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시쓰기] 구겨진 시를 위한 후기

숨숨숨 2019.05.05 18:25 조회 수 : 99

구겨진 시를 위한 후기

 

쓰이지 않은 시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일상의 삶으로부터 구제해 주는 사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오로지 쓰기 위해서 미간을 모으고

집중했던 일이 언제였던가요, 선택되지 않은 언어의 무리가 정수리를 짓누르며 불면을 겪게 했던

시간은 또 얼마 만인지요. 백해 하고도 무익한 이 시 쓰기가 시작되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변화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기 위해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고, 가능의 첫발을 위해서

불가능의 첨단의 서서 시를 쓰기 시도합니다.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이성복의 「서해」

 

서해를 향한 기차,

대전 쯤, 전주 쯤 내려서 당신이 계실, 그 곳은 남겨두고 싶은 마음의 어느 중간 쯤에서

시를 쓰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나 파도치고’ 있는 그 ‘한쪽 바다’에 시를 남겨두고

나는 돌아올까 하는 마음이 지금입니다.

 

쓰인 시는 남루합니다.

지나간 언어, 버려진 감각들을 알뜰히 주워 담아 엉성한 바느질로 덧붙인 자국들, 심연을 발견하러

들어가 곳에서 미련 많은 저수지를 발견하고 가라앉지 못한 감정의 부유물들을 뜰채로 건져 다시 엮어

볼까 하는 어설픈 시도는 계속 됩니다. 곧 구겨지겠지요.

 

시를 쓴 자가 감당해야 할 쓴 맛,

구겨진 시들이 구차한 파일명으로 쌓이고, 쓰고 남은 메모들은 먼지 되어서 저들끼리 뭉쳐 굴러다니는

테이블에 다시 앉습니다. 시 쓰기는 두려움과 설렘, 끊임없이 붙잡히는 단어의 꽁무니, 그리고 후에

느끼는 묘한 끝맛, 그것은 아직 쓴맛입니다.

 

하늘에 별만큼 시인이 많은 나라,

라고 언젠가 시인이 말했습니다. 별만큼 많은 시인과 더 많은 시 쓰는 사람들과 그들의

구겨진 시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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