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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입니다.


 중간 공지를 드린대로 3월 5일 한 회원이 올린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지난 한 달간 진상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2차에 걸친 양측의 소명을 들었으며, 5차에 걸친 전체회의를 하였습니다. 애초에 비공개를 원하며 공동체 내부의 젠더감수성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였지만, 우리의 미숙함과 무능력으로 인해 사태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계셨던 피해자 분과 연구실의 결정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아래와 같이 그간의 경위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3월 5일 성폭력에 대한 고발 글이 회원내부 게시판에 올라왔고, 3월 6일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의 사과문이 게시되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이 사건에 대한 첫 번째 전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때 회의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의 제명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제명이라는 결정을 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의 아무런 해명도 듣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기에, 피해자가 동의한 6인의 조사위가 꾸려지고, 해당 사건과 관련사건에 대한 가해자의 소명을 들었습니다. 이 내용은 녹취록을 포함해서 피해자 및 가해자와 전 회원에게 공유되었습니다.

3월 13일 2차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두 사람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기에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더 이상의 진실공방 없이 징계절차를 밟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소명에 대한 2차 반박을 하고자 했기에 징계결정은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자신의 방어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으며, 이에 대한 피해자의 2차 진술이 조사위로 전달되었습니다. 이 내용 또한 관련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회원 전체에게 공유되었습니다.

3월 20일 징계결정을 위한 3차 전체회의가 있었고, 징계수준이 논의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사건의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회원들 간의 해석의 편차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로 성폭력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최소 5년 이상의 출입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러한 편차로 인해 가해자의 행위에 상응하는 징계 수준을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긴 논의 끝에 피해자가 연구실 활동에 복귀하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두기 위하여 피해자가 원하는 최대한의 분리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해자에게는 실제 행위 이상의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개의 정도를 최소화하자고 3차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공개의 정도에 대한 이해가 모두 달랐음을 나중에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3차 회의의 결과에 의거해 피해자에게 일단 5년의 분리기간을 제안했고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가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피해자가 5년의 분리기간을 수용함에 따라 공지 문안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공지 문안에서 구체적인 행위가 명시되지 않은 채, 5년의 징계와 ‘가해자’라는 명칭을 적시할 경우 그 기간 때문에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되었습니다. 또한 ‘가해자‘라는 명칭과 징계기간을 적시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기에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그에 따라 4월 3일 4차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4차 회의에서는 문제의 성격을 다시 검토하기 위하여 회원 각자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폭력이라고 판단하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각자의 개인적 판단을 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회의는 자칫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징계를 전제로 했을 때 13명이 성폭력이라고, 11명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3명이 기권했습니다. 그러나 이 의견들도 성폭력이냐 아니냐의 문제로만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결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었고, 징계 수준을 논의하지 못했으며, 절충안이 제안되기는 했으나 이미 많은 회원들이 자리를 뜬 상태였기에 임시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4차 회의 이후 성폭력임을 주장하던 회원들 중 일부가 탈퇴를 했고, 4월 6일 이 문제에 대한 연구실의 대처방식을 비판하는 피해자의 글이 웹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4월 6일 임시회의가 개최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그간의 논의들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 연구실이 책임을 지는 방식은 피해자가 요구하는 바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아,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가해자에게 5년간의 자격정지를 징계조치하였습니다. 

사건의 처리 경과를 통해 밝혀진 대로, 공동체 내의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수유너머104는 많은 미숙함과 경솔함을 범했습니다. 특히 공동체 내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자와 동료회원, 그리고 수유너머를 성원해 주신 분들께 심대한 우려를 끼쳐드렸을 뿐만 아니라 본의 아닌 상처와 슬픔을 안겨드렸습니다. 이번 성폭력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단지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것만으로 공동체의 허물이 씻겨지고, 상처받은 분들의 마음이 위무되며,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리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점들을 철저히 반성하고, 그릇된 사고와 행동을 고치려는 각오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과도 헛된 시늉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다음과 같이 개선과 개신의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스스로를 경계하고 다잡아가고자 합니다.

연구실 내의 둔감하고 때로는 그릇된 젠더 감수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마련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페미니즘과 소수성에 관한 회원교육을 실시하며, 회원 각자가 소외된 타인의 자리를 돌아보고 배려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연구실 내의 젠더 감수성에 관한 준칙을 마련함으로써 말과 글, 사고와 행동에 있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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