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에 걸쳐 파이어아벤트의 <방법에의 도전>을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단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는데요. 이토록 과학에 대해 혁명적인 생각을 하는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과학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귀납법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알게된 사실을 기반으로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나간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왔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지, 과학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은 자명한 진리가 아니라 구성된 것이다. 그러니 귀납법에 대항해서 반귀납적인 방법으로 과학활동을 하자!"는 파이어아벤트의 말은 파격적이었습니다. 많은 사실들을 일관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야말로 우리가 의심해야하고 오히려 그에 대항해 사실에 반하는 이론들을 발명해내자는 그의 제안에 대해 오늘 마지막으로 깊이있는 세미나를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파이어아벤트의 책을 보셨던 박성관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죠.ㅎㅎ
방법에의 도전! 파이어아벤트의 말처럼 우리는 왜 과학을 테스트해야하고, 테스트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건 과학자들만 하는거 아닌가? 왜 우리와 같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과학을 테스트해야하나?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왜 여타의 학문과는 다르게 우리는 과학 앞에서는 쫄 수 밖에 없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꼭 평론가가 아니어도 나름대로의 평점을 매기고 코멘트를 하고, 정치에 엄청난 관심과 지식이 없더라도 당당히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경제에 관련된 전문가가 아니어도 정부 혹은 여타의 기관에서 발표하는 통계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과학만큼은 딴지 걸 수 없다. 과학적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이거나 반박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절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들은 그것들을 한번도 표결에 붙이지 않고 과학적 법칙과 사실들을 받아들인다. 오직 사실이나 논리 그리고 방법론만이 과학을 결정한다.
오늘 세미나중에 나온 말 중 가장 와닿는 말은 바로 공포감이었습니다. 감히 내 생각을 말할 수 없고 말할 생각조차 못한 채 쫄아 있는 공포감. 과학자들이 과학을 맹신하는 태도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 중 과학을 불신하는 태도 모두 공포감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 자연과학을 좋아하고 자유사회에 살고있는 시민으로서 과학의 공포감으로부터 자유롭게 과학활동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저 권위 앞에 쉽사리 복종하지말자는 교훈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사유하고 활동할지 앞으로 세미나를 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해보려 합니다. 더불어 과학자들 그리고 다른 분들은 파이어아벤트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네요.
다음시간 8월27일에는 새로운 책 이언해킹 <표상하기와 개입하기>를 시작합니다. 범위는 1장~3장이고요. 첫 시작이니만큼 범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 책은 그저 수용적으로 읽기보다는 창조적으로 한번 읽어보도록 합시다. ㅋㅋ 함께하실 분 주저말고 참여하셔요~!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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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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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환
과학분야에서 좋은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말은 그만큼 현재 알려진 과학지식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다는 것, 혹은 과학적인 방법론대로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말이겠죠? 그런데 왜 그대로 따라야할까에 대한 의심없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사실, 방법론에 쫄아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그나저나 세미나에는 언제 돌아오시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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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tor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그러나 시험에는 왕도가 있다. 모 학원선생이 한 말입니다. 과학분야를 공부하는 목표가 과학적인 방법론 대로 생각하는 훈련을 이고 학생이 이대로 따라 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학생은 과학분야를 공부하는 목표가 점수일 경우 점수를 잘 나에오게 하는 훈련에 집중하게 됩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말을 들어보면 점수 잘나오는 훈련이 가장 잘먹히는 분야는 생물 지구과학 화학 물리 정도 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물리를 가르치는 학원은 영재반, 과학고 반외에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물리는 점수 잘나오게 하는 훈련 방법이 아직까지 많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학생들은 과학에 쫄은게 아니라.. 점수내는 요령 어려운데 쪼는 것입니다. 실제, 회사든 국가기관이던 과학에 대해 쫄지 않습니다. 과학 없으면 돈투자한면 된다는 발상이 있습니다. (요즘은 잘모르겠습니다. 내가 기업 다닐때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대기업 기술 연구소는 지금도 그런 분위기 입니다. 연구소는 세금 감면때문에 운영하는 수준. 내가 아는 중소 기업 연구소 중 연구 제대로 하는 곳 솔직히 없습니다. 세금 특혜 때문에 만들고, 기술은 돈 주고 사야 한다는 전략으로 운영합니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아이스하키팀 해외 전지 훈련 시키고, 돈 쏟아 부으니 성적올라간 거 처럼, 과학 그거 돈 부어놓고 과학자들 채찍질하면 되는 거로 생각하지요. 우리나라 정책결정자가 및 일반이이 자연 과학활동을 보는 관점입니다. 내가 아는 사장님 중에는 과학자 매수하면,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의사보다 훨씬 잘고친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사람 많이 있고, 이 사람 믿고 치료를 받는 사람 꽤 있으며, 현장가면 과학자들 박사들 나보다 모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심심치 않게 보이며, 이 사람 말 믿고 투자하다 투자금 날리는 거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모 이런 느낌으로 댓글을 단겁니다. ^^
복귀는 아인슈타인 다시 시작할 때일 겁니다. 푸코 및 파이어아벤트 책을 읽으니 뭔가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없고, 소모적인 느낌이 들어 지칩니다. 키보드 워리어들 글을 보는 느낌. 키보드 워리어 아시죠? 마징가 제트와 로봇 태권 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로 싸우는 사람들. UFC 선수와 복싱선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로 격론을 벌이는 사람들. 그래서, 과학철학책 읽으면 채워지지 않고, 소모된 느낌. 토마스 쿤도 그렇고 파이어 아벤트도 그렇고. 나이가 들어서, 이런거 하다 지치면 꽤 오랜시간 운기조식하며 기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읽으면 피가 끊어오르는 그런거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과학철학 주간이 끝나면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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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점수를 잘 받는 것과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는 것은 다르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지네요. 대학교육까지 생각하면 절반정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파이어아벤트가 말하는 핵심은 "현재의 과학적 방법론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 선생님 말씀처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인가?"라고 의문을 붙여보자는 말로 이해해요. 쫄아있다는 것은 과학활동을 할 때 귀납적인 방법말고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뜻한 건데요. 우리는 과학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할 때 "귀납" 과 "연역" 말고 다른 생각을 할까요? 아니 연역 혹은 귀납적 방법이 잘 작동된다면 다른 방법이 굳이 왜 필요할까 생각하겠죠?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의 역사를 말하면서 얘기해요. 과학은 귀납이나 연역적 방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않는다고. 그리고 만약 귀납과 연역적 방법만을 활용한다할 때 과학은 멋지고 신뢰성있는 것일까? 아마 이 주장에 근거가 되는 과학사를 구체적으로 봐야 더 깊은 논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생각에 아마도 과학철학 책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데에는 "굳이 질문할 필요가 없는 것에 왜 질문을 할까?" 이 생각이 있다고 봐요. 방법을 왜 고쳐야할까? 귀납과 연역. 즉 과학자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자료를 모은 뒤에 이론을 세우고 진리를 밝혀내는 것 아니면 어느 순간 퍼뜩 영감을 얻어 가설을 세운 뒤, 실험과 관찰을 통해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 그것이 과학아닌가? 당연히 이것이 과학이니 그런 질문은 필요없고 제대로 귀납과 연역적 방법을 자연이라는 대상을 이해해하는데 적용해보면 되지 않나? 저는 귀납과 연역 말고 "반귀납"을 말하는 파이어아벤트의 말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데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다시 공부할 때 같은 내용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얘기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ㅋㅋ 아마 지금 과학철학 커리큘럼은 2달정도 뒤면 끝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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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tor
인상깊은 이야기 입니다. 글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못하는 게 아쉽네요.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분야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부분이 있습니다. 폭포수 모델 개발방법론으로 개발할 것인가, 객체지향 개발 방법론으로 개발할 것인가. 어느게 좋은가 이런 것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하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소프트웨어에서 방법론, 방법이 들어갈 때 그 전제로 효율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효율은 쉽게 이야기해서, 실패를 최소한 줄이면서, 원하는 결과를 빠르게 얻어내는 것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바탕에는 체계적 방법을 사용하면 결과물 관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태능 선수촌 선수처럼 과학자를 관리하면, 과학 결과는 나온다. 모 이런 생각. 조직에 방법론이 도입되면 그 조직에 있는 사람 꽤 힘들어지죠^^. 쿤의 책을 읽으면서도 쿤 이 보는것은 과학과 함께.. 과학 결과가 도출되는 효율성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헉" 했던 기억이 나네요. 효율성이라는 생각이 들어가는 순간, 우연, 헛다리집기, 닭질, 돈 많이 넣는데 결과가 잘 온다 등등은 들어갈 곳이 없지요. 좌우간 읽으면 불편해 지는 이유는, 수제비집 아이가 수제비 싫어하는 이유와 비슷한 것도 같고 ^^
과학은 도구이지만 과학자는 사람이고 도구가 아닙니다. 방법을 이야기 하면 그 방법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을 받아드리는 사람은 방법을 통한 관리, 효율성을 생각합니다. 개발 실패는 절대 있으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면 개발이 잘 안됩니다. 과학자도 비슷할 듯. 소프트웨어의 경우 방법론이 조직에 도입되면 실패는 용납이 안되고.. 그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차 한잔 하면서...^^
"내가 가르치는 것은 전기가 아니라 전기 기사 1급을 따는 방법입니다. " 전기기사 학원가면 학원선생이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곳 대부분이 이거와 비슷할 거라 봅니다. 학교도 비슷합니다. 요즘 박사과정가서 알게 되었습니다. ^^ 과학을 가르치기 보다 과학이라는 이름을 단 그 무엇으로 부터 이득을 취할 그것을 가르치지요. 이것도 역시 나중에 차한잔 하면서...
좌우간 파이어아벤트가 한 이야기를 들으면, 이 분이 산 사회는 과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물리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여러분에게 물리를 하는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점수를 잘 받아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시키는 겁니다. " 과학이 모 이런 느낌으로 나가오는 사회에서 산거 같지는 않습니다. 파이어아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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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환
이득, 유용성에 대해서도 나중에 깊이 얘기해봐요. 과학교육을 받는 자, 과학을 가르치는 자, 과학을 연구하는 자,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 혹은 없는 사람 등 각각의 입장에서 이득, 유용성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법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유용성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1: 인상깊은 후기 입니다. "감히 내 생각을 말할 수 없고 말할 생각조차 못한 채 쫄아 있는 공포감". 이 부분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과학 활동을 진지한 자세로 해보지 않으면 하지 못할 표현입니다. 파이어아벤트가 살았던 사회가 어떠한 지 느낌이 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과학활동을 진지하게 해햐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한국 사회에서 과학이 가지는 위치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2: 20년전 한전 높은 분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한전 고위직 분이 비서가 휴가가서 팩스를 못 보냈다 하더군요. 그 분은 팩스 기기를 못 다루어 팩스를 못보내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습니다. 팩스 보내는 일은 아랫사람이 하는 비천한 일이니까요.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이 과학 지식과 과학 활동을 보는 관점도 이와 비슷합니다. "과학은 잘 몰라요.". "수학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학창시절 외에는 수학해본 적 없어서." 이런 이야기 하는 일은 많지만, "과학 지식에 정통해요 ." 이런 이야기 하는 사회적 지위 높은 사람 본 기억이 드뭅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록, 과학을 모른다는 사실은 자랑할만하다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난 사회적 지위가 높아서 과학같은 비천한 아랫 것들이 하는 일은 굳이 알 필요가 없어" 대충 이런 생각을 하는 듯 합니다.
3: 연구소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직급이 높아 질 수록 과학 활동 보다는 행정관련된 서류작업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결국, 경험 많은 과학자는 행정업무 달인이 되고, 과학활동은 신참 과학자만 합니다. 연구소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사람은 총무과에 있는 과학기자재 발주 내는 직원이되고, 과학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 직원에게 잘 보이는 게 일을 잘하는 겁니다. (요즘은 안그럴거라 생각합니다. 10년전 이야기이니)
일반 학부모 생각도 흥미롭습니다. 과학 활동 과학 지식에 정통하다는 것은 구매 가능한 명품과 같습니다. 얼마 전 우연하게 영재교육 관련 일을 하는 분과 이야기했습니다. 이분이 대상으로 삼은 영재는 보통 수학영재나 과학영재입니다. 많은 영재학원이 하는 일은 평범한 아이를 영재판정시험을 통과하여 만들어 영재로 평가받게 하는 일입니다. 수학에 강하거나 과학역량이 좋다는 것, 이점은 좋은 대학을 가는 조건을 하나 덧붙이는 일입니다. 학부도도 아이도 나중에 과학자가 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학부모도 아이도 과학에 쫄지 않습니다. 쪼는 이유는 좋은 점수가 받기 힘들어서 이지 과학 자체에 대해 쫄거나 위축되지 않습니다.
4: 한국에서 진지하게 과학활동을 하고 있는 지 의심될때가 많습니다. 한국 국가 과학연구개발 과제 성공률이 90% 넘는다는 통계를 본 기억이 납니다. 과학역량이 아주 좋습니다. 실상은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와 과제를 만들기에, 처음부터 실패가능성이 극히 작은 상태로 시작한 겁니다. 제 경험상으로는요. 한국에서 과학은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과학자건 학부모건 과학은 매매하는 대상입니다. 10년 전쯤 옛날에는요. 그럼 지금은 안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