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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후기] 2.18일 세미나 후기입니다.

엇결과순결 2019.02.19 17:56 조회 수 : 132

1. 이리 저리 우리를 끌고 다니는 니체씨

 

  - 니체의 망치는 잠시도 멈출 줄을 모릅니다. 오지랖이 넓은걸까요? 여기저기 안 쑤시고 다니는게 없습니다.

    그나마 일관된 표현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언제는 학문에 대해서 그리고 학자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표현하더니, 이제 와서는 즐거운 학문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미를 늘어놓습니다.

    예술도 그렇군요. 열정적인 예술혼을 근거없는 형이상학으로 비판할 때는 언제고

    다시 고귀한 삶의 예술을 찬양하네요. ^^;

 

  - 이런 니체의 말들이 어떤 이에게는 불편함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제 세미나에서는 그런 면을 발견했어요. 그 점이 저는 제일 좋았던것 같습니다.

    휘파람님께서 지적해 주신 - 니체가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가치마저

    무너뜨리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닐까? - 점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동안 배운 지식으로 열렬히 니체를 변호했습니다

    ; 니체에게 있어서 지켜야할, 보호해야할 가치란 없다. 다른 부분에서는 사랑에 대해 찬양하니 조금만 더 읽어보자 등등

    그때 정화님이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내가 알고 있던 개념들이 무너지고 있는 게 즐겁지 않으세요?"

    저는 정화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어쩌면 오늘의 가장 큰 주제였던, "지식을 체화하여 본능적으로 만드는" 것........

    이 주제의 해법이랄까? 접근법이랄까? 그런것을 정화님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우리가 믿어온 생(生)의 신뢰할 부분들이 무너지고 삶 자체가 문제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것이라고는 믿지말라! 삶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가능하다 - 즐거운학문 p29

 

     이 문장을 읽으며 머리로는 '좋구나!'라고 느꼈지만,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어제 우리가 세미나에서 토론한 내용들이 바로 삶의 신뢰 부분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무너졌을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될겁니다. 당연한 반응이라는 모로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우리 모두 그런 시기가 다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거에요.

     우리의 니체씨도 누구보다 그런 시간을 더 혹독하게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니체가 기존 가치체계를 모두 무너뜨렸을때 그는 필연적으로 고독해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 결과 질병에까지 이르렀을 겁니다.

     - 서문 p28. "우리는 산고를 격으며 우리의 사상을 탄생시킬 수 밖에 없으며,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그 사상에 주어야만 한다.

       그러한 고통이 우리를 더 심오하게 만든다. 이 길고 위험한 극기 훈련을 거쳐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다."

     - 서문 p29. "그러한 심각한 질병과 심각한 회의의 질병으로부터 돌아오면서 사람은 새로 태어난다."

    니체는 기존의 가치체계가 무너지는 것 속에서 고독과 고통, 죽음을 감수하는 질병에까지 이르고 나서야

    자신만의 가치를 새롭게 세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 과정이 바로 생성의 순간일 것이고,

    그 생성 자체를 다시 웃을 수 있는, 긍정하는 힘을 얻는 것,

    그것이 또다른 웃음의 미래이자 웃음과 지혜가 결합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 때에 이르러서야 웃을 수 있다는 것. 즐거운 학문을 할 수 있다는 것.

    정화님이 던져주신 말씀이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했었습니다. 이게 세미나의 힘이겠지요? ㅎㅎ

 

2. 존재의 목적을 가르치는 교사가 우리에게 다가온 모습들

  (1)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묻는 것은 교육의 결과인가 인간 본연의 모습인가?

      - 토론이 진행되면서 교육의 결과이자 동시에 인간 본연의 본성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존재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덧없음을 스스로 발견하고

        상기하며 집착하는 자신을 다시 내던짐으로써 새롭게 변신하고 가벼워지며 다시 비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이든 만족하고 안주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무거워질테니까요.

 

  (2) 질문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 연두님의 역습

      - 최근에 저는 니체의 책을 읽으며, 니체의 힘의 의지 또한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니체에게 당면한 문제의식의 프레임과 그 속에서 저항하고 파해법을 찾으려는 그의 의지는

        결국 그 프레임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니체가 던진 질문들이 불편한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그것이 니체에게 당면한 프레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질문도 가치전환이 되는군요. 연두님의 날선 지적이었어요. ^^

 

 (3) 그럼 노는 것이 최선인가? - 참관자의 기습

     - 어제 참관하러 오신 분이 있었죠. 참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질문.

       그 질문은 맞는듯 틀린듯......선뜻 동의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더랬습니다.

       몇분의 발언 속에 제 머릿속은 이렇게 정리가 되더군요.

       "삶은 목적이라는게 없어. 그렇다면 나 하고싶은대로 사는게 답이야." 

       "그런데 말이지...... 하고싶은것을 진실로 안다는게 사실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 원해야 하는 것, 그것들에 위계가 있다는 것,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우리를 몰아붙이고 숙고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니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3. 반전의 연속들

 

 (1) 빈곤을 동기로 활용하여 (p89)

     - 두가지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한무리는 빈곤을 필연성으로 해석하여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것으로

       또 한무리는 빈곤을 정신승리로 승화시켜도 결국 변하는 것은 없는 것에 대한 비꼼으로.

       개인적으로 세미나에서 만나는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기도 해요.

       똑같은 문장을 이리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니......

 

  (2) 세상을 등진 자 (p101)

      - 간만에 깔끔하게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방심한 것도 잠시, 오라클님의 반전은 이날의 또다른 하이라이트 였지요.

        대부분은 세상을 등진 자를 니체적인 사람, 즉 기존 가치를 버리고 새롭게 도약하는 이미지로 읽어냈는데요.

        오라클님은 그 반대로 이 세계가 아닌 저 세계(형이상학적인)로 나아가는 자의 모습으로 이해하셨지요.

      - 처음에는 당황했던 우리들은 서로의 해석을 드러내고 비교해보는 과정에서 점차 오라클님의 의견에 동조해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결국은 두가지 해석 모두 가능한 것으로 정리되었지요.

        그런데 후기를 쓰면서 정리해보니, 저는 오라클님 해석에 많이 기울게 됩니다.

        1번 아포리즘, 존재의 목적을 가르치는 교사에서도 두가지 웃음이 나옵니다.

         p66 '진리 전체로부터 우러나는 웃음' 과 p68 '위대한 목적의 설교자를 지배해 온 웃음과 이성과 자연'

         두가지 웃음 모두 삶을 긍정하는 의미입니다만, 둘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즉 목적론적 세계관에서도 우리는 삶을 긍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긍정은 또다른 문제점을 낳게 되지요.

         목적에 맞지 않는 타자를 양산하게 되고, 그 타자들은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

         그래서 우리는 목적없음을 깨닫게 되고 이를 긍정하는 웃음을 떠올리게 될 때

         삶은 그래도 살아볼만한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등진 자의 모습은 똑같이 자신만의 세상을 위한 긍정의 자세일 겁니다.

         둘은 피상적으로 구분될 수가 없어요. 이를 잘 들여다보고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니체의 의지가 아닐까 합니다.

         연두님이 지적하신 낙타의 털옷을 두른 영혼이 중요한 힌트가 아닐까 싶구요.

 

4. 미처 하지 못한 말들 - 세미나 시간은 이렇게 이어지고.....

 

   (1) 부패의 징후 p98 "미래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오늘을 위해 산다"

        - 니체의 사상은 끊임없이 비슷한 것들을 비교해서 분리해내고, 다르다고 생각해 온 것들을

          본질에서 다시 비교해서 사실은 같은 것임을 우리는 너무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혼동되기 쉬운 개념이 나오네요.

          흔히 니체 사상의 정수라고 하는 '순간을 영원히' '순간을 최선을 다하여 살아라'라고 하는 영원회귀의 개념과

          그냥 오늘 하루를 살기만 하는 것과의 차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사는데만 집중하는 것........어쩌면 오늘날의 YOLO의 모습이 아닐까요?

          YOLO와 영원회귀는 같은 걸까요? 다른걸까요? 세미나 시간에 다뤄보고 싶었어요. 한번쯤 생각해 보시길......

 

  (2)  취향의 변화 p109 - "그들의 취향과 혐오를 발설하고 전제적으로 관철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취향이 모여서 한 집단의 전체의 취향(소위 Trend)이 변하는 과정을 포착한 니체의 표현이 재미있어요.

       강자는 취향을 결코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폭군처럼 전제적으로 강압적으로 주장한답니다.

       "이거 멋있지 않나요?" 가 아니라 "어때? 멋있지!"라는 거에요.

       의문문이 아니라 느낌표로 끝나는 것. 가구쟁이들 중에 보면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의 취향을 강하게 주장하죠. 이제 그들이 미워보이지 않을 듯 합니다. ㅎㅎㅎ

 

  (3) 지식을 체화하여 본능으로 만든다는 것

      - 이미 충분히 다룬 이야기에 개인적인 일화로 사족 하나 붙여봅니다.

         며칠전에 목선반 작업을 배웠더랬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흔히 보는 원통형으로 생긴 다리를 깍는 건데요.

         축이 있는 선반에 나무 기둥을 끼우고 고속으로 회전을 시키면서 칼날을 갖다대어 원형으로 깍는 겁니다.

         고속회전 그리고 팔뚝만한 칼.....공포의 요소는 충분하지요.

         포인트는 회전하는 나무와 칼날의 만나는 순간의 각도에 있습니다. 조금만 틀어져도 칼날은 굉음을 내며

         튕겨져버립니다. 바로 코앞까지 칼날이 다녀가는 순간이지요. ㅎㅎ

         각도와 힘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선반앞에서 근 5시간을 연습했습니다.

         끝내고 퇴근하려는데 스승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아직도 머리로만 하려고 해. 칼날이 나무 위에서 춤을 춰야 해. 그냥 돌아가는 나무랑 칼이 만나는대로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지식이 체화되어 본능이 된다는 것. 어쩌면 이런게 아닐까 합니다.

          니체가 말하듯이 "춤추는 무희의 발"은 우리에게 엄청난 지식과 훈련, 시도와 반복이 있었기에

          춤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겨가는 것. 과연 그게 우리 생에 가능한 날이 올까요?

 

긴글 읽어주신 분께는 감사를.

댓글 달아주시는 분께는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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