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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rnus Internalis


지난 성폭력 사태 때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수유너머"라는 이름을 들으면 치를 떨며 침을 뱉고 이를 갈거나 조롱하는 외부 반응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고, 그나마 걱정하는 반응 중에도 대개는 남아 있는 중심보다 그동안 헌신을 다해 애쓰다 좌절하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초개처럼 목숨 바치고 피 흘리며 쌓아 온 좌파와 공동체(, 그래서 코뮌)의 가치는 소중하고 또 보호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방어에 힘을 보탰지만, 이후에는 그만큼 더욱더 뼈를 깎는 처절한 자기 반성과 혁신에 온 목숨을 다 걸어야 하는데, 최근까지의 행태를 봐도 남의 말을 가장 많이 새겨 듣고 겸허히 자기 비판에 매진해야 할 분 중 한 분이 여전히 논의를 주도하면서 타성에 쩔은 기존 습속을 고스란히 정당화하고 반복하며 오히려 반성과 혁신을 방해하고 계시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일단 여기서는 전개하신 논리가 아주 전형적인 자연주의의 오류임만을 짧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세상만물, 자연의 섭리, 모든 생명체가 다 그러하므로 우리 또한 그래야 하고, 그러는 것이 논리적으로 정당화된다는 식의 사고방식 상 오류를 지칭하는데, 이것의 대표적 사례가 그 유명한 사회진화론의 파탄이고, 지금 현재 국면에서도 이런 식의 자연주의적 사고에 의존하면 모든 다세포 생물은 핵을 가진 진핵세포여야 하고, 더욱이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고등생물로 진화하려면 단순한 말초신경계나 절지신경등 분절/분산 신경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집중된 중추신경계를 갖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탈중심' 같은 정치-사회철학은 모두 개소리로 치부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지금 여기에서의 막과 관련된 자연주의적 사고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이기적 종파성/분파성의 수유너머 버전이라 할, 상업적 및 인정적 조직이기주의에 대한 자기면역 사유( 가능성)의 폐쇄/봉쇄가 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그와 정반대로 생물진화사 상 가장 효율적인 반투막으로 무장한 채 주변 양분들을 빨아들이며, (주어진 막의 노예로) 맹목적 자기 증식과 번성에만 충직하면 암덩어리에 불과하게 되고, 그 막의 경계를 자유롭게 초월하여 자기 부정과 자기 파괴로까지 과감히 나아갈 수 있어야만 비로소 기만적이지 않은 진정한 반성의식이 출현하는 단계로까지 비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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