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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인생을 갈수록 꿈과 같아지고 설명이 불가능해집니다. 아마도 죽어야 정말로 깨어날 겁니다" 

-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가 1901년 11월 <꿈 연극> 완성 2주 전에 칼라르손에서 보낸 편지 중에서.

 

스트린드베리가 초연날 참석할 관객을 위해 '관객에게 선사하는 글'에 보면 '마치 한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삶의 모든 일들을 다시 보게 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꿈 연극>은 삶이 꿈처럼 논리 정연하지 않고 혼돈과 무질서 가운데 있지만 꿈과의 유사성을 발견하면서 전체를 놓고 보면서, 마치 위에서 보는 것처럼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느낌으로 써내려 간 것 같다. 스트린드베리(1849-1912)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몰락한 상인과 그 집 하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성장하였다고 한다. 결핍된 사랑에 고뇌하면서 반항과 조소를 지닌 이성성격으로 일생을 방황하였다고 알려져 있고, 한때 의사, 화가, 배우를 지망하기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왕립도서관의 직원이 되어 생활이 안정되자 문화사와 중국학 등을 공부했다. 자서적전이 소설 <하녀의 아들> 등의 소설과 <율리에 아가씨> 등의 희곡을 계속 발표하여 철저한 무신론과 자연주의로써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는데 그후 성서와 스웨덴보리의 영향으로 신앙심을 회복하고 초기보다 더 두드러진 창작활동을 했다. 

이 중 <율리에 아가씨>는 <미스 줄리>라는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0383)_.jpg

-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희곡 <미스 줄리>는 두 남녀의 ‘사랑’을 신분상의 격차와 젠더와 섹스 사이의 갈등이라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투과하여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와 권력 투쟁’을 분석한 홍재웅의 글에 의하면, 스트린드베리는 1888년 여성작가 빅토리아 베네딕트손이 코펜하겐의 한 호텔에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한 사건을 접하고 영감을 받아 <미스 줄리>를 집필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는 에른스트 알그렌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활동해야 했던 베네딕트손의 사건뿐 아니라 여권 신장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던 19세기 말 북유럽의 정신사적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하녀의 아들이었으면서 귀족 출신 배우였던 첫 부인과 결혼했던 스트린드베리 자신의 자전적 경험도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다. 스트린드베리가 여주인공인 줄리를 ‘반여성’(半-女性)이라고 지칭한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성역할을 상당히 파격적으로 전복했고, 계급차를 넘어선 정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발표된 지 16년이 지난 후에야 무대에 올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이 작품은 스트린드베리의 작품 중 가장 빈번하게 상연되는 작품이 되었다- 

<꿈 연극>은 인도의 힌두교 신화에서 차용해온 인물인 인드라 신의 딸이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상에 내려와서 인간의 삶과 세상을 경험하고 다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그 과정에서 개연성 없이 일어나는 관계들로 파생되어 나온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 사이의 대화가 마치 경구처럼 쓰여진 희곡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꿈속에서 헤매는 듯 시간과 장소의 변화가 일어나고, 왜곡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희곡을 다 읽고나면 어쩌면 결론을 미리 도출해볼 수 있을 정도로 교훈적인 측면이 있어서 기대에는 조금 못미치는 부분이 있었다는 세미나 후기도 있었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작가가 했던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나는 개인적으로 받았다. 

역자 후기에 소개된 글에 보면 스트린드베리는 이 극을 '나의 발명인 새로운 형태'라고 설명했고, 앙또탱 아르또는 '이 작품 내에 표현된 정서의 볌위는 무한하다'고 칭찬했다 하고아르또가 연출한 공연에서 '사실적인 것 한 복판에서의 거짓된 것'의 표현에 주력했다고 한다. <꿈 연극>에 '올바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스스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과 악의 기준이 나의 판단 안에 갇히면서 스스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선이라는 의미이고, 또 아무리 사실 혹은 진실을 추구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스며들기 쉬운 위선이나 거짓같은 것을 생각한다면 스트렌드베리는 이 작품에서 비틈을 통해서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세미나 후기에서 번역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연극과 인간에서 나온 책을 대부분 읽었는데 이것은 영어를 번역한 것인데 비해, 스웨덴어를 번역한 번역본을 한 분이 읽어 오셨고 . . . 문학 번역은 역시 어학이 아니라 문학을 아는 사람이 쓰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아르또를 읽기 시작해서 스트린드베리로 왔고 이후에 그의 <유령 소나타>, 폴 클로델의 <마리에게 고함>을 읽고 나서는 처음에 예정했던 책들 말고 다른 쪽으로 조금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길은 만들어 가는 거니까 . .

<애드거 앨런 포 읽기>를 8월부터 이어갈 것 같다. 몇 십년 만에 이런 세미나의 형태에 참여하게 된 나로서는, 이름만 듣고 안읽어 본 사람들의 책,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숙제가 재미있기도 하고 수고스럽기도 하다. 월요일은 점심 때 안산에 다녀와야 하고 . .저녁에 세미나가 있는 월요일은 피곤한 날 ㅎㅎ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세상이 조금씩 넓고 깊어지고 또 내 안에 갇히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내일도 일단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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