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마루카와 데쓰시의 <리저널리즘>을 읽었습니다.
출간된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또 그간 (더욱 나쁜 쪽으로) 변화된 동아시아 정세와는 살짝 안맞는 부분들도 보였어요. 그럼에도 일본 제국주의 지배질서와 전후의 냉전체제를 연속적인 과정으로 그려내는 마루카와의 설명틀만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네요. 또한 서로 조금씩 어긋나는 '전후'라는 시간대에 동아시아 각국 역사가 지역적 질서 속에서 어떻게 연동되어 왔는지에 대한 통찰들도 시사하는 바가 컸지요. <한국전쟁과 동아시아>,<토지개혁과 동아시아> 등등 흥미로운 연구주제들도 눈에 띄더군요. 무엇보다 식민주의-냉전체제로 인한 여러 문제들(위안부, 탈북자, 핵 등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현안들이라는 점에서 그가 던진 물음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지요.
이 책에서 마루카와는 미전향장기수의 북한 송환을 다룬 다큐 <송환>을 잠깐 언급합니다. 그는 봉천동 주민들이 미제 타도, 민족해방을 외치는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를 황당해하면서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네요. 일본이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정작 열전과 냉전의 참화에서는 한 걸음 비켜나 있음으로써, 그 극복을 위한 시도나 노력이 없었고, 그렇기에 90년대 후반의 데탕트 분위기에서 유독 일본은 납북 문제등을 새삼 이슈화하면서 탈냉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거죠. 이에 비하면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탈식민화 투쟁을 해왔던 남한에서 오히려 냉전 극복의 희망이 보인다는 게 그의 평가입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한국 사회는 냉전의 해소는 커녕 극심한 정치적 반동(남북관계 단절, 극우반공주의의 득세, 통진당 강제 해산 등등..) 속에서 오히려 냉전구조가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죠. 더욱이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가 강화되고 민족주의가 고조되면서, 한일, 중일, 한중 관계는 오히려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으니, 마루카와가 기대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셈이네요.
흠..암울하네요. 그렇지만 한국의 '촛불혁명'이 기나긴 반동의 세월을 역전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 겨울, 대만의 <장개석기념관>에서 장개석과 박정희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면서도 느꼈던 건데, '촛불'의 동아시아적 의의랄까...^^;; 아무튼 산적한 현안들은 동아시아 민중(?) 혹은 인민(?)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역량을 분출함으로써만 풀릴 수 있을 터인데, 그 민주주의 역량이 배타적 민족주의로 흡수되어 버리지 않도록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동아시아 리저널리즘 연구의 사명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ㅎㅎ 너무 무거웠나요? 아무튼, 우리 열심히 공부해 보아요. ^^;;;
아!! 지난 시간에 등장한 새 얼굴 김민자님, 열렬히 환영합니다.
국제관계에 대한 사회과학적, 경제적 시각으로 참신한 생각들을 많이 보태주실 것이 기대됩니다. *^^*
다음 시간 공지입니다.
시간: 6월 16일, 금, 오후 2시
장소: 수유너머 104. 1층 왼쪽 세미나실
텍스트: 아리프 딜릭, <글로벌 모더니티> 1, 2, 3장
발제 및 간식:ㅎㅎ
세미나 참가 문의: 010-이삼팔오-6617
아리프 딜릭의 <글로벌 모더니티>에 대한 소개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3351
<탈식민/탈근대> 세미나 소개
http://www.nomadist.org/s104/index.php?mid=SeminarAD&page=2&document_srl=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