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자하가 효를 여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표정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
고된 일이 있으면 자식이 그 수고로움을 대신 하는 것, 술이나 음식이 있으면 부모 앞에 차려내는 것, 이런 것만으로 효라고 할 수 있겠는가?"
표정 관리를 하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으므로, 자식이 항상 온화한 표정을 유지해서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부모의 마음을 늘 헤아려서, 부모의 표정을 늘 온화하게끔 봉양하는 것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큰 돈 들여서 부모님을 유럽여행 보내드리거나, 칠순잔치를 뻑적지근하게 차려 드리면, 효자라는 칭찬이 주위에서 자자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훌륭하고, 또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없겠지요. 단지 그 마음에 과시욕과 같은 사심이 끼어있다면 진정한 효라고 하기에 2%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번 시간에는 효에 대해 묻는 일련의 일화가 나왔는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므로 그에 따라 가르침이 달랐습니다. 그것에 대해 북송(北宋)의 학자 정이천(程伊川)은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맹의자에게 말씀한 것은 일반인에게 말씀하신 것이요, 맹무백에게 말씀한 것은 그 사람이 근심할 만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요, 자유는 봉양은 잘하나 혹 공경에 잘못할까 염려해서였고, 자하는 강직하고 의로우나 온화한 얼굴빛이 혹 부족하였으니, 각각 그 재주의 높고 낮음과 그의 결함(잘못)에 따라서 말씀해주셨다. 그러므로 말씀이 똑같지 않은 것이다."
세미나 시간에는 하지 않았던 말인데요. 저는 공자 자신에게 있어서 효라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부적절한 관계였던 공자의 부모, 그리고 조실부모했던 공자야말로 효에 대한 경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별로 없었던 것이 아닌가. 게다가 공자의 아들인 잉어가 공자에게 어떻게 효를 행하였는지도 나오지 않구요. 여기에 삼강오륜을 강조하는 유가의 이데올로기를 보았을 때, 공자와 그의 아들, 손자까지 다 이혼을 했다거나, 유가의 적통임을 자칭하는 맹자도 이혼을 할 뻔한(했을 것 같기도 함)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좀 혼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공자가 사람 보는 안목에 대한 이야기와 군자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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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tor
제자들은 들떳다. 스승이 드디어 권력자를 만난다. 자신들도 권력자에 가신이 되어 뜻을 펼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스승은 우리들 중 누구를 추천할까? 몇명이나 맹의자에게 취직할까.
공자 역시 들떴다. 선생님으로 불리기 전까지 '둘째 니구산' (仲尼) 로 불렸던 천한 신분.
이제 이름이 알려져 맹의자가 초청을 했다. 세상이 이제 나를 알아주는 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인격 못지 않게 차격(車格)이 중요하다. 마차를 꾸미고 제자중 잘생기고 체격좋은 번지에게 마차를 몰게 했다.
孟懿子問孝。
대화는 촛점이 안맞았다. 맹의자는 군사에 대해 권력에 대해 물었지만, 공자가 대답할 만한 질문이 아니었다.
맹자처럼 의(義)를 말해야지 왜 이(利)를 말하는 냐고 다그칠 배짱은 공자에게 없었다.
답답한 맹의자 예의상 영혼없는 질문하나 던져주었다. "효를 행한다는 것은 뭔가요?"
樊遲御。子告之曰、"孟孫問孝於我。我對曰、無違"
집에 가던 공자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마지막에 기가 막힌 답변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 본능이 꿈틀거렸다. 마차를 몰던 번지에게 말을 걸었다.
"맹의자가 묻기에 내가 제대로 답변해 주었지.."
학당에 돌아간 후.. 제자들은 번지에게 물었다.
"누가 추천되었어?" "몇명이나 맹의자에게 들어가?"
번지는 한마디 했다.
"너네들 취직 다 텄어. 달랑 효에 대해 이야기 하고 끝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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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어서..?
그걸 꼭 갚아주어야 할 건 아니잖아요..
공자는 그것이 천도에 부합하는 것이라 했지만, 그것도 별 근거는 없죠.
우째들 생각하시나요?
부모 자식관계를 정신분석적인 관계로 보는 것도 우습지만
자(慈)와 효(孝)의 관계라고 우격다짐하는 것도 별 근거는 없어요.
사실 어떤 철학적 개념이든 근거를 대라고 하면 댈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죠.
그래서 근거가 확실하다 아니다로 뭔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대신 그런 개념이 우리에게 유용하냐 아니냐를 따져야 겠고,
그것의 효과가 무엇인지를 따져야 할 거 같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효는 부모의 慈에 대한 보답으로서의 孝가 아닌것 같습니다.
그냥 무주상보시인 거지요.
무조건적인 선물이 통하는 1차적인 단위가 부모-자식의 공동체 아닐까요?
전적으로 정념의 공동체이지만 대개 그 정념이 파괴적으로 흐르는 것이 생물학적인 이유로 조금은 저지되는 ...
효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