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페미니즘 셈나 입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단연 <블러드 차일드>가 재밌었습니다.
인간을 이용하는 틀락 종족과 인간과의 상호적인 길들이기에 관한 이야기였죠.
남성인간은 틀락의 생식을 위한 숙주가 됩니다. 고귀한 남성이 말입니다.
이 소설을 지배와 정복의 서사로 읽게 되는 것은
인간이 비인간에 의해 이용당하는 처지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꿈에라도 해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버틀러는 이 소설을 정복의 서사로 끌고 가지 않죠.
이 이야기는 이종간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이종간의 사랑이야기는 드물지 않지만, 이 소설이 파격적인 것은
인간 남성이 수용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뒤바뀐, 거의 생각해 보지 못한 설정을 통해서야 우리는 사랑도 무구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아마 숙주가 되는 자가 여성이었다면 우리는 보다 쉽게 무구한 이종간의 사랑만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블러드 차일드, 인간남성의 살 속에서 그들의 피를 먹고 자라는 틀락의 아이들.
그리고 그것의 숙주가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는 간.
한편으로는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 한편으로는 틀락인 트가토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구하지 않은 길들이기와
무구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 였습니다.
다음 시간은
넘어감/특사는 채지나 님
마사의 책/ 에세이는 김명종님 발제 입니다.
월요일 7시 30분 왼쪽 셈나방에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