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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사라지는 송악(ivy)이여, 돌 위에 태어난 덧없는 식물이여! 벽에 덩굴을 뻗고 창을 꾸미는 송악 가운데 가장 줏대 없고 가장 빛깔 없으며 가장 보잘 것 없는 것.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발코니에 나타난 날부터 가장 소중한 것, 샹젤리제에 이미 가 있을지도 모르는 질베르트 존재의 그림자와 같은 것, 나를 보자마자 "어서 술래잡기를 시작하자, 너는 내 편이야."하고 말할 질베르트의 그림자와도 같은 것. 산들바람에도 휩쓸려가는 가냘픈 식물, 그러나 한편으로 계절에 얽매여 살지 않고 시간에 사는 식물. 가까운 행복의 약속, 날에 따라 거절되기도 하고 이루어지기도 하는, 그만큼 더욱더 절박한 사랑의 행복에 대한 약속."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스완네 집 쪽으로> 3부 고장의 이름 - 이름, 동서문화사, 462)

 

1. 지난 시간(10/6) 우리의 토론은 활기찼었습니다. 오테트에 대한 사랑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고요와 평화를 마다하고 스스로 온갖 상상과 의심, 분노와 증오, 연민과 용서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그리하여 이런 삶의 헛된 소모를 종식시킬 죽음마저 바라게 되는 스완의 병적인 상태를 보면서, 우리는 과연 이런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었지요.

남자와 여자의 통상적인 사랑의 방식과 그 역전에 대해서, 스완처럼 상대방보다 더 사랑함으로써 수동적 입장에 놓이고 상처받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그러나 그것은 스완 자신의 사랑에 대한 사랑일 뿐,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사랑받지 못하는 오테트 역시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 속에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또한 사랑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끝까지 가볼 수 있는 스완과 결코 그럴 수 없는 오데트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대해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없이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프루스트의 동성애적 감수성에 대해서까지.

한편 '스완의 사랑'에서 프루스트가 거의 열 페이지에 걸쳐 공들여 말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부분은 바로 예술의 본질에 대한 것이었지요. 사랑으로 대표되는 삶의 변화무쌍한 변이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것도, 지성이 포착할 수 없는 과거의 참된 정수를 그 구체성 속에서 파악하고 고정시켜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행복 속에 이미 고뇌의 그림자가 들어 있었으며, 고통 속에 '명랑한 체념의 아름다움'이 내재해 있음을 말해주는 것도, 공허나 허무로 여기는 광대한 어둠 속에 엄청난 재산과 변화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그리하여 '영혼의 가장 특수하고 분명한 장식'이 됨으로써 죽음조차 극복하게 만드는 것도 모두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아직 소설의 초반이지만, 프루스트의 예술관을 명백히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대목이고, 왜 그가 스완과 오데트라는 인물들의 일견 소모적이고 낭비적으로 보이는 사랑을 그토록 여실히 묘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로도 읽히는 부분이었습니다.

 

2. 이번 주(10/13) 토요일에는 1편 3부 '고장의 이름 - 이름' 을 거쳐서 드디어 2편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로 넘어가 전반부인 604쪽 (동서문화사 기준)까지의 내용을 읽고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초점은 다시 마르셀로 옮겨져 있고, 스완의 딸인 질베르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이 둘이 샹젤리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고 마르셀이 질베르트에 빠져드는 과정이 틴에이저(로 추정되는) 시기의 풋풋함과 절박함으로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르셀과 스완은 이렇게 해서 점점 더 뗄 수 없이 얽혀가고 있습니다. 이 얽힘 속에서 무엇이 이들을 가르고 분기시킬지 예상해 보시면서, 다양하고 즐거운 해석들 많이 가져오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간식은 차차님과 달공님께서 준비해 주시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과 마음을 잘 여미시고, 토요일 오후에 만나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깊이 읽기> 세미나 개요

일 시 :   토요일 pm 7:00~9:00

장 소 :  <수유너머104>  2층 메인홀

교 재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동서문화사 (5권 완결, 민희식 역),  또는  국일미디어 (11권 완결, 김창석 역

             Marcel Proust, In Search of Lost Time, Vol 1~6 (Penguin Classics) (영문판은 준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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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2만원으로, 수유너머104의 모든 세미나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회 원 :  팡자, 카라, 최순, kgy, 로라, 메롱, 김민우, 밀스, 휘파람, 차차, 달공, wonderland

반 장알렉스  010-18-77공 (wonderlandh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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