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강좌_현영종 선생님 인터뷰

 

 


Q1. 스피노자를 오랫동안 공부하셨다 들었습니다. 긴 기간 동안 공부하실만큼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스피노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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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가 철학과 대학원에 갔을 때가, 2004년이니까 정말 오래 붙잡고 있긴 했네요. 그때 즈음에 우연하게 스피노자에 대한 발표문을 써야 했었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는 해야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좀 아프기까지 했었어요. 그러다가 어쩌다가 스피노자 전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매력이 다를텐데, 저는 자연주의적 전통, 유물론적 전통이라고 할까? 이런 철학적 흐름에 이끌립니다. 특히 스피노자는 과학 혁명의 시대 한 복판을 살았던 시대의 사람인데요, 과학이 서구 사상의 주도권을 지기 시작할 때, 그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새롭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했던 사상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데카르트 등이 종국에는 물질과 대립하는 영혼이라는 형이상학적 원리를 도입해서 이에 대응했다면, 스피노자는 과학적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우리 자신의 영혼도 그러한 기계론적 원리(정신적 자동기계)를 통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여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인문학 서적보다 과학 서적을 더 찾는 시대인거 같아요. 인공 지능 관련 강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고요. 반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시대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요, 저는 스피노자의 철학이 이러한 영역에서 뭔가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Q2. 스피노자의 저서를 읽을때 "행복"을 키워드로 두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스피노자는 자신의 초기작에서, 정말로 좋은 것, 행복을 찾겠다는 결심을 내세웁니다. 그게 스피노자 철학의 시작입니다. 또한 다른 저서에서, 특히 그의 주저서 「윤리학」의 마지막은 최고의 행복, 즉 지복에 대한 언급으로 마무리됩니다. 행복이 스피노자 철학의 가장 주된 관심이죠.
그런데 현대 스피노자 연구에서 이와 같은 본래 관심은 다소 경시되었어요. 연구자들이 스피노자 철학에서 현대적인 측면에 대해 연구하고 강조들을 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러한 스피노자 철학의 독특성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이해하려면, 그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기획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스피노자의 급진적인 존재론이나 윤리학, 정치론은 결국 무엇을 향하는가는 질문을 던져야지요.
게다가 스피노자의 행복론 자체도 독특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매우 고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합리주의적 관점에서 그것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가?

 

Q3. 스피노자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하나씩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스피노자의 문장이 있으신가요~?

A. 윤리학에 나오는 “영혼의 동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아서 대립되는 두 감정, 가령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왔다 갔다할 수 밖에 없다. 스피노자가 볼 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은 파도 위의 작은 배처럼 주변 환경에 의해 흔들리는 것들입니다. 현대철학 개념어를 쓴다면,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혼란한 것도 아닌, 준안정적인 존재?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지만, 외력에 저항하며 자신을 미약하게라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자. 제가 좀 심약해서 그런가? 이런 말이 좋네요.

 

Q4. 자연과학과 행복-윤리학은 언뜻 보기에는 연결점이 없어보이는데요, 어떤 포인트로 두 부분을 엮어가며 강좌를 들으면 좋을까요~?

A. 우선 스피노자는 윤리학의 기초에 형이상학과 자연학(과학)이 있다고 보았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스피노자에 따르면 인간은 하나의 개체(individuum)입니다. 그런데 스피노자에게 개체는 자연과학적 개념이거든요.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다가 균형을 이루어지면 생겨나는게 개체입니다. 행복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인간이란 무엇인지, ‘나’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는데, 자연과학적 개체 개념에 의해 설명된 ‘나’는 매우 독특합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것이 필연적인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스피노자의 세계를 맹목적이고 끔찍하다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영혼이라는 형이상학적 원리 대신, 입자들의 상호 관계에 의해 설명된 ‘나’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러한 ‘나’를 통해서 어떻게 외부와 소통하고,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가? 그리고 나아가 세계 전체 속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Q5. 윤리학의 많은 번역본 중 교재(강영계옮김-서광사)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도 추천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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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윤리학」(혹은 「에티카」) 번역본 중에서, 스피노자 전공자가 완역한 건 아직 강영계 선생님의 책 밖에 없습니다. 그 번역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시는 전공자분들도 있지만, 현재 출판된 책 중에서는 전 이 번역을 선호합니다. 강영계 선생님께서 거의 30년 전에 번역하셨고,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이 번역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제 새로운 번역이 나올 때도 되었죠. 전공자들도 이제 꽤 되고. 몇몇 선생님께서 새로운 번역을 준비하시는 걸로 압니다만, 아직 출판된 책은 없습니다.
참, 영어 번역본 참조하실 분에게는 curley의 스피노자 전집(the collected works of Spinoza I, II)을 추천합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인 멋진 번역입니다.
그리고 들뢰즈가 쓴 「스피노자의 철학」(민음사) 추천합니다. 스피노자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스피노자 철학 개론서로는, 네들러가 쓴 「에티카를 읽는다」 도 추천해요. 신뢰할 수 있는 학자가 쓴 책이고, 번역도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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