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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 에셔 바흐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단감/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1. ‘버벅거리다’

    1) (사람이)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자꾸 더듬다.

    2) (기계가)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다.


세미나 소개를 부탁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려니 정말 망설여집니다. 앞선 세미나 소개 글들을 몇 번이고 읽어봐도, 어떻게 우리 세미나를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됐습니다. 우리 세미나를 잘 소개할만한 언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괴델, 에셔, 바흐』책이 앞으로 삼분의 일 가량 남은 이 시점, 예상대로라면 책을 다 끝마쳤어야 하는 이 시점에서도 우리 세미나가 한참 버벅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세미나는 『괴델, 에셔, 바흐』라는 책을 읽는 세미나입니다. 우리는 이 책과 씨름하며 버벅거리고 있습니다. 다음 범위를 정할 때 흠칫흠칫 머뭇거리는 우리를 발견합니다. 사십 페이지쯤 되는 챕터 하나를 세 시간 가량 읽고도 이게 맞나 싶습니다. 외국어 배우는 느낌으로 우리의 사고의 패턴을 기술하는 기호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적으며 따라가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일부를 포착하고 기호로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조작하면서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야한다는 점, 직접 떠먹어봐야만 무슨 맛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 우리를 버벅거리게 합니다. 이 버벅거림은 우리 세미나를 소개하는 데 있어 절대 모른 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더글라스 호프스태터 저, 박여성 역, 까치, 『괴델, 에셔, 바흐』는 상, 하권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가능하면 영문 원서를 같이 보는 걸 추천합니다. ^ ^




2. 『괴델, 에셔, 바흐』


어떻게 ‘없는’ 것에서 ‘있는’ 게 태어날까? 무생물에서 생물이 생겨나고, 먼지나 이끼 같은 것에서 어떻게 지금 이 글을 쓰고 보는 자아가 생겨나는 걸까? 이런 질문에 대한 고민이 바로 『괴델, 에셔, 바흐』(이하 GEB)의 주요 내용입니다. GEB의 고민 방식을 한마디로 이야기해보면 ‘어떻게 가장 단단한 것으로 가장 유연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인 것 같습니다. 가장 단단한 언어인 형식체계를 통해 가장 유연한 지능, 자아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형식체계란 ‘기본적인 기호열’과 그 기호열을 확장해서 새로운 기호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규칙’으로 이뤄진 체계입니다. 기본 기호열과 규칙을 통해 만들어진 모든 ‘기호열의 집합’ 또한 형식체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형식체계로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걸까요? GEB는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룬 책입니다.

 

GEB의 핵심은 괴델의 증명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괴델은 제2불완전성 정리에서 [형식체계에 모순이 없는 한, 형식체계는 자신의 무모순성을 자신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괴델은 이 정리를 증명할 때 형식체계에서 자기 자신(형식체계)을 지시하는 명제를 만듭니다. 이렇게 지시자와 지시 대상이 일치할 때 저자가 말하는 이상한 고리가 생기고, 체계 안의 여러 층위들이 헝클어지고 섞이게 됩니다. 손이 손을 그리는 에셔의 그림처럼 말입니다.



     

에셔의 그림, <손을 그리는 손>과 <도마뱀>. 그리고 바흐?



이런 헝클어진 층위는 놀랍게도 아주 흔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능’과 ‘자아’의 핵심부에는 자신을 비춰보면서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자기 자신을 지시하는 양상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지시할 때 생기는 ‘이상한 고리’는 그런 양상들을 이야기할 때 피할 수 없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GEB에서는 ‘이상한 고리’를 포착하고 드러낸 사람들로 ‘괴델’과 예술가 ‘에셔’와 ‘바흐’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비단 짜듯이 차근차근 자아가며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GEB의 매력이자 난점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하나하나 직접 뽑아봐야 하니까 말입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고리마저도 최대한 정교한 언어로 포착해보려는 노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는 그런 정교함이 낯설고, 우리는 낯선 만큼 버벅거립니다. 더군다나 GEB는 그 정교함 자체에 대해 한 번 더 문제 삼습니다. ‘우리는 사고, 형식체계,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차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다른 형식체계는 없는가?’ 하나하나 잡아보기도 힘든데 그걸 뒤집어보자고 합니다. 정말 난해합니다.


그리고 재밌습니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언어-지도를 그려가는 느낌이랄까요. 우리는 아마 책이 끝날 때까지 버벅대며 재밌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정체모를 기호들과 씨름하다보면, 손으로 입으로 적어가다 보면, 놀랍게도 오밀조밀하면서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그물들이 어느새 우리의 사고를 물들여두었음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3. 세미나에서 먼저 읽은 책들


GEB를 읽기 전에 괴델의 증명과 그 당시의 맥락에 대한 책을 두 권 읽었습니다. GEB의 내용을 조금 더 편하게 잡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 두 책 자체로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책 『튜링&괴델 :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박정일, 김영사)은 괴델과 튜링을 엮어서 컴퓨터의 원리와 역사적 배경, 괴델의 증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들을 쉽게 알려주며, 두 번째 책 『괴델, 불완전성 정리』(요시나가 요시마사, 전파과학사)는 괴델의 증명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두면서 그 의의를 근현대 수학사 전반에 걸쳐 개괄해주는 책입니다.



       




* 참고할만한 자료와 책


아래 자료 및 도서는 세미나에서 함께 읽지는 않고 서로 개인적으로 참고하기로 한 것들입니다. 괴델은 물론 GEB과 관련된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14장 번역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22

-GEB의 14장 번역을 수정해놓은 게시글입니다. GEB는 한글판 번역이 매끄러운 편은 아니라 개인적으론 세미나 때 고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14장은 GEB전반에 걸친 논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을 담은 장이니, 참조하시면 도움 될 듯싶습니다.


2) 어니스트 네이글, 제임스 뉴먼, 『괴델의 증명』, 곽강제 옮김, 승산, 2011.

-괴델의 증명을 앞서 본 책들보다 조금 더 깊게 다룬 책입니다.


3) 가라타니 고진, 『은유로서의 건축』, 김재희 옮김, 한나래, 1998.

-괴델과 수학을 보다 다양한 맥락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시간: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장소: 수유너머 N 세미나실

문의: 반장(O1O.팔오사구.O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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