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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세미나〕 스트린느베리, 〈유령소나타〉 후기

크리슈나 2018.07.18 00:48 조회 수 : 139

〔문학 세미나〕 스트린느베리, 〈유령소나타〉 후기

 

                                                                                                                                                                                                        2018.7.17. 왕진희

 

뒤늦게 합류해서 급하게 이 작품을 읽었다. 문학세미나에 참석하는 첫날이기도 하니 ‘좀 조용히 듣고 얌전히 있다 오리라’ 마음먹었는데, 막상 세미나에 들어가니 반대로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나 각 장의 느낌, 이해하기 힘든 부분 등을 여과도 없고 두서없이 막 쏟아 부은 느낌이라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미나가 끝날 즈음에는 좀 더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었고, 토론의 유익함과 멀리서 기차를 타고 참석하는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모두들 서로 별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의견을 서슴없이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경청도 더 잘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럼~~ 인상적인 부분이었던 몇 가지만 간단하게 요약 할게요.

 

 

 

1. 부록으로 ‘스트린느베리의 유령소나타’에 대한 아르또의 연출계획서를 읽으며 ‘아 아르또는 희곡의 텍스트를 이렇게 연출해서, 작품에 생기를 부여하고 활력을 주는 구나‘ 생각했다. 아르또의 무대장치, 잡음, 조명, 연기를 연출하는 구체적인 일지를 들여다보며 이 작품을 더욱 실감나게 연극현장의 관객으로서 또는 연출가의 눈으로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는 연출에서 특히 잡음을 중요시했는데 예를 들어서 인물들의 행동 중 노인이 목발로 테이블을 내리치는 장면이 있었다. 이때 곳곳에 반향음이 생기게 해서 현실과 환상, 절대고독이 교차하는 묘한 지점과 일상의 진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1막에서 지속적으로 또는 가끔 크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나 분수의 물 흐르는 소리를 불규칙적으로 들리게 해서 시간과 공간, 현실과 비현실, 인물과 유령이라는 앞으로 전개될 극의 비범한 전개 내용을 관객들에게 긴장과 셀렘으로 암시를 준다. 관객들에게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한 선험적 경험으로의 강력한 임팩트를 주기위한 준비로 새콤달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전체요리의 에피타이져의 역할을 하게하는 아르도 만의 연출 역량이 엿보였다고나 할까...... 아르또는 연극이 텍스트에 종속되는 걸 원하지 않고, 다양한 연극적 각 요소들을 활용한 물질언어의 발명으로 고정된 대사에 거대한 에너지를 부여해서 용솟음치는 생명력을 부여하려고 했던 것 같다.

 

2. 이쯤에서 고백하건데 인사원에서 ‘지젝과 무의식의 정치학’을 통한 라캉의 정신분석을 주옥같은 강의와 텍스트를 통해 접하기 전에는 사실 이런 유령이 나오거나 환상적 이야기 등의 작품을 허황되다고 끔찍하게 싫어했다. 왜 쓸데없이 작가의 그러한 상상력에 놀아나는 한심한 우를 범해야하느냐고 말이다. 좋아하는 소설작가는 조정래나 최인호였다. 그러나 지젝을 통해서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활용한 그의 사유로의 텍스트읽기는 실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읽어서 대충 안다고 생각한 정신분석은 라캉의 삼원식과 프로이드의 도식적인 개념 정도로 어떤 관념에 머물렀지, 라캉의 그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려낸 지젝 적 텍스트 읽기는 매우 생소했다. 기존의 툴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현대의 복잡 다양한 중층구조 현실의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 키가 되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이 작품도 번지르르 멋지고 화려한 위선의 현실세계(라캉의 상징계에 속하는데 이 위선적인 상징계에서만 인간의 삶은 영위된다)와 유령을 통한(찢어진 장막으로 들여다보는 실재, 하지만 실재는 실체적인 것이 아니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우리의 있으나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이다. 3막으로 구성된 짧은 대사를 중심으로 매우 비약이 많고 압축된 언어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했거나 또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으로 접근해 인간군상의 말할 수 없는 실재에 대한 상징적 질서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 작품이 얼마나 치밀하고 논리가 촘촘해서 비약이 없는 섬세한 숨결의 작품인지 음미할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식인인 체하며 논리도 없는 관념 언어로 시나 문학작품을 남발하면서 스스로만 아는 형이상학적인 언어로 자신과 타인을 옥죄고 고착화 시키는 사이비들은 감히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와 내공이 있는 탁월한 작품으로 읽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지각 있는 주인공 남녀의 대사중 학생이 사랑하는 소녀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학생이 진실을 말하면 소녀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학생은 소녀에게 말한다. 소녀는 결국 죽게 된다. 하지만 이 죽음이 과연 죽음을 위한 죽음일까? 아닐 것이다. 죽어야 진정으로 사는 죽음의 터널을 뚫고 나아가는 열린 죽음이다. 결국 사는 것이 죽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살게 되는 죽음. 이건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쇼스타코비치가 자신의 교향곡 5번에서 환희에 찬 의례적 사운드로 크렘린궁을 만족시키는 언어를 표현한 거 같지만 사실 거기에는 미묘한 고독과 풍자의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음악을 듣는 수 천 명의 관중과 검열관들을 열린 죽음으로 인도하며 죽음으로서 그와 음악을 듣는 이들을 진정으로 살릴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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