달하다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지. 그건 어떤 이야긴가 하니

어떤 천치가 지껄이는 것이라, 온통 왁자지껄 소란만 있을 뿐

아무런 뜻도 없는 그런 거란 말이지.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Macbeth: Act 5 Scene)


이유 같은 건 따지지 말고 잠시 의식을 물리치고 맹목적으로 자기 감정에 이끌려가는 것도 좋다. 팔짱을 끼고 멍청히 앉아 있지 않기 위해서, 증오하든 사랑하든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늦어도 사흘째에는 자기 자신을 경멸하게 될 것이다. 뻔히 알면서 자기 자신을 기만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중에 남는 것은 비누 거품과 타성 뿐이다.(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20살이 됐을 때 첫 여행을 떠났다. 안동 하회마을에 갔는데, 마을의 둔덕 가장 높은 곳에 큰 나무가 있었다. 하얀 소원 종이를 가지마다 매달린 나무였다. ‘내 뜻대로 살게 해주세요’ 20살 첫 소원을 적어놓고 왔었다. 어릴 적 공포감을 심어줬던 맥베스의 시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나 공감되던 ‘지하생활자’의 수기처럼, 내게 삶이란 ‘내 뜻대로 사는 것“ 그래서 그렇게 바라는 나는 누구인지, 내가 지금 무엇을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묻는 일이었다. 그러나 타성은 늘 힘이 셌으며, 나는 대개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고, 대체로 실패했다. <말론 죽다>는 ’욕망-인지-원한‘의 삶을 고통이고, 괴로움이라 말한다. 그리고 중성, 불능과 소진의 상태에서 시간도 이름도 인칭도 없는 상태를 긍정하고 최후를 기다린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며 ‘죽음 속에서 태어나려 하는 참”이라 표현한다. 소설에서 삶은 오히려 죽음처럼 묘사되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독백은 삶에 가깝게 느껴진다. 화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나마 정제된 이야기 속이 아니라 웅얼거리고, 이해할 수 없는 독백에서이다. 줄곧 물었던 건 ‘ 중성’의 상태, 최후가 무엇이냐였다. 소설에서처럼 삶의 반대가 죽음이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평형 상태,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상태라면, 어디에 다다르지 않아도 혹은 끝내 알 수 없어도 원한도 회한도 없이 삶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

 

 

< >말론 죽다>에서 원한은 일반적인 원한의 의미와는 다르지 않을까? 말론이 ‘고통’/ ‘원한’을 말하는 것은 무엇에 대한 어떤 감정일까?자신을 알려고 하는 것’, ‘자신을 지각하는 것’이 왜 고통의 원천, 어둠, 공포일까.

몰로이의 1부/2부 구성처럼 <말론 죽다>도 거울 같은 면이 있다. 화자의 독백(알아듣기 어려운)과 화자의 회상(그나마 서사라고 느껴지는)이 교차되는데, 같은 이미지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 이런 구성이 어떤 효과를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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