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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된 사람들의 종횡무진 세미나 [인간 기계 생명]





최영철 / 수유너머N 회원








‘인간 기계 생명"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세미나에서 우리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내용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우리가 매주마다 읽고 쓰고 떠들고 듣고 녹음까지 하면서 손에 넣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서 표현해 보자면 과학철학이라는 이름이 그나마 가깝겠다. 맞다. 적어도 시작은 그 이름이었다. 수유너머N의 과학철학 세미나 2기가 우리의 출발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를 어쩌나. 우리는 애초에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앎의 촉수들을 거둬들일 수 있는 자제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과학철학은 그저 출발점이었을 뿐. 그 이름이 쳐놓은 담장은 범람한 강줄기로 인해 이미 수중에 잠겨 버렸다. 넘실거리는 물줄기가 우리를 풍요로운 이야깃 거리가 넘치는 바다로 밀고 가고 있다. 그 곳에서 우리의 탐구는 문명과 자연, 인간과 기계, 과학과 종교, 생명과 비생명, 정신과 물질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주제들로 나아가고 있다.


좌표도 없고 항로도 없는 이 항해에서 우리의 안내자들은 대체로 불친절했다. 이 불친절한 안내자들의 이름은 맨 처음에는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이었다가 그 후에는 조르쥬 깡길렘(Georges Canguilhem)이었다가 백두선생(Alfred N. Whitehead)이었다가 다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안내자들과 얼마나 더 많이 조우할 지 알 수 없다. 한가지 불행한 점은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불친절할 것이라는 점이고,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은 우리가 어떤 연안에 도착해 닻을 내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안내자들은 그저 더 넓은 바다로 우리를 이끌 뿐이다. 불친절할 뿐만 아니라 대책 없는 안내자들이다.




이 불친절하고 대책 없는 안내자들과 우리는 왜 계속 씨름하고 있을까? 그들의 방대한 지적 세계가 명쾌한 해답을 주기 때문인가?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기 때문인가? 찬란한 빛으로 우리의 어두운 눈을 밝혀주기 때문인가? 그럴 리가 없다. 이들이 길과 빛과 해답을 주었다면 우리가 이들더러 불친절하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해 마시라. 우리가 원하는 것도 길과 빛과 해답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안내자로 초대하는 자들도 지혜로운 구원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매력에 빠졌다. 하긴, 이들은 충분히 매혹적인 안내자들인 것은 분명하다. 이 시야가 넓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세상은 도무지 단조롭지가 않다. 문명과 자연, 인간과 기계, 과학과 종교, 생명과 비생명, 정신과 물질, 인간과 동물, 그리고 남자와 여자들이 도대체 본래 제 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모두 다 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엉뚱한 소리를 한마디 씩 해대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질서가 깨지고 모든 것이 들썩이니 본래 제 자리가 어딘지도, 그런게 원래 있었는지도 헷갈린다. 우리 안내자들의 미덕이 이 점인 듯 싶다. 명쾌하고 단순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에 이들은 관심이 없다. 대신에 깊고 내밀히 연결된 넓은 세상을 그려보자고 우리의 용기를 북돋운다. 그러니 불친절할 수밖에. 


우리는 이들에게 매혹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단지 읽고 쓰고 떠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이들로 인해 기뻐하고 화내고 가슴뭉클하고 좌절하고 용기를 얻고 매번의 항로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이런 씨름이 고통과 쾌감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리라. 좋은 소식들도 있다.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안내자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선택해서 초청할 수 있다.


세미나를 통해 우리가 떠들어 대는 이야기는 그 폭과 깊이에서 유연하기 짝이 없다. 때로는 진공관과 내연기관의 구조를, 때로는 혈당과 인슐린의 작용원리를 이해하려고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때로는 안내자들의 넓은 시야처럼 별자리와 행성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때로는 단어 하나에 고배율 현미경을 들이대기도 한다. 텍스트 안팎을 종횡무진으로 뛰어 다니면서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이 이 세미나의 강점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2년 동안 독일어 책 한권을 붙들고 있을 위인들은 되지 못한다. (물론 우리도 원어 텍스트 본다. 게다가 영어판, 불어판, 일본어 번역판까지 한층 다채롭다. 으흠) 종횡무진 날아다니느라 빡세지 않냐고? 빙고~! 하지만 ‘빡세기 때문에 그 보상은 달콤하다?", 우린 이런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매혹된 모든 사람들의 삶은 빡세다"라고 할 뿐.    



*본 세미나는 잠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크로포트킨 저작을 읽는 형태로 조만간 다시 시작될 예정입니다.
*재시작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히면, <수유너머N> 홈페이지 세미나 게시판에 공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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