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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제6장을 마지막으로 버틀러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D 

버틀러는 권력 외부의 대안은 결국 권력을 해체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대안이 다시금 권력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버틀러가 추구하는 변혁은 권력과 체제 내부에 있으면서 그 안에 작은 균열과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미시적 형태의 내적 저항입니다. 이러한 변혁의 모습을 맹거의 스펀지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버틀러의 문제의식 하에서, <성의 역사>에서 푸코가 인터섹스였던 에르퀼린 바르뱅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은 에르퀼린의 성(sexuality)을 지나치게 이상화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위티그가 주장한 "레즈비언은 여성이 아니다"에 대해서 버틀러는 위티그가 레즈비언을 이상적인 존재로 물화시킨다는 비판을 합니다. 푸코와 위티그는 그들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특정한 성을 이상적인 것으로, 실은 본질적이고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격상시키려는 점 때문에 버틀러에게 비판을 받은 셈입니다.

인터섹스가 타인과 맺는 관계나 레즈비언의 관계가 이성애규범과 성별이분법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섹스를 할때 임신의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성연애는 이따금 불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여남 모두 마음편히 연애를 하기엔 어려운 지점들도 분명 있고요. (저와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성애자 여성 친구들은 그냥 평생 연애를 안 하는 게 낫겠다며 이따금 저를 부러워 합니다.) 하지만 인터섹스도 레즈비언도 당사자의 삶에서 주류규범 혹은 주류의 법에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에르퀼린은 하루아침에 직장과 연인을 잃습니다. 레즈비언의 존재는 수면 위로 올랐을 때 부정한 것, 오염된 것으로 낙인 찍힙니다. 여학교에서 레즈비언이라는 말, 남학교에서 게이라는 말은 엄청난 낙인입니다. 낙인을 찍힌 사람은 바로 왕따가 되어 배척받습니다. 레즈비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버틀러가 인터섹스나 레즈비언의 삶을 낭만화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답답하게 느꼈을지 공감이 됩니다. 이성애자인 제 친구들은 동성연애를 하고 있는 저보다는 분명 이 사회가 인정하고 용인하는 틀에 가까이 있을 테니까요. 

누구의 삶이 더 불행한지를 줄 세우려는 시도는 아니였습니다. 다만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입체적이라는 것, 어떤 부분은 자유롭지만 또 어떤 부분은 여전히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되새겨보려고 합니다.

마음을 울렸던 구절을 옮겨 적으며 후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여성이라는 집단적 범주 없는 비정체성의 정치학을 추구하려는 버틀러의 정치적 노력은 오늘날 페미니즘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여성들이라는 범주 안의 주체 없이 페미니즘의 정치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제1세계의 백인 중산층 계급의 이성애적 가족에 기반한 기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면서, 또한 여성이라는 안정된 젠더 규범의 주위ㅇ서 서성되는 LGBTQ를 페미니즘의 주체로 수용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어떤 젠더가 되어가는 나는 내가 태어난 규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규제된 반복행위 속에서 언제나 구성되는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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