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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6월 18일(일요일) 저녁 7시)에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5장~9장까지 합니다.

5장에선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성을 동원하되, 자신이 얼마나 멀리 비약하려

하는지를 담담한 어투로 "선언"합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그가 요약한 명명 과정을 뒷받침하는 데에 필요한 세계의 유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견해의 일부는, 따라서 그에게서 따온 것이 아니다"

(120쪽 각주)

쿤의 이 책을 꼼꼼히 읽다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트씨의 "가족유사성" 개념도, 그리고

<과학혁명의 구조>의 핵심도 깨달아가게 됩니다.

이 책이 얼마나 "새로운" 얘기를 하는 건지, 게다가 그런 새로움을 마치 구루나 현자처럼

얼마나 풍부하고 깊이있게 구술하고 있는지도 점점 더 진하게 느껴져오지요.

게슈탈트심리학도 동원되는데, 쿤은 그것 역시나 이용하되 그것보다 멀리 갑니다.

 

그래도 그렇지, 가족유사성을 훨씬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비트겐슈타인도,

쿤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잘 이해가 안 되실 겁니다.

'가족유사성'(철학적 탐구 60쪽)이란 용어도 이해보다는 오해를 더 많이 초래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과학혁명의 구조> 120쪽에는 '자연적 일가'라는 말이 두번 나오는데, 독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죠.

"따라서 우리가 이름 붙인 일가들 모두가 포개지고 점진적으로 서로 병합되는 한에서만, 혹은

다른 말로 해서 자연적 일가들이 존재하지 않는 한에서만, 우리가 대상의 확인과 명명에서 성공

적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쓰는 일가 이름 각각에 상응하는 공통적 특성이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 문장이 포함된 페이지를 이해하기까지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렇게 쓰면 독자

들이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역에도 약간은 고칠 부분이 있는 듯 하고요.

Only if the families we named overlapped and merged gradually into one another - only, that is,

if there  were no natural(원문에선 이탤릭체) families - would our success in identifying and naming provide

evidence for a set of common characteristics corresponding to each of the class names we employ.

일역본도 참고해서 번역을 새로 해보자면

다만 우리가 명명한 가족이 서로 겹치고, 점점 섞이면서 서로에게로 융합해들어가는 경우에만 - 즉 '자연의' 

가족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만 - 확인(동정, identifying)과 명명의 성공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부류의

이름 각각에 대응한 일련의 공통의 성격이 있음의 증거를 제공할 것이다.

 

이렇게 국역본을 옮기고 원문을 치고 또 제가 번역을 새로 하다보니 쿤의 이 문장이 거의 "완벽하게"

쿤의 사상을 요약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네요. 쿤은 왜 이런 못생기고 구불텅한 문장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도 얼추 이해가 되고요(이 책은 정말로 번역하기 너무나 힘든 책입니다).

 

낼 셈나 시간에 제가 이해하게 된 바를 얘기해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전혀 이해가 안 되어 고생

하셨을 거고, 또 어떤 분들은 저와는 꽤 다른 이해와 느낌을 갖게 되셨을 겁니다. 우리 모두

서로 서로의 느낌과 견해를 겹쳐보고 교차해보고 또 서로서로 융합해들어가보기로 하죠.

어느 순간에 우리는 같은 책을 보고 있고(identifying) 또 같은 대상을 명명하고 있다는 공통의

깨달음 즉, '성공'에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기대하건대, 그 순간은 쿤이 기술한 것과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순간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쿤도, 비트씨도 "훨씬 더 쉽게 설명하는 길"을 가고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나의 글로써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수고를 절약시켜주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가능하다면,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의 사고에로 이르도록 북돋우고 싶다/

나는 좋은 책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개선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은 지났다/"(<철학적 탐구>, 이영철 역, 15쪽)

 

이제 우리의 시간이 왔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주저말고 참여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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