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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 (케이지는 48살이었다.) 

케이지는 항상 ‘무(無)’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 당신이 ... 죽을 때 당신의 테이프와 악보를 모두 불태우고, 음악사에 ‘존 케이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라는 단 한줄로 남는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케이지가 대답했다. 

“그건 너무 극적인데.” 

- 백남준  <Av.J.C/ Ap.J.C(기원전/기원후)> 중 _ 1992

 

 

  남준에게 있어 역사의 새 시작은 존 케이지(John Cage)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케이지는 백남준에게 영원한 스승이자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하지만 케이지의 죽음에 대한 백남준의 추모는 경쾌했습니다. "장자(莊子)는 자기 부인이 죽었을 때 북을 치고 노래했다. 존 케이지는 나의 아버지였는데 이제 내가 북을 치고 노래할 차례다."  

  백남준은 종종 케이지를 "생∙사를 초월한" 선승에 빗대곤 했습니다. 케이지의 유명한 <4분 33초>는 '소리 없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케이지의 이 작품은 공허한 ‘없음’이 아닌 텅 비어 있는 ‘무(無)’ 자체를 드러낸 음악이었습니다. 케이지는 우리에게 침묵을 듣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백남준에게는 새로운 출구를 열어주었습니다. 

  백남준과 케이지는 같은 듯 다른 인물로 보여집니다. 케이지가 고요한 심연을 품었다면, 백남준의 사유는 거침이 없고, 때로는 과장되어 철철 넘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을 갖고 있습니다. 이 상반된 두 인물의 만남은 우리를 당혹케 합니다. 마치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에서 우주가 태동하였듯, 우리는 '무(無)' 에서 폭발하는 '유(有)'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록 이는 은유일 테지만, 우리는 바로 그 묘한 지점에 강하게 이끌리게 됩니다. 케이지를 절제되고 간결한 노자에 빗댄다면 백남준은 무서운 상상력의 장자에 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남준이 타계한지 12년이 지났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케이지를 향한 남준의 질문을 우리의 것으로 취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백남준이라는 인물을 '너무 극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백남준을 수식하는 많은 현란한 수사들이 있지만 정작 그의 사유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 , '문화 테러리스트', '한국을 빛낸 위대한 예술가' 등, 특히 다가올 미래의 덕목으로 꼽히는 창조성을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를 알지 못합니다. 왜 그를 알아야하는 걸까요?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데 있다."

 

  백남준의 관심은 마치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에너지의 범람과도 같습니다. 그의 관심의 크기는 실로 방대합니다. 그는 인류의 역사를 선사 이전으로 확장시켜 사유합니다. "나는 공자, 노자 이런 사람들 이전을 좋아해. 신석기 시대, 이런데 관심이 많아. 그리고 후대로 내려올 수록 역사가 엉터리야. 대부분 읽고 생각해볼 가치가 없는 쓰레기들 뿐이지." 상식을 깨는 그의 발언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웁니다. 특히 그의 '네거티브 공상과학(Negative Si-Fi)'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상상의 새로운 작동 방식을 가르쳐줍니다. 공상과학(Si-Fi)이 극히 적은 정보를 가지고 우주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2만년 전의, 신비에 둘러싸인 과거를 상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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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

 

  당시 전자기술의 총체라 할 수 있는 TV에서 백남준은 신석기를 떠올립니다. 그에게 '달은 가장 오래된 TV'였습니다. “TV는 영상을 제시하지 않고 마치 실을 짜듯 줄만 보여준다. 실을 잣는 것과 TV이미지를 생성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말하자면 실을 다시 짜고 또 짜는 것일 뿐이다.” TV가 끊임없이 실잣기(Spinning) 하듯, 달이 쏟아내는 정보들은 오래동안 인류의 상상을 자극하였고, 그것의 매번 바뀌는 새로운 모습은 시간을 창조하였습니다. 달은 그 자체로 정보였고, TV는 그 자체로 자연이었습니다. 

  “자연 환경의 특성은 영화나 회화보다 텔레비전에서 더 많이 담겨 있다. 사실 텔레비전(그 미세한 전자들의 임의적 움직임)은 자연 자체다.” 우리는 이 말에서, 그가 주목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끊임없이 변하는 '정보'였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백남준에 있어서 정보의 시대는 우주의 태동 이래 함께였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제서야 그것을 발견하고, 한 껏 들뜬 아이마냥 놀라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백남준의 이러한 독특한 사유는 오직 그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백남준은 당시 태동하고 있던 '사이버네틱스 이론'과 '정보이론' 그리고 '미디어 이론'에 심취해 있었고, 백남준의 예술은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에 촉수를 뻗고 있습니다. "최초의 발상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지극히 우연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 우연을 가능케하는 역사적 연속성이 있다." 그는 역사를 단절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합니다. 마치 물결치는 파동처럼 (정보의)역사란 연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백남준의 사유의 궤적을 따라 걸으면서, 우리는 그가 접합하고 있는 무수한 지점들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독보적인 사상을 점하고 있는 거인이 아니라 여러 수많은 사건들의 교차점일 것입니다. 

  특히, 백남준의 <사이버네틱스 선언(Cybernetics Menifesto)>은 우리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던져줍니다. 호기심 왕성한 백남준의 웅대한 기획, 아니 어쩌면,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라움에 잔뜩 신이 난 어린아이의 탄성일지도 모르는,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백남준이 바라본 세계, 아니 어쩌면, 신석기부터 정보 시대까지의 역사적 연속성들을 가능케 하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남준 <사이버네틱스 선언>

백남준, <사이버네틱스 예술Cybernetics Art)>, 마니페스토(Manifesto)중에서, 1965

 

 이 선언문은 사이버네티드화된 사회로 인한 좌절을 위한 예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파스퇴르식 '파르마콘(pharmakon)'을 통한 카타르시스적 극복, 그리고 음극관을 이용한 작업에서의 순수 관계, 맥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이론', 전자기력을 이용한 음극관의 발명, 나아가 불교의 제3의 길(중도)로 이어지며, "우리는 열린 회로 안에 있다.(We are in open circuits)"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끝이 납니다. 특히 "열린 회로(Open circuits)"라는 개념은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를 연상케 합니다. 

 우리는 난해하지만 흥미로운 이 텍스트를 입구로 삼아, 백남준을 가로지르는 실들의 가닥을 잡아 나갈 것입니다. 또한 이 작업은  단순히 텍스트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상과학(Si-Fi)으로 진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할은, 백남준이 말했듯, "미래를 사유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백남준을 통해, 우리의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오늘날, 기계에 굴복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우리들의 삶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백남준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로봇이 사람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 내 로봇은 ... 사람의 일을 가중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왜냐하면 저 로봇을 10분 가량 움직이게 하려면 사람 다섯 명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하하.” 

로봇(기술)은 '닫힌 회로'로 작동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그것이 작동하도록 하는 조건들에 의해 '열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문명이 우리와 함께 공진할 무엇임을 곧 알게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열린 회로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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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의 대략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후 조정)

(1) '사이버테닉스 선언문'(위 참조) 독해 

- 앞서 언급하였듯, 백남준의 중기 예술로, 사이버네틱스 선언에 등장하는 '사이버네틱스 이론'(노버트 위너Nobert Winner), '파스퇴르에 대한 데리다식 파르마콘(pharmakon)개념', 그리고 음극관 기술, 불교의 중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열린 회로"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들을 공부할 것입니다. 

(2) 백남준 총서 1권 <말에서 크리스토까지>과 2권 <백남준의 귀환> 을 중심으로한 텍스트 독해. 

- 백남준 총서 1권,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이 직접 쓴, 텍스트 모음집(한글 번역)이며, 2권, <백남준의 귀환>은 30여년 가까이 백남준을 연구한 국내 백남준 전문가들의 정리입니다. 

(3) 백남준 작품 감상 및 이해 

- 백남준의 작업을 연대기별(플럭서스 - 사이버네틱스 예술 - 위성 예술 - 레이져 예술)로 구분하여 각 시기에 해당되는 작업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4) 백남준 2차 자료 

- 백남준 인터뷰집 및 백남준에 대해 2차 독해한 텍스트들을 함께 읽어볼 예정입니다. 

  • <석도화론>,  도올
  • <백남준총서2백남준의귀환”> _ 백남준 아트센터
  • <백남준 아트 센터 심포지엄 자료집>
  • <피드백 노이즈 바이러스 : 백남준, 앤디워홀 그리고 이미지 정치에 관하여>_데이비드 조슬릿David Joselit

(5) 현대/동시대 미술 감상 및 이해 

- 백남준의 예술을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것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대/동시대 예술가들의 작업들을 함께 살펴야 할 것입니다. 

  • 플럭서스(존 케이지, 조지 마키우나스, 요셉 보이스, 샬롯 무어먼) 
  • 빌 비올라 Bill Viola
  • 올라프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 토마스 세라노스Tomás Saraceno

(*) 미술사 및 미학

- 여력이 된다면 예술에 대해 배경 지식을 쌓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의 맥락을 살펴보고 미학, 매체 철학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을 것같습니다.

  • <꼭 읽어야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_ 도널드 프레지오시Donald Preziosi
  • <20세기 매체 철학>_ 심혜련 
  •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_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 <관계의 미학>_ 니꼴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

(**) 확장 

- 바램이지만, 저희 세미나는 확장된 지식을 추구하길 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 <Resembling the Social> / 'Compositionist Manifesto'_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 <Struggle with trouble> / 'Cyborg Manifesto' _해러웨이Harraway 
  • <카오스> / <인포메이션 :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_ 제임스 글릭James Gleick

등의 서적들을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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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부터 매주 월요일 2시 ~ 4시 (1층 세미나 L) / 시간 조정 가능 

* 문의 : 댓글 혹은 문자

             반장 조정웅 (010 - 사7팔팔 - 39구4)

* 월 2만원의 세미나 회비로 수유너머104의 다른 세미나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백남준에 대해 알고 싶으신분,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 개인 작업을 하시는 모든 종류의 예술 종사자 분, 예술 + 기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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