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세미나에서는 최신 뇌과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두뇌의 데이터 처리체계가 의식과 무의식이란 두 층위로 구성되는 것을 감각, 감정, 기억, 자아 등에 집중하여 '새로운 무의식' 을 조망하였고, 이번주부터는 정신분석에서 다룬 '오래된 무의식'의 세계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인간과 상징' 을 따라 들어가보고자합니다. 뇌가 사건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부호화하고 저장하지 않음은 짐작하실텐데요
시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에서도 감각 데이터에 대한 변형이 일어난 상태로 보고 듣는 것처럼, 감정이나 인식, 기억 등 의식적인 심적 과정 모두에서도 저마다의 사건과 경험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재구성되었습니다. 에델만의 '의식'이론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인공적으로 구성된 환경 즉, 세컨드 네이처입니다. 생물들이 품고 있는 세상은 실제 데이터의 결과인 동시에, 무의식적인 정신적 처리과정의 산물입니다.
자연은 불완전한 부분을 다듬어내는 뇌를 제공함으로써 불충분한 정보의 빈틈을 무의식에서 찾은 데이터로 메꾸어 현실에 제법 유용하리만큼 완벽한 이야기를 지어내도록 도왔습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불완전한 데이터를 접한 뒤, 맥락을 비롯한 다른 단서들에 의존하여 빈틈을 메우고, 정보에 입각한 추측을 끌어내어, 때로는 정확하고 또 때로는 부정확하지만 항상 설득력있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마음은 자기 인식에서만이 아니라, 타인을 판단할때도 그런 방신으로 빈 공간을 메우는데, 감각이 포착한 환경적 자극을 처리하여 생리적 반응을 구성하는 것이 무의식이기 때문이죠.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우리가 선택을 할 때 통상 데이터를 치밀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한 후 판단하고 결론을 내는 상향식 기법을 따른다고 믿지만, 이미 선택을 한 후, 그 선택에 맞춰 증거를 찾고, 분석하고 이유를 붙이는 하향식 결정 기법을 따르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도와 의식과 다르게 부지불식간 선택 기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무의식의 개입과 작동방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까요?
진화는 인간의 생존확률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을텐데, 여기에는 개인의 생존만이 아니라 당연히 집단의 생존의 설계까지도 포함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는 인류를 전쟁과 분열의 비극과 불행으로 이끈 인종, 민족, 계급, 성별, 종교 등에 내포된 무의식적 고정관념과 무의식적 차별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 또한 여러 실험결과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인간의 집단 본능이 긍정적인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말이죠.
그의 견해에 따르면, 전혀 계획에 없었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했더라도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파트너를 더 가갑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노라고. 내가 인생을 헤쳐가면서 이따금 넘어질 때마다 나에게 필요한 지지를 제공하는 무의식, 나의 파트너가 있어서 더 행복할 수 있노라고.
이제, 무의식 연구의 원조격인 칼 구스타프 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고 합니다.
먼저 들려온 소리는 "인간 마음속에는 가장 오래된 것-석기시대나
그보다 더 오래전에 의식이 경험한 것-부터 시작해서,
고대나 중세시대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식 상태들이 점점 무의식 속에 스며들어
겹겹이 쌓여있는 것이다." 였어요.
'인간과 상징'은 칼 구스타프 융 생존 마지막 저작이 수록된 책으로서,
서문에서 밝혔듯이 그의 저서들 중 무의식에 대한 이론을 유일하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그럼에도 두꺼운 책의 부피때문일까요?, 주변에 소장하신 분은 많으신데 완독하셨다는 분은
의외로 많지 않으신 것 같아요.
우리 세미나에 참석하셔서 함께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본으로요.
교재는 칼 G 융 지음, 이윤기 역, 「인간과 상징」, 2011. (열린책들) 입니다.
◈ 일시 및 장소 : 2019년 2월 20일 수요일 8시, 수유너머 1층 세미나 R실.
◈ 범위: 1부 무의식에 대한 접근-카를 구스타프 융(21-157쪽)
◈ 발제와 간식은 반장과 수복샘
◈ 언제나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새롭게 세미나를 신청하시거나 세미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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