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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 대한 오해 ]

 

제4장 신체의 측정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들’의 원숭이성

19세기에 등장한 진화라는 개념은 인간의 사고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간 창조론자(아가시와 모턴)와 진화론자(브로카와 골턴) 모두 뇌의 크기에 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그룹간의 차이에 대한 불평등한 주장을 해왔는데 이 장에서는 진화론에 의거한 보다 직접적인 부산물로 가장 널리 유포된 정량적인 주장 2가지가 사례로 제시된다.

-첫째: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 한다”라는 발생반복설로 그룹간의 서열화를 위한 가장 일반적인 진화론적 서열화 옹호론이다.

-둘째: 인간의 범죄행위를 생물학적 본질로 설명하려는 특수한 진화론적 가설, 즉 “롬브로소의 범죄인류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룹 속에서 원숭이와 흡사한 형태의 징후를 찾으려는 시도였다.

 

생명의 나무를 재구성하다

진화라는 사실이 확립되자 19세기 자연주의자들은 진화가 거쳐 온 경로를 추적하는 작업에 몰두하였는데 화석의 증거가 극도로 불완전하자 간접적인 기준을 찾아내어야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에른스트 헤켈의 발생반복설이다. 이 학설은 19세기 말의 과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고 발생학, 비교형태학, 고생물학을 포함한 몇몇 전문분야의 연구를 지배했을 뿐 아니라 점점 생물학이 아닌 여러 분야에 결정적인 방식으로 영향력이 확산되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와 융은 확신을 가진 발생반복론자였고 헤켈의 개념은 정신분석학 이론의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발생반복설은 인간의 그룹을 서열화하려는 과학자들에게 매혹적인 기준을 제공했다. 아이들이 원시시대 선조의 성인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흑인이나 여성 성인이 백인 사내아이와 비슷하다면 그들은 백인 남성의 진화과정에서 선조 단계를 나타내는 표본이라는 것 인데 이 것은 인종 서열화를 위한 신체 전체를 바탕으로 한 해부학적 이론이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미개인이나 여성이 정서적으로 아이들과 비슷하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해부학이 발생반복설을 견고하게 하고 정신적 발달은 그것을 확증하는 풍부 한 장을 제공하면서 이 낡은 주장에 과학이론이라는 권위를 부여해주었다. 발생반복론자들은 이 주장을 인간의 능력이라는 놀라운 방향으로 확장했는데 사회다원주의를 주창했던 허버트 스펜서는 “문명화되지 않은 사람들의 지적 특징은 ..문명사회의 아이들에게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특징이다”라고 하였다.

발생반복설이 생물학적 결정론의 일반 이론에서 핵심이 된 이래, 많은 남성과학자들은 이 논의를 여성의 문제로 확장시켜 여성의 형이상학적 특징이 남성의 어린 시절 한 때에 나타나는 높은 감수성과 감정적 치우침 등으로 설명했다. ( ex.여성의 높은 자살율)

발생반복설은 또한 제국주의의 정당화로 많은 전망을 제공했기 때문에 이 주장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확대하려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했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식민지 정책이 야망이나 상업적인 고려라기보다는 “백인의 의무”라는 위선적인 주장을 하였고 이를 신념화하였다. (ex. 루드야드 키플링의 시)

1920년이 되자 발생반복설은 붕괴하게 되었다. 루이스 볼크는 정반대 이론을 제기했는데 선조 아이들의 특징이 자손에서 아주 늦게 발달하여 성인의 특징이 된다는 지체 발생 현상이 자연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를 네오티니 neoteny라고 부른다. 네오티니 관점에서는 상류층 성인 남성이 열등하다는 데이터를 보여주며 이 함축을 받아들인 하블록 엘리스는 여성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흑인에 대해서는 같은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네오티니 지지자들은 70년간의 견고한 수집 자료를 포기하고 흑인의 열등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정반대의 새로운 정보를 찾았다. 그 중 한명인 루이스 볼크는 흑인 성인이 유년기의 특징적 비율에서 좀 더 멀리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을 추출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네오티니적인 인종은 동양인이었고 여성이 남성보다 더욱 네오티니적이었으니 결국 동양인 여성이 네오티니적으로는 가장 발달한 인류가 되는 것이었지만 볼크는 이러한 결과를 회피하였다. 사실 인종간의 네오티니적인 작은 차이가 지능이나 정신적 가치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낡고 오래된 주장은 결코 죽지 않는다. 1971년에 영국의 유전자 결정론자인 아이젱크는 흑인의 열등성을 제기하기 위하여 다시 네오티니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젱크는 자신의 주장이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빈곤한 환경과 낮은 IQ)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닿지 못했다.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는 통계적 추론에서 극히 위험하다.

 

우리들 중 누군가 속에 존재하는 원숭이-범죄인류학

 

귀선유전과 범죄성

 

귀선 유전이란? 생물의 진화과정 중 한번 나타난 형질이 후대에서 이미 그 형질을 상실한 자손에게 갑자기 나타나는 유전현상이다. 이탈리아의 의사 롬브로소는 1870년에 산적 비헬라의 두개골을 조사하다가 원숭이와 흡사한 모양을 상기시키는 ‘귀선유전’의 특징을 보게 되었고 범죄자의 본성을 밝히기 위해 범죄자와 정신이상자에서 해부학적 차이를 찾아내려는 연구를 시도하였다. 그는 낙인(stigma)이라고 부른 해부학적인 특징을 통해 선천적 범죄자를 알 수 있다는 「범죄자」의 이론을 세워 인체측정학의 전통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선천적 범죄자로서의 동물과 미개인

 

범죄자들 속에서 원숭이와 같은 귀선유전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이 야만적 특징이 자연적 범죄성향과 연결되지 않으면 롬브로소의 주장이 확증될 수 없다. 그리하여 롬브로소는 저서 「범죄자」에서 동물의 범죄적 행동(ex. 개미, 황새, 비버, 수개미 등등)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 다음의 논리적 단계로 진행하는데 범죄자와 열등한 그룹의 비교를 한다. 그리고는 민속학으로까지 뛰어들어 범죄성이 열등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행위임을 확인하려했다. 고문 받으면서도 용감하게 죽어간 백인 성자는 영웅으로 추앙하면서 같은 위엄을 나타내며 죽어간 ‘미개인’들에 대해서는 단지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간주하였다. 실제로 롬브로소는 자신의 모든 주장을 패배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수립해 과학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귀선유전 범죄자들과 동물, 미개인, 그리고 열등한 인종의 사람들에 대한 비교가 앞에서 설명한 반복발생설의 기본적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연쇄를 완성하기위해 롬브로소는 아이들이 유전적으로 범죄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 다 해결되는 논리였다. 그는 주저 없이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여러 개의 낙인들: 해부학적, 생리학적 그리고 사회적 낙인

 

롬브로소가 생각한 해부학적인 낙인은 대부분 병리적인 것이 아니며, 불연속적인 변이도 아니다. 다만 유인원에서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특징의 평균값에 근접하는 정규분포곡선의 극단적인 값에 해당한다. 한 집단 내의 정규분포와 집단 사이의 평균값의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롬브로소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오류가 여러 차례 반복되어 나타난다. 오늘날 개념으로는 이것이 롬브로소가 저지른 오류의 근원이다.

롬브로소가 열거했던 원숭이와 흡사한 낙인들은 두꺼운 두개골, 두 개 봉합의 단순성, 큰 턱, 두개골보다 앞쪽으로 돌출한 안면, 상대적으로 긴 팔, 조숙하게 나타나는 주름, 낮고 좁은 이마, 큰 위, 벗겨지지 않는 머리, 검은 피부, 뛰어난 시력, 통증에 대한 무감각, 혈관반응의 결여 등이 있다. 롬브로소의 낙인에는 사회적인 특성도 포함되어있었는데 범죄자들이 쓰는 은어, 문신 등을 귀선유전의 반영으로 설명했다.

 

롬브로소의 후퇴

 

롬브로소의 귀선유전은 19세기의 가장 뜨거운 과학논쟁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과학적이지 않은 롬브로소의 접근 방식에 비판을 가했다. 집중포화를 받은 롬브로소는 서서히 후퇴하였으나 범죄가 생물학적이라는 자신의 핵심 개념을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후일 롬브로소는 범죄성의 징표로 간질에 주목하여 타고난 범죄자는 어느 정도 간질 증상을 나타낸다고 주장하여 간질환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덧씌워 고통을 주었다. 지금은 과거의 이야깃거리에 불과하지만 퇴화와 인종의 서열화를 단지 추정에 의해 연관짓는 이 사고 방식은 적어도 하나의 유산을 남겼다. 그것은 ‘몽골 인종 백치(Mongolian idiocy)' 즉 몽고증(mongolism)이라는 명칭이다. 오늘날에는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이라고 알려진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유전병으로 영국의 다운 박사가 「백치의 인종적 분류에 대한 관찰」이라는 논문에서 이 증후군을 확인하였다. 다운이 살았던 시대에 관습적으로 통용되었던 인종차별주의적 분류에서 전형적인 몽골인종의 특성으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었는데 다운증후군의 아이들의 특징이 퇴화의 결과이며 동양인과 유사하다고 결론지었던 것이다. 다운이 붙인 “몽골리즘”이라는 이름은 1970년대 후반 몇몇 동양인 연구자들이 더 이상 그 이름을 사용하지 말고 다운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런던 타임스」에 설득할 때 까지 계속 사용되어왔다.

 

롬브로소가 범죄인류학에 미친 영향

 

롬브로소의 범죄인류학은 학계인사들 사이의 활발한 논의만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몇 년동안 법률이나 형법에 관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범죄인류학은 수많은 개혁을 일으켰고 제1차 세계대전까지 과학자들은 물론 재판관, 법률가, 정부기관을 위해 열리던 국제회의의 의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범죄자와 그를 둘러싼 환경의 역할에 관한 생물학적 결정론의 기본적인 주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주장은 범죄자는 타고난 천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으로 환경 따위는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롬브로소의 낙인이 수많은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롬브로소의 과학이 사이비 과학이라는 것을 몰랐던 재판관과 법률가들은 단지 자신들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판결에 정량적 과학이라는 개념이 침입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이러한 분석을 거부하였다.

한편 롬브로소 학파는 범죄자에 대해 사형보다는 격리, 감독, 추방을 선호하였다.

놀라운 점은 롬브로소 학파의 범죄인류학 연구자들이 편협한 사디스트나 파시스트의 선구자 또는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적 이데오르그도 아니라 오히려 자유주의나 사회주의적인 경향에 가까웠고 스스로를 과학적으로 계몽된 모더니스트라고 평가하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실증주의학파라고 부르며 근대 과학이 도덕적 책임이라는 낡은 철학적 인습을 쓸어내는 빗자루로 사용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롬브로소는 생물학을 끌어들여 형벌이 범죄자에 합치되어야지 범죄에 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초기 롬브로소 주의자들은 ‘타고난 범죄자’에게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인체 측적학과 진화론이 잘못 적용되어 범죄자를 선천적인 경향으로 잘못 이끌게 된 비극을 초래하였다. 가석방, 조기석방, 부정기형이라는 현대의 제도가 부분적으로는, 타고난 범죄자와 우발적인 범죄자를 차등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롬브로소의 캠페인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증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 범죄의 원인을 생물학뿐만 아니라 유아기 교육에까지 확대시켜서 부정기형이나 정상참작에 의한 형량감량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위한 캠페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신념은 오늘날 대부분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인간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고전파 범죄학에서 벗어나 항상 개혁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의 많은 주에서 실증학파의 계획을 채택하였고 교정시설, 보호관찰제도, 부정기형 등을 확립하였다.

롬브로소 주의자들에게 부정기형은 선량한 생물학과 국가보호의 극대화를 모두 구현한 것이다. “형벌이 범죄에 대한 응보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범죄자에 의해 구체화 될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적 방호가 되어야한다.” 위험인물을 좀 더 긴 형을 받고, 형기를 끝낸 후의생활도 더 엄격하게 감시된다. 미국사회에서 위험한 선천적 범죄자는 종종 반항자, 가난뱅이, 흑인을 뜻한다.

 

종결

 

톨스토이가 롬브르소주의자들에게 절망한 것은 그들이 가능한 해결책으로 사회개혁을 요구하던 보다 깊은 문제를 회피하기위해 과학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이 종종 기존제도를 옹호하는 강한 동맹관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톨스토이의 부활 참조 :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어떤 권리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감금하고, 괴롭히고, 추방하고, 채찍질하고, 죽이는가?

과학이 제시한 답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는지 여부와 생물학적 결정론,즉 범죄자의 유전성(선천성)이었다.

 

선천적인 부도덕성이란 존재하는가

 

우리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사물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과의사들은 일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부채와 폭력에 대해서는 이론을 들먹이지 않으면서 유독 자포자기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폭동만을 그 들의 뇌와 관련한 이상과 결부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집단은 모든 행동에 대해 지극히 가변적인 대응을 한다. 어떤 사람은 그런 행동을 하지만 다른 사람은 하지 않는다는 이 단순한 사실은 행위자의 뇌의 특정 장소에 위치를 부여하는 증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제5장 미국의 발명품, IQ

 

비네의 원칙-딱지를 붙이지 마라

 

비네, 두개계측에 손을 대다

 

알프레드 비네(1857~1911)는 소르본 대학의 심리학실험실 실장이던 시절 지능측정 방법을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브로카가 추천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머리를 측정했다. 비네는 차이를 발견했지만 그 차이는 극히 사소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방법은 개인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지 않음을 알았다. 비네는 자신의 피암시성(suggestibility)-무의식적 편향에 의한 집착 또는 ‘객관적인’ 정량적 자료가 선입관에 이끌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경향성-에 대한 비범한 연구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회의에 박차를 가했다. 이것은 이 책의 기본적 주제! 그는 편향이 감추어지고 과학자가 자신의 객관성을 확신할 때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피암시성은...충분히 의식하는 행동보다 어중간하게 의식하는 행동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피암시성이 위험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모든 과학자가 이처럼 자신을 솔직하게 검증했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제자와 함께 백치와 치우의 머리를 측정했던 비네는 자기 암시로 인한 차이 즉 피암시성에 의한 잠재적인 편향을 넘어 서지 못해 낙담하게 된다.

 

비네 척도와 IQ의 탄생

 

1904년, 비네는 다시 지능 측정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해부학적 낙인 연구를 포기하고 대신 심리학적 방법을 채택하였다. 교육부장관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연구를 위임받았는데 그것은 보통 학급에서 학습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일종의 특별교육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미 학습된 능력은 두드러지게 다루지 않고 “지시력, 이해력, 비판력”이라는 기본적인 추론과정을 포함하였다. 정신이라는 특수하고 독립적인 ‘능력’의 측정을 목적으로 한 과거의 테스트와는 달리 비네의 척도는 다양한 활동들과 여러 가지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충분히 혼합하면 아이들의 일반적인 능력을 단일한 점수로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네는 이 척도의 세가지 버전을 발표하였는데 1908년에 발표한 두 번째 버전은 오늘날 이른바 IQ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을 확립하였다. (생활연령-정신연령=지능수준). 비네의 사후 1912년 독일의 심리학자 W.슈테른은 정신연령과 생활연령의 차가 아니라 정신연령을 생활연령으로 나눈 값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지능지수 (intelligence quotient), 즉 IQ가 탄생했다.

비네의 진의가 IQ 테스트의 오용으로 인한 비극을 결코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IQ 테스트는 20세기에 엄청나게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비네의 척도는 실천적이고 경험적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래 이론가였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철학적 논쟁에도 열심이었던 비네는 많은 과학자들이 이론에 대한 검증보다 단순한 실험으로부터 이르는 귀납에 의해 진보한다고 믿는 것에 대하여 큰 의문을 제기하였다. 비네는 자신의 척도에서 “타고난 지능과 학습을 분리하려고 ”시도하면서 지능 척도라는 포괄적이고 중요한 연구에 대한 어떤 이론적 해석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아이들의 교육받은 정도(획득된 지식)를 무시하고 오로지 지능만을 측정하고자했던 것이었다. 비네는 또한 지능이 단일한 수치로 포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고 단언하였다.

후일 IQ라고 불리게 된 이 수치는 한정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고안된 개략적이고 경험적인 지침에 지나지 않는다.

비네의 이러한 신중한 자세는 사회적 동기 때문이었는데 자신의 고안물이 하나의 실체로 물화될 경우, 도움을 필요로하는 아이들을 식별하기 위한 지침이 아니라 오히려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왜곡되어 악용될 가능성을 크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비네는 IQ를 선천적인 지능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정신적인 가치에 따라 서열화하는 일반적인 장치로 사용하는 것도 거부했다. 비네가 가졌던 한 가지 확신은 자신의 척도의 목적이 제한을 가하기 위한 딱지붙이기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별이라는 점이다. 비네가 제안한 “정신적 교정학”(의지, 주의력, 단련의 교육)이라든가 육체적 훈련(동상 연습)같은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지식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지능도 높아졌다고 비네는 주장했다. 지능은 좋은 교육에 의해 높아질 수 있으며 고정된 선천적인 양이 아니다.

*IQ에 대한 유전적 결정론자들과 반유전적 결정론자들의 이해와 해결법을 비교해보자.

 

미국에서 왜곡된 비네의 의도

비네는 자신의 테스트를 이용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3가지 기본 원리를 강조했는데 이 충고는 훗날 미국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에 의해 모두 무시되었다. 지능테스트의 오용은 테스트 그 자체의 발상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사용은 주로 사회적 서열화와 차별을 유지할 목적으로 테스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열광적으로 신봉된 “물화와 유전적 결정론”이라는 2가지 오류에서 기인한다.

유전적 결정론의 오류는 1. 유전성을 피할 수 없는 것과 동일시하는 가정, 2. 집단 내 유전과 집단간 유전의 혼동 한 두 가지 잘못에 함축되어있다. 유전자는 직접 신체의 특정한 부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환경조건 하에서 일정 범위의 형태를 코드화 하는 것 이라 어떤 특성이 형성되어 설정된 이 후에도 환경적 개입은 여전히 유전적 결함을 수정 할 수 있다. 유전된 낮은 IQ는 적절한 교육에 의해 크게 개선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IQ의 유전성이라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다. 그리고 집단 간 유전에 대한 일반적인 오류는 집단 내의 개체 사이에서 나타나는 일정 비율의 변이가 유전에 의해 설명된다면 집단 간의 평균 IQ의 일정 비율 차이도 유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집단 내 유전과 집단 간 유전은 별개의 현상이다. 마치 옳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입증할 수 없는 주장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비네의 의도를 왜곡해서 IQ의 유전적 결정이론을 발명했다. 비네의 점수를 물화함으로써 그 것이 지능이라고 불리는 실체에 대한 측정값이라고 생각했으며 지능이 대체로 유전적이라고 가정하여 선천적 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혼동하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IQ의 유전적 결정론은 미국의 독자적인 발명품이다. 이것은 유럽 남부나 동부에서 밀려오는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의 유입에 직면한 기존 미국인들의 두려움 그 자체이고 무엇보다 미국의 완고하고 고유한 인종차별주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굴드는 미국의 선구적인 유전적 결정론자 3인을 분석했는데 다음과 같다.

 

1.H.H.고더드 : 비네 척도를 미국에 도입해 그 점수를 선천적 지능으로 물화함

2.L.M. 터먼 ; 스텐퍼드 -비네 척도를 개발해서 IQ 점수에 의해 직업을 할당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꿈꿈.

3.R.M. 여스크: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육군을 설득하여 175만명의 군인을 테스트해서 유전적 결 정론자의 주장을 정당화했고, 1924년에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나라에서 오는 이민자의 수를 낮게 억제하는 이민 제한법을 이끌어냈다.

 

 

사진을 조작한 고더드-정신박약아의 위험

-고더드, 노둔을 식별하다

비네는 그의 점수가 ‘지능’을 결정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를 거부하고 단지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을 식별하는 도구가 되기를 원했다. 반면, 고더드는 그 점수를 단일화하고 선천적인 시체의 척도라고 생각하여 이민자나 국내 정신박약자들의 왕성한 번식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미국인의 혈통이 더 이상 열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능의 경계를 인식하고, 격리하고, 번식을 억제하기 위한 식별을 원하였다.

 

-지능의 단선적 척도

백치-> 치우-> 노둔으로 이르는 지능의 단선적인 척도를 확립하고자 했던 생물학적 결정론자들은 이것이 원시에서 진보된 상태로 상승하는 단일한 척도가 다양성을 질서화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과연 지능장애라는 제목 하에 모여 있는 수많은 원인들과 현상들을 한 가지 요소의 상대적 양에 의해 서열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실제로 지능장애의 원인은 국소적인 신경손상, 불리한 환경 조건, 문화적 차이, 검사관에 대한 적의 등이었고 잠재적인 원인들로서는 유전된 기능패턴, 우발적 발생으로 생겨난 유전적 병리현상, 임신 기간 중 모체의 질병에 의한 선천적 뇌손상, 출생시의 외상, 신생아와 유아기 시기의 영양 부족, 출생 직후와 이후의 환경적 불리함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더드는 지능이 선천적이며 가계 내에서 유전한다는 사실을 먼저 가정했다. 그리하여 선천적 지능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현상의 범위를 확장하여 인간행동에 대한 모든 사항을 지능에 포함시켰는데, 범죄자의 행동의 원인을 유전적 지능장애로 돌렸다. 말하자면 결핍된 지능과 부도덕의 결합이라는 것이었다.

 

 

-척도를 멘델의 구성요소로 분해하다

노둔자에 집착한 고더드, 이유는 명확히 구별 가능한 백치와 치우와는 달리 노둔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고 구별되지 않으면 번성해서 자손을 퍼뜨릴 수 있어서 민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노둔자의 이민과 번식 금지

고더드의 노둔자에 대한 관리는 특별 격리(colonization)와 단종 (sterilization)였다.

전형적인 수용소로의 격리가 가장 선호된 해결책이었으며 이런 장소에서만 생식을 저지 할 수 있다고.

 

노둔자의 이민과 번식 금지

고더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다

그렇다고 그는 노둔이 유전한다는 신념을 포기 한 것은 아니었다. 교육에 의해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노둔 부모가 더 낮은 지능장애자들을 낳지는 않는 다는 뜻이었다.

 

육군지능 테스트 결과의 정치적 충격

-민주주의는 평균 정신연령 13세로도 유지될 수 있는가?

여스크가 측정한 백인신병의 평균 정신연령은 13.08세 였다. 이 사실은 여스크 자신에게도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었으므로 어떤 선택의 결단을 내려야했다. 자신의 수치를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고 무의미한 값이 나온 결함의 원인을 자신의 방법론에서 찾든지 수치를 인정하고 이 어정쩡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든지 하는 선택 말이다. 물론 여스크는 유지하는 것을 선택했다. 여스크의 조사방법에서의 문제는 선천적 지능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교육 수준과 미국 문화에 대한 친숙도를 측정 한 것이었고 자신이 표명했던 프로토콜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테스트 결과를 밀고 나가기로 한 이상 해석과 결론이 따라야했다. 앞서 노둔자의 정신 연령이 7~12세 사이로 정의했으므로 13세 이하로 나온 거의 절반의 병사들이 노둔자가 된 셈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정신박약이 과거에 생각되어왔던 것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었다!

이것은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에 경종을 울리게 되었고 (국민의 절반은 분별력이 없으므로 민주주의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사회복지 개선 운동을 억제하고자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결정적인 숫자가 되었다. 빈곤의 뿌리는 근본적으로 생물학에 있으므로 교육이나 고용기회의 균등을 위한 노력이 빈곤을 해소 할 수 없다는 것을 정당화시켜준 것이다.

 

 

-육군지능 테스트와 이민제한 소동 : 미국인의 지능에 대한 브리검의 모노그래프

 

1923년, 여스크의 제자 이며 교수였던 브리검은 「미국인의 지능에 대한 연구」라는 책을 집필했다. 이는 집단간의 차이에 대한 육군 테스트 결과를 사회운동으로 번역해낸 최초의 사례였다. 내용은 무차별적인 이민을 받아들이게 되면 인종의 열화가 생긴다. 즉, 이민 초기에 대다수였던 뛰어난 인종인 북유럽인의 비율이 줄어들고 점차 알프스인들이나 지중해인, 그리고 그 밖의 슬라브인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므로 이들 새 이민자들의 열등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브리검은 국가의 진보와 변영에 대한 이민의 영향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브리검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쟁점이었던 이민 제한과 우생학적 생식통제를 유전적 결정론의 입장에서 옹호하면서 그의 소책자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대책은 정치적 방편이 아니라 과학에 의해 명령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과학자?) 그리고 이민이 제한되어야하고 고도로 선별되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민과 귀화에 관한 법률 개정이 문제를 완하시켜 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이민제한법의 승리

 

육군 테스트는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지능 테스트’에 가장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 이민제한 정책이 떠돌고 있었고 이 것은 과학적인 지지가 없더라도 일어났음직한 움직임이었는데 육군 테스트는 과학자들과 우생학자들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 1924년 통과된 이민제한법의 성격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우생학자들 이민 제한뿐만 아니라 열등한 민족 국가들에 대하여 이민자 수를 할당 시켜 이민자의 질을 바꾸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이로서 우생학자들은 미국의 역사에서 과학적 인종차별주의라는 최대의 승리를 쟁취하게 되었다.

 

-브리검의 후퇴

 

브리검의 자료가 이민자 수 할당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지 6년 만에 그는 그의 견해를 바꾸어 테스트 점수가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실체로 물화 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님을 인정하였다. 알파 테스트와 베타 테스트가 어떤 경우에도 내적으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단일한 척도로 합성될 수 없다는 것과 테스트가 선천적 지능이 아니라 미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친숙도의 측정이었던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브리검은 자신의 개인적 부채를 변제할 수 있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 테스트가 낳은 결과는 어찌할 수 없이 이민 쿼터에 적용되고 있었고 남유럽과 동유럽 이민자들의 수는 줄어들었으며 1930년대 에 대량학살을 겁내 이민을 희망한 유대 난민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외국으로 떠나고 싶지만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다. 파괴에 이르는 길은 종종 간접적이지만, 사상은 총이나 폭탄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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