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_후기] 언더그라운드 니체. 첫번째 시간

엇결과순결 2019.05.18 22:18 조회 수 : 81

때늦은 후기입니다. ^^;

 

한달여간의 긴 방학을 맞이하여 기존 회원들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다들 설레임을 안고 새로운 텍스트,

’언더그라운드 니체‘를 들고 익숙한 공간 수유너머104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번 ’즐거운 학문‘의 핵심멤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운데 신규회원분이 한분 들어오셨어요.

그래서일까요? 보통은 세미나가 시작되면 처음 1~2주간은 서로 호흡을 맞추는데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익숙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즐거운 학문‘을 거치며 다들 고양된 감정의 여파가 남아계셔서 인지

저희 세미나 특유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토론이 ’즐거운 세미나‘로 승화되고 있었죠.

새로 오신 분도 역대 최연소 나이(20세)에 걸맞지 않게 깊이있는 생각과 시도로 저희와

금새 어울리시는 모습도 좋았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세미나 시간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계보학을 아시나요?

- 오라클님이 미리 준비하신듯한 주제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아마도 니체의 ’아침놀‘이 계보학을 바탕으로

  기존 가치들을 무너뜨리는데 중점을 두는 텍스트이기에 우선 계보학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봅니다.

- 기존 가치의 역사가 만들어진 저들의 방법론의 역사학, 이라고 저는 미리 속으로 되뇌어봅니다. 마치 원래 자본이란

  내게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정당하게 사용하는 것 뿐이라는 논리에 대해 마르크스가 시초자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밝힘으로써,

  원래 축적된 자본은 없으며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최초의 착취가 그 바탕에 있었음을 밝힘으로서

  시초자본의 정당성 자체와 그로부터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한 소유권에 대해 논쟁을 일으키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 세미나에서 나온 말들을 보면 ’현재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들의 수치를 깨닫게 하는 연구방법‘,

   ’현재의 정당성의 논리학‘, ’시비를 따질 때 문제 그 자체보다 문제의 토대를 건드리는 것‘,

  ’프레임 밖으로 나가서 문제를 바라보기‘ 등등의 의견들이 있었어요.

- 실제로 살다보면 나의 일, 타인과의 관계, 가치관 등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이건 옳은거야라는 정당성으로 자신을 무장시키고 동시에 생각하는 것을

  멈춰버리고 가장 효율적인 행동의 방식을 루틴화 시키는 것이지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세상에 원래 그런건 하나도 없어. 왜 그래야 하는데?‘

   스스로 자신을 깨우고 탈출시키는 방법. 삶속에 계보학을 도입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2. 심연이란 무엇일까?

- 제가 니체 텍스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심연때문이라고 하면 공감이 되실런지요?

  이상하게도 니체는 텍스트마다 저의 깊숙한 곳에서 제가 감추고 외면하고 왜곡시켜왔던

  그 무엇인가를 예리한 칼로 깊숙이 찔러들어오는 그런 느낌을 줍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마치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시작했을 때,

  내가 믿는 가치를 많이도 해체시켰다고 믿는 제게 너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는 사람.

  ’즐거운 학문‘을 시작했을 때 이제 더 이상 무너뜨릴 가치는 없음을 나 자신을 잘 안다고 믿었을 때,

  나를 안다는 것 인식한다는 것 그것의 의미를 너 아직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

  니체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심연은 제게 그런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세미나에서는 나의 모든 근거가 사라지는 지점, 그래서 모든 감정과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

  그 결과 모든 가능성과 위험 그리고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정리되었습니다.

   실제 사례로는 미국의 월가 점거 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시 시민들의 자치적 공간 속에서

   기존의 모든 사회질서와 가치가 무너지고 새롭게 질서를 세우고 공동체의 욕망들을 드러내고 조화시켰던

   그 공간이 바로 ’심연’ 이 아니었을까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침놀에서 만나게될 나의 심연을......

  믿고 있어요. 니체가 그 심연을 내게 드러내 보여줄거라고.

 

3. 타자란 무엇인가?

- 우리들 인간은 정말 잠시만 방심하면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안주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타자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루틴하게 받아들이고 그냥 기본적인 용어의 하나로 간주해버리고

  써온 것은 아닐까요? 여기 우리의 루틴 파괴자 정화님이 계셔요. ^^

  저 질문 하나에 ‘아차 또 내가 사유를 멈추어버렸구나’ 싶었습니다. 정화님이 이번 시간엔 저의 심연을 건드려 주셨어요. ^^

- 우선 다양한 의견을 소개합니다. ‘나의 프레임을 깨줄 수 있는 자’, ‘동일성 vs. 비동일성’, ‘A와 not A’,

  ‘일정한 개념정의 보다는 맥락속에서 정해지는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관계’

- 오라클님의 정리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우선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동일자(자기)라고 정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누구를 내가 아닌 다른 자, 타자, 비동일성으로 보는지 판단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정의된 타자와 내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하고 있는지 바라보자.

   관계를 어떻게 맺고있으며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후 아침놀에서 제대로 다루어보자.

- 저는 타자의 문제야말로 철학의 시작과 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타자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그리고 그와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

  철학의 모든 주제는 이 안에서 놀고 있어요. 철학자들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그것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지요.

  한가지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은 내 안에도 타자성이 있다는 거에요. 내 안의 타자(익숙하지 않은 감정들, 믿음들)를

  나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발견된 이질적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요즘 새로운 관심사가 되어 공방에서 작업할 때마다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4. 노동은 일이 아닌 놀이가 될 수 있는가?

- 즐거운 학문 세미나를 통해 우리 모두 분명 어제의 내가 아님을 느끼셨을 거에요.

  모두 조금씩 변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여기 그 중에서도 완전 새로운 사람이 된 듯 보이는 한 분!

  강한상님이 묵직한 돌멩이를 냅다 저희에게 던져버립니다. ‘엌, 세미나가 이런 주제까지?’ 즐거운 세미나는 계속됩니다.

- 먼저 일이 왜 놀이가 될 수 없는가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자본적 관점에서 쉽게 말해 돈벌이의 수단으로서만

  노동을 할 때 우리는 일과 삶, 놀이가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 그럼 어떤 변화가 노동을 놀이로 만드는가? 내 안에서 우선순위의 전도를 가져오는 것. 노동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돈은 그 결과로 따라올 뿐임을 인식할 때 그것은 가능해질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런데 동시에 사변적으로는 쉬울 듯 보이나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기는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 또한 많았지요.

- 개인적 경험으로는 늘 자기 합리화와 자기극복의 경계선에 있는 대표적인 이슈가 아닐까합니다.

  제 와이프는 직장에서 훌륭히 일을 수행하면서도 엄청난 불만을 달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일하는 사람이지요.

  옆에서 계속 ‘너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이야기 해주지만, ‘그건 그냥 자기 합리화일수도 있어’라고 항변하곤 합니다.

  그 구분은 실제로 어떻게 가능할까요? 역시 니체가 말하는 ‘정직’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만이 아는 내 안의 진정한 변화, 그것은 그 이후에 그 사람의 삶의 태도 속에 은밀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노동이 놀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순간순간 무거워지는 몸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 마무리하며

- 이외에도 좋은 주제들이 나왔으나, 이미 상세히 설명해 주신 분이 있으신 바, 저의 후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할까 해요. ^^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첫시간부터 그동안 이어온 세미나의 축적된 힘이 드디어 발산되기 시작했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높은 동료의식과 호흡으로, 그러나 결코 동일자가 아닌 개별자로서 다양한 생각과 실험을 가지고

  서로의 인식의 장벽을 허물어줄 수 있는 그런 실험의 장(場)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럼 월요일에 다시 아침놀을 뚫고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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