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웠습니다. 수유너머라는 공동체에 있지만, 이렇게 공동체를 주제로 세미나를 하는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세미나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현재 회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꽤 있었고, 그래서 회원활동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회원이 아닌 분들도 나름의 맥락속에서 듣고 계셨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우리가 읽은 파트가 코뮨과 공간성과 관련한 '외부성'이 등장했었기 때문이죠.
외부성의 문제는 늘 어려운 문제인 듯 합니다. 문제의 초점은 이런 거죠.. '경계를 어디까지 열 것인가' . 코뮨주의에도 나와있다시피 모든 개체는 막이라는 경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넘어서야할 한계라기 보다는 생명활동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가깝습니다. 공동체도 하나의 개체로서 '생명활동'을 지속하려한다면, 막 혹은 경계 혹은 내부성을 지니는 것은 척결해야할 악이라기 보다는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막이 반투막 막이여야 한다는 점.
근데 이 명제는 경험적으로 밖에 파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마치 내 몸이 약해지면 외부물질에 대해 조심하게 되고 몸을 사리게 되듯, 공동체 활동을 해나갈 때도 현재 상태에 근거해서 막의 투과성을 조절할 수 밖에 없겠죠. 선험적 문제가 아닌 경험적인 문제여서,, 앞으로 세미나를 할 때는 지난 시간처럼, 여러 구체적인 사례들을 놓고 뜨겁게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저희는 3시간 동안 쉬는시간도 없이! 뜨거운 첫 세미나시간을 가졌었네요.
외부성이 좋은거고, 내부성은 안 좋은거다 이런 구도는 위에서 했듯 아니지만, 그럼에도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 기존에 활동하던 회원(세미나회원도 마찬가지로), 환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수유너머가 문화센터가 아니고, 돈 내고 이용하는 곳이 아니며 찾아오시는 분들도 기존에 있는 분들과 리듬을 맞춰야한다는 당연한 점을 알려드리는 것도 의미있겠지만, 문화센터처럼 어떤 홍보를 통한 금전적 혜택을 바라고 환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니죠.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 공간소개와 가벼운 환대를 하는 것이 => '여기는 돈 내고 이용하는 곳이다' 라는 인상을 준다는 주장에는 아마 개인의 특성이 많이 개입된 것 같아요. 일반화해서 이해하기엔 좀 지나치지 않나.. 그런 생각이었슴다 .
다음에도 더 뜨거운 세미나를 기대하며, 그럼 일요일에 봐요!
지난 성폭력 사태 때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수유너머"라는 이름을 들으면 치를 떨며 침을 뱉고 이를 갈거나 조롱하는 외부 반응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고, 그나마 걱정하는 반응 중에도 대개는 남아 있는 중심보다 그동안 헌신을 다해 애쓰다 좌절하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초개처럼 목숨 바치고 피 흘리며 쌓아 온 좌파와 공동체(, 그래서 코뮌)의 가치는 소중하고 또 보호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방어에 힘을 보탰지만, 이후에는 그만큼 더욱더 뼈를 깎는 처절한 자기 반성과 혁신에 온 목숨을 다 걸어야 하는데, 최근까지의 행태를 봐도 남의 말을 가장 많이 새겨 듣고 겸허히 자기 비판에 매진해야 할 분 중 한 분이 여전히 논의를 주도하면서 타성에 쩔은 기존 습속을 고스란히 정당화하고 반복하며 오히려 반성과 혁신을 방해하고 계시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일단 여기서는 전개하신 논리가 아주 전형적인 자연주의의 오류임만을 짧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세상만물, 자연의 섭리, 모든 생명체가 다 그러하므로 우리 또한 그래야 하고, 그러는 것이 논리적으로 정당화된다는 식의 사고방식 상 오류를 지칭하는데, 이것의 대표적 사례가 그 유명한 사회진화론의 파탄이고, 지금 현재 국면에서도 이런 식의 자연주의적 사고에 의존하면 모든 다세포 생물은 핵을 가진 진핵세포여야 하고, 더욱이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고등생물로 진화하려면 단순한 말초신경계나 절지신경등 분절/분산 신경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집중된 중추신경계를 갖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탈중심' 같은 정치-사회철학은 모두 개소리로 치부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지금 여기에서의 막과 관련된 자연주의적 사고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이기적 종파성/분파성의 수유너머 버전이라 할, 상업적 및 인정적 조직이기주의에 대한 자기면역 사유( 가능성)의 폐쇄/봉쇄가 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그와 정반대로 생물진화사 상 가장 효율적인 반투막으로 무장한 채 주변 양분들을 빨아들이며, (주어진 막의 노예로) 맹목적 자기 증식과 번성에만 충직하면 암덩어리에 불과하게 되고, 그 막의 경계를 자유롭게 초월하여 자기 부정과 자기 파괴로까지 과감히 나아갈 수 있어야만 비로소 기만적이지 않은 진정한 반성의식이 출현하는 단계로까지 비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