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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 보기: 의식의 기원(Seeing Red: A Study in Consciousness)’  제1장 서두에서 저자 니컬러스 험프리(Nicholas Keynes Humphrey,1943∼)는 미국의 컨트리 음악 가수 조 킹(Joe King)으로부터 받은 질문을 소개합니다. "당신은 뇌가 죽은 다음에도 의식은 살아남는다고 믿으시나요? 그것을 지지해줄 과학적인 근거는 있나요?"(P7). 킹의 물음에 대한 험프리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험프리의 답을 듣기 전에 먼저, 이 질문이 담긴 이메일을 지난주까지 우리 세미나에서 다룬 이나스가 받았다면 어땠을까요? 그가 제시한 문장들로 그의 대답을 추론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죽음과 함께 기억은 사라집니다. 육체에서 정신작용이 생겨났으니, 당연히 육체와 함께 의식도 사라지겠죠. 죽음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생명체에 출현했는가를 알게 되신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단세포 생명으로부터 다세포 공동체(한 동물)로 전이가 일어나자, 생명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발달했습니다. 마침내 동물이 발생했을 때 예정된 대로 진정한 의미의 ‘공동 죽음corporate death이 창조’되었습니다.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하기까지 6억년, 진핵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가기까지 20억년이 걸렸습니다. 20억년의 비밀 속에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이 지구상에 발명되었습니다.

 단세포(자아로서의 개체) 유기체는 ‘죽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분열할 뿐입니다.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아메바는 수천 년에 걸쳐서 그저 수없이 둘로 나뉘었을 뿐 한 번도 정말로 죽은 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녀석(첫번째 녀석)이 밟힐 때까지 불멸의 존재인 것이죠. 반대로, 다세포 공동체에 속한 특정 세포 집단이 죽으면 다른 세포가 얼마나 건강한가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전체가 무너집니다. 사람이 심장이나 뇌에 입은 총상으로 죽을 때처럼요. 세포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다세포로 된 우리 존재의 핵심에 있습니다. 여기서 각 세포는 자신의 생존 원칙을 공동체의 생존 원칙으로 대체합니다. 다세포 유기체에서는 상황이 힘들어진다고 각 세포가 집단에 대한 유대를 깨고 달아날 수 없죠. 세포 모두가 하나의 큰 생명체에서 ‘함께 살고 함께 죽는 메커니즘’이 개발 된 것입니다.”

 70억 지구인 중에서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무려 93%라고 합니다. 65억여명의 사람들은 육체가 죽은 후에도 정신이 활동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론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스피노자가 명명한 ‘심신 평행론’으로 바라보기에,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의 생물학적 기작으로 인간의 보이지 않는 정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니, 저는 나머지 7% 즉, 5억명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여년 가량의 뇌과학 역사에서 아직 정신현상과 관련된 뇌에 대해 밝혀진 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제 믿음과 모순되게도 안도감을 주곤 합니다.  93% 사람들의 믿음이 헛되다고, 재회에 대한 바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7%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절대 존재마저 육체의 소멸과 함께 어떤 다른 비물질적인 형태에 대한 가정 없이 소멸해버림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박흥식 감독의 영화 ‘두 번째 스물’에서 사별한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의 대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처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것도 한 마디의 이별의 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갑작스레 찾아온 상실감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진화상 창조되었다.’는 냉정한 자연의 법칙에 뒤따르는,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후의 다른 삶은 없다.’는 무심한 우주의 속성만을 수용하는 것을 잠시 유보하고 싶은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뇌과학이 종교와 과학사이의 벌어진 틈새 사이에서 상실의 상처와 고통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대안적 연구와 실험들을 제시해 주길 기대해봅니다. 다시 처음 질문, ‘뇌가 죽으면 의식은 어디로 갈까?’로 돌아가서, 조 킹(Joe King)의 질문에 험프리는 어떻게 답을 했을까요? ‘빨강보기’ 책을 완주할 즈음 그 결승선 가까이에 제시된 답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빵강보기책표지.png

 이번주부터 읽을 ‘빨강 보기: 의식의 기원,니컬러스 험프리, 조세형 옮김, 이음’의 한글 번역본 제목을 풀어서 다시 써보면 ‘빨강 보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의식의 기원과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0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초청 강연을 기초로 쓴 책인데, ‘의식’이라는 큰 질문을 ‘빨강을 볼 때, 우리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일상의 사소한 질문으로부터 의식, 영혼, 정신, 자아 등 인간의 핵심 궁금증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의식은 왜 진화의 역사를 통해서 선택되었을까?’, ‘의식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끔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는가?’라는 문제를 험프리와 함께 풀어가다보면 ‘의식’이해에 대한 또다른 지평이 넓어져 있을 것입니다.

 

◈ 일시 및 장소 :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7시 30분, 수유너머 1층 우세미나실.​

◈ 범위:'빨강 보기:의식의 기원 제 1장, 2장’, p6-43

◈ 발제와 간식은 수복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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