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모집 :: 세미나모집, 세미나신청을 위한 게시판입니다.


[생명정치 세미나] 생명정치를 열쇳말로 푸코를 읽는다




최영철 / 수유너머N 회원




중세 내내 역병들은 유럽을 떠나지 않았다. 때로는 치명적으로 때로는 지속적으로 전염병은 유럽을 위기로 몰고 갔다. 반복되는 흑사병은 산업 생산과 교역을 중단시키고 정치적 위기를 고조시키며 신앙심을 약화하여 공동체의 질서와 안녕을 파괴할 수 있는 불확실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이 비극적인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질병의 창궐 앞에서 참회하거나 유태인들을 저주하였다. 그런데 18세기의 동이 트자 상황은 바뀌었다. 유럽은 전염병에 대항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초자연적인 신의 섭리로 역병의 비극을 받아들이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행동에 나섰다. 이전 세기에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서만 사용하던 질병 통제방법이 일반화되었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격리하고, 교역상품들을 검역하고 여행을 금지시켰다. 이 적극적인 대응(reaction)을 통해 유럽인들은 콜레라와 황열병, 말라리아와 매독, 그리고 천연두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는 그들의 신념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공동체에 닥치는 위협을 제거하고 제어하는데 깊은 관심과 노력을 보여 주었다. 이 모든 활동들의 주체는 의심의 여지 없이 국가였다.  



중세에 흑사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사혈이나 개구리, 거머리를 이용하였다


한편,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 유지를 위해 국가는 세심한 치안활동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치안활동은 강압과 폭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강압과 폭력은 부차적으로 나타나는 계기일 뿐이었다. 오히려 치안활동은 사람들의 삶을 북돋우고 바람직한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유해식품의 유통을 제한하고, 고아들을 보살피며, 노동의 방식과 시간을 규제하였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결혼과 출산을 제도화하였고, 주민들에게 안전한 식수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매춘부를 감시하고, 인구 통계를 작성하였다. 국가의 관심사는 전염병을 대할 때처럼 노동력이나 군사력의 유지, 엘리트의 보호에 한정되지만은 않았다. 국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 전반에 좀더 관여하기를 원했다.

19세기가 되면 국가는 더 적극적이 된다. 사람들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다. 만약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국가는 선제적(proactive)으로 대응한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도덕과 습관이 일상생활의 모든 국면에 스며든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세계보건기구)”한 상태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유엔)”을 위해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헌법 36조)” 국가는 기꺼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자신의 책무를 인수한다.

시선을 오늘날 한국으로 돌려보자. “서울시 대사증후군 오락프로젝트!! 내리자, 혈압! 막자, 고혈당! 빼자, 허리둘레! 높이자, 좋은 콜레스테롤!, 잡자, 중성지방!” TV와 일간지 및 지하철에 막대한 광고비를 쓰며 국가는 우리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호소한다. 건강하게 먹고 자고 싸고 운동하라고 격려한다. 술, 담배, 짠 음식에 찌든 시민들의 모습에 안타까워 한다. 무료로 상담도 해주고 검사도 해주며 심지어는 걷기운동까지 같이 해준다. 나보다 내 건강을 더 챙겨주는 고마운 국가다.


대사증후군 예방을 위한 서울시 "오락프로젝트"


국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부르주아 계급의 위원회(공산당선언)’라던 국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부르주아 국가의 노예(공산당선언)’라던 노동자 대중들의 사생활에 국가는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계급투쟁을 약화하기 위한 회유책인가? 추한 이면을 가리기 위한 속임수일 뿐인가? 그렇다면 여전히 국가는 투쟁의 대상이고 언젠가는 폐지해야 할 악인가?

아니면, 선한 국가와 악한 국가가 있는 것일까? 억압, 착취, 강제, 폭력…… 이것들은 모든 국가가 가진 본질이 아니라 나쁜 국가들만 갖고 있는 나쁜 성질인가? 민주화된 국가라면 이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과 건강을 지키고 보장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인가? 그런 국가에서는 사회의 정의와 인민의 해방을 위해서 국가와 투쟁하지 말고 경쟁해야 한다는 말인가?

대답이 난감한 이 질문들은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는 분명하다. 이 질문들은 권력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좀체로 간단하지 않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불의와 정의, 보수와 진보, 선과 악이 맞서는 심플한 대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또한 정치적인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설정하고, 전략과 전술을 세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실천의 방향을 결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치적인 질문들에 대해 답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 혹은 우리와 동시대에 권력에 대한 정치적 사유를 전개했던 많은 사상가들을 만나보려 한다.

푸코가 이 만남의 출발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유명하다거나 생명정치라는 개념을 창안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푸코가 근대 유럽에 대해서 행했던 분석작업과 그 실천적 귀결이, 위에서 우리가 품은문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신체와 인구집단)에게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과 문제설정에서 출발하여 ‘인체의 해부정치(Anatomo-politique du corps humain)"와 ‘인구의 생명정치(Bio-politique de la population)"로 이어지는 푸코 사유의 방법과 흐름을 쫓아가 보는 것이 [생명정치 세미나] 시즌1 이다.

시즌1은 7월6일(일)부터 약 15주간 『성의 역사1: 앎의 의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일부)』, 『안전, 영토, 인구』,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을 차례로 읽는다. 『성의 역사1』은 1976년 저작이며 나머지 3권은 70년대 후반 콜레쥬 드 프랑스의 강의록이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1975-1976), 『안전, 영토, 인구』(1977-1978), 『생명관리정치의 탄생』(1978-1979). 실천적인 질문을 통해 푸코를 만나고, 푸코를 통해 실천적인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만나는 세미나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생명정치 세미나] 세미나 참여하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4년 4월 세미나/강좌 시간표 생강 2023.01.04 5175
559 2019-8월 세미나시간표 (2019.8.16) [1] file lectureteam 2018.04.27 10661
558 2019-9월 세미나시간표 (2019.9.1) [2] file lectureteam 2018.04.27 11198
557 2019-9월 세미나시간표 (2019.9.16) [3] file lectureteam 2018.04.27 11598
556 2019-10월 세미나시간표 (2019.10.1) [1] file lectureteam 2018.04.27 11894
555 2019-10월 세미나시간표 (2019.10.16) [1] file lectureteam 2018.04.27 12136
554 2019-11월 세미나시간표 (2019.11.1) [1] file lectureteam 2018.04.27 12377
553 2019-12월 세미나시간표 (2019.12.1) [1] file lectureteam 2018.04.27 12923
552 2019-12월 세미나시간표 (2019.12.16) [1] file lectureteam 2018.04.27 13145
551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읽기] 2018.4.28 토 오전 11시 시작 [22] 연아 2018.04.24 1015
550 [정치철학세미나] 웬디 브라운 <관용> 5/12(토)부터! [5] file vizario 2018.04.22 370
549 [페미니즘세미나]이제 대장정을시작합니다. 5월 2일(수) 6시30분 [18] file nomadia 2018.04.15 1666
548 양자역학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9] 시지프스 2018.04.11 413
547 [정치철학세미나] 웬디 브라운 <민주주의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4] file vizario 2018.03.25 409
546 [수학세미나_갈루아 이론] 3월22일 목요일 7:30 시작 [4] sora 2018.03.11 478
545 [철학사세미나]고대편4 세미나원 모집(3월 15일 아침 10시30분 재시작) [13] file nomadia 2018.03.06 645
544 [정치철학세미나] 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 비판> 시작합니다 [6] file vizario 2018.03.05 533
543 [일본영화사 세미나] 2월 28일 오후 7:00 시작합니다! [27] file 마빈 2018.02.04 877
542 [정치철학 세미나]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시작합니다 [4] file vizario 2018.02.04 402
541 [일본어 읽기 세미나] 1/17일 시작헸습니다. [4] file choonghan 2018.01.23 574
540 [수학 세미나] 2월 1일 목요일 7:30 시작합니다. [10] sora 2018.01.15 68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