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혹은 권력을 쥔 아이들
<빅토르 혹은 권좌의 아이들> 로제 비트라크
수유너머 문학세미나 7월 2일 후기
1. 더이상 어린애는 없지.
180센티가 넘는 건장한 빅토르는 아홉살이다.
'아홉'은 'neuf', 'neuf'는 '새롭다'.
이제 아홉살 생일을 맞은 빅토르는 새로운 아홉살이 된다.
웃지 않고, 냉소하는 어른 아이이다.
하녀을 희롱하고, 능숙한 거짓말로 아이를 매 맞게 하고, 우스꽝스런 장난으로 장군을 능욕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추악한 관계는 아홉살 빅토르와 여섯살 에스테르의 흉내내기로 까발려져
생일 식탁 위에서 화려한 만찬이 시작된다.
진실을 견뎌낼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가 과잉 성장한 아이들의 무대 위에서 잔혹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아무리 뺨을 맞아도 흉내내기는 멈출 수가 없다. 빅토르의 복통도 멈추지 않는다.
2. 서사는 거들 뿐
엄마 에밀리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 그의 바람둥이 남편 샤를,
그리고 모두를 가진 그들의 아들 빅토르와 행복해야 한다.
샤를의 정부 테레즈와 그의 오쟁이 진 남편 앙투안,
간음으로 태어난 에스테르가 빅토르의 아홉살 생일날 모였다.
죽음의 기운을 몰고 다니는 이다 모르트마르트 부인 방귀를 뀌다가 지독한 냄새와 웃음을 남기고 중간 퇴장한다.
에티엔 롱세귀르 장군도 모욕 당하고 사라진다.
권력을 쥔 아이들은 어른들의 추악한 진실을 연신 들추어내고, 흉내내고, 까발린다.
흉내 당한 어른들은 들추어진 테이블 밑에서 당황하고 경악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수습하고 용서하고 맹세하고 잠을 청한다.
빅토르는 배가 아프다, 에스테르는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뺨을 맞는다.
어른들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배가 아픈 빅토르는 어른들을 잠들게 할 수가 없다.
빅토르는 9년전 태어난 날 저녁 11시 반에 죽음으로 인해 죽는다.
에밀리와 샤를도 두 방의 총소리와 함께 죽는다.
비극이다.
3. 문제는 언어이다.
언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환상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아이들의 대화는 동문서답이고, 문장은 완성되지 않고, 단어들은 널뛰기 하고 있다.
프랑스어는 끊임없이 동음이의어들의 말장난을 계속하고 한국어 독자는 한 박자 늦은 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다.
멀리 있는 단어들은 대사 속에서 외려 유연하게 만나게 되고,
그것들은 다시 우리를 상상하게 하고 유추하게 하고 암시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에 의해 띄엄띄엄 말해지고 있는 대사는 언어의 관습적 기능을 넘어선 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대사와 대사를 가르는 ‘침묵’ ‘잠시’ 등의 지시문은 이미 무대를 꽉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마당은 이미 꽉 차 있어요”
2부 시를 말하는 시간
시를 쓰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백해하고 무익하다는 시인과
그 백해의 상처를 견디면서 또 시 쓰기를 하는 시인과 예비 시인.
하늘에 별보다도 더 많은 시인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 안내입니다.>
다음 주 7/9(월) 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꿈 연극>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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