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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子曰, “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 <八佾 20>
  •  哀公問社於宰我. 宰我對曰, “夏后氏以松, 殷人以栢, 周人以栗, 曰, 使民戰栗.” 子聞之曰,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八佾 21>
  •  子語魯太師樂, 曰, “樂其可知也, 始作, 翕如也, 從之, 純如也, 皦如也, 繹如也, 以成.” <八佾 23>

 

20장은 시경에 처음 나오는 <關雎>라는 시에 대한 공자의 평입니다.

<關雎>는 민간에 유행하는 노래를 채집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민요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노래도 음란하고(여) 건강합니다.

이 노래의 음란함(?)에 대해 세미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關關雎鳩 在河之洲    꿔억꿔억 우는 물수리 새 하수의 모래섬에 있도다

窈窕淑女 君子好逑    요조한 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

 

參差荇菜 左右流之   들쪽날쭉 마름나물을 좌우로 물길따라 취하도다

窈窕淑女 寤寐求之   요조한 숙녀를 자나깨나 구하도다

求之不得 寤寐思服   구하여도 못 얻으니 자나깨나 생각하고 그리워하여

悠哉悠哉 輾轉反側   아득하고 아득해라 전전하며 반측하노라

 

參差荇菜 左右采之   들쪽날쭉 마름나물을 좌우로 취하여 가리도다

窈窕淑女 琴瑟友之   요조한 숙녀를 거문고와 비파로 벗 하도다

參差荇菜 左右芼之   들쪽날쭉 마름나물을 좌우로 삶아 올리도다

窈窕淑女 鐘鼓樂之   요조한 숙녀를 종과 북으로 즐겁게 하도다

 

이 시는 먼저 눈에 보이는 적당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와 연결하여 하고 싶은 말을 뒤따르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시경에서는 이런 방법을 '興'이라고 합니다.

'관저'는 3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은 물가 모래섬에서 짝을 찾는 듯 꿔억꿔억 울고 있는 물수리라는 새를 보여주어 시상을 일으키고 

이어 요조한 숙녀를 짝으로 찾는 군자를 등장시키면서 제법 점잖게 시작합니다.  

 

2장은 화면을 모래섬에서 물로 옮겨 물 밑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물풀을 묘사합니다.

물풀은 들쭉날쭉 가지런하지 않고 물이 흐르는대로 살랑살랑 춤을 추듯 흔들립니다. 

(걸그룹 가수들이 TV 화면에서 귀엽고 섹시하게 추는 댄스가 연상되면 이 장면을 잘 이해한 것이 됩니다.)

군자가 찾는 요조한 숙녀는 바로 이렇게 사내의 애간장을 태우는 매력적인 여인네입니다. 

이런 여인을 아직 얻지 못한 군자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신체 건강한 남성이 겪는 외로운 정욕의 밤은 참으로 길기도 합니다.

"아득하고 아득해라(悠哉悠哉)"라는 표현은 이를 겪어본 남성만이 떠올릴 수 있는 감탄사입니다.

 

3장은 드디어 요조한 숙녀를 얻은 군자의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이 시는 남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보통의 남성들이 모여 즐겁게 나누는 음담패설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들쭉날쭉한 마름나물은 요조한 숙녀를 가리킵니다.

남성은 이 풀을 '采之'합니다. '采之'는 '따먹다'입니다.

남성은 이 풀을 '芼之'합니다. '芼之'는 '삶아 먹다'입니다.

요조한 숙녀와 음악을 틀어 놓고 즐기는 내용은 바로 '따먹다', '삶아 먹다'에서 암시한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노래를 공자가 시경 첫머리에 실었으니 후대 주석가들은 대략난감입니다.

어쨌거나 성인이 남긴 시를 거룩하게(?) 포장해야 하겠기에 애먼 문왕과 후비를 끌어들여 잔뜩 견강부회했고, 결국 시는 아무 재미도 없는 것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후대 주석은 참고만 하고 공자가 이 시를 시경 첫머리에 둘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 본래 뜻을 이렇게 추측해 봅니다.  

"樂而不淫, 哀而不傷 (즐겁지만 음란하지 않고, 슬프지만 조화를 해치진 않는다.)"

 

공자가 말했습니다.

"다 큰  남녀가 서로를 탐하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란다.

이를 두고 음란하다고 욕하면 안 된다, 얘들아. 

사랑하는 여인을 얻지 못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므로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단다, 얘들아.

언젠가 짝을 찾으면 지금까지의 슬픔은 모두 보상되고도 남을 게야.

(이런게 진실이고 시는 이런 진실을 노래하는 거란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

'관저' 시는 슬픔 뒤에 즐거움을 표현했는데 공자는 즐거움 뒤에 슬픔을 말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는 매우 자의적으로 이렇게 해석해 봅니다.

"사랑은 시작하면 끝이 나기 마련이다. 끝났다고 아주 끝은 아니니 끝난 뒤에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현재 네 사랑에 최선을 다 하고 거기서 얻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려라.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사랑이 끝나면 깊은 슬픔이 찾아온다. 슬픔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마라. 사랑은 또 찾아온다.

사랑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나를 더 사랑하기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간다."

 

 

25일에는 드디어 '팔일' 편이 끝날 것 같습니다.

이 날 읽을 문장은 이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  子曰, “管仲之器小哉!” 或曰, “管仲儉乎?” 曰, “管氏有三歸, 官事不攝, 焉得儉?” “然則管仲知禮乎?” 曰, “邦君樹塞門, 管氏亦樹塞門. 邦君爲兩君之好, 有反坫, 管氏亦有反坫. 管氏而知禮, 孰不知禮?” <八佾 22>
  •  儀封人請見, 曰, “君子之至於斯也, 吾未嘗不得見也.” 從者見之. 出曰, “二三子何患於喪乎? 天下之無道也久矣, 天將以夫子爲木鐸.” <八佾 24>
  •  子謂韶, “盡美矣, 又盡善也.” 謂武, “盡美矣, 未盡善也.” <八佾 25>
  •  子曰, “居上不寬, 爲禮不敬, 臨喪不哀, 吾何以觀之哉?” <八佾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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