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4시의 미학] 11월 11일 안내입니다
우리는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에 모여서 헤겔의 미학강의 2권을 읽고 있습니다.
이번주 진도는 294쪽~ 403쪽입니다.
고전적 예술형식을 과감하게 읽어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부터 헤겔의 미학강의 세미나 시작 전에
우리의 심신을 달래기 위해서 아름다운 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진은영 시인의 시 두 편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와 <일곱 개 의 단어로 된 사전>
을 낭송하였습니다.
다음주 함께 낭독할 시 한 편씩 마음에 담아 오기로 하지요.
읽고 읽던 시 한 편..
식물에 가까운 책
나는 책으로 된 사람이었다
귓속이 글자들로 젖어 있는
활짝 펴지는 순간 오랫동안 준비해온 인사를 내밀었다
안녕, 한참을 넘겨도 안녕,
51페이지에 걸쳐 안녕, 끊길 듯이 안녕
수많은 안녕이 달려 나왔다
본론이 뭔데?
온몸을 뒤져도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인사말만 적힌 책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아 할 것 같아
서점 주인의 손을 빌려왔지만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음은 어떤 식으로 쓰는 거였더라?
꽃.
나는 끝을 꽃으로 잘못 썼다
신기했다
식물에 가까운 책이라는 게
끝이 없는 이야기라는 게
나는 열린 채로 창가에 놓였다
누군가 쏟은 물에 잘 자랐다
젖어 있는 얼굴을 그늘에 말렸다
임지은 시집 <무구함과 소보로>
교재 및 진도: <헤겔의 미학 강의2> p.294- p.403
시간: 매주 월요일 오후 4시
장소: 수유너머 104 1층 세미나실 오른쪽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