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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맑스코뮤날레 리뷰]



불안정노동체제의 종식, 어떻게 할 것인가

금민, <신자유주의의 종식과 기본소득>






장봄 / 수유너머N 회원




출처: http://www.wisdo.me/1279



매달 15일이 되면, 내 통장에서는 일정금액의 월세가 빠져나간다. 다행이 월급이 들어오는 기간에는 쑹덩 빠져나간 통장의 숫자를 보면 헛헛해하기만 하면 되지만, 강의가 없는 방학이 오면 나는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그 공백을 메울 ‘눈먼 돈’을 찾는다. 대학원생인 나는 지난 3학기간 받았던 학자금 대출금의 원금을 분할상환하고 있다. 매달 내야하는 월세와 학자금대출 원금과 이자는 반드시 지출되어야 할 고정지출인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비정기적 수입으로 살아왔던 때보다 수입은 늘었으나 동시에 고정 지출도 늘었다. 내가 선택한 길을 지속하기 위한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연구자라는 원하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연구를 위한 보장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지출되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계속 돈이 될만한 일을 찾게된다. 당장 돈을 손에 쥐게 되면 정작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자니 돈이 없다. 아.. 월세만 내지 않아도 된다면, 내게 매달 일정 정도의 소득원이 있다면... 허황된 꿈을 꿔보기도 한다. 들어오는 수입은 한달을 지내기에 빠듯하기에 저축이라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목돈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월세를 벗어나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된다. 이제 막 졸업한 이들도 얻기 힘든 안정적인 일자리는 나이가 꽉찬 나에게는 더더욱 요원한 일이 된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대학원과정을 마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악순환이다. 



출처 http://wanderingpoet.tistory.com/m/post/2390


바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이해해도 될까? “모두에게”,“조건없이” 일정 금액을 준다는 기본소득의 취지는 여러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운동이자 전략이다. 모두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만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조건속에서 기본소득은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전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적 기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재정모델에 관한 연구, 기본소득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포괄적인 사회운동이 형성되어야 한다. 2009년 보편복지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졌고, 노령연금 및 무상급식 논의를 부분기본소득으로 차용하면서 제도적으로 실질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기본소득은 사실 기존의 복지 시스템과 차별화를 두지 못한채 복지와 기본소득이 기묘하게 결합된 듯한 기본소득논자들의 수사들은 절대적 빈곤층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시스템을 넘어선 기본소득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부분기본소득의 논거와 전면적인 기본소득의 논거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혀 다른 방향의 동의기반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적인 기본소득 논의로 진전하기 위해 현재진행중인 부분기본소득논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운동과 전략이 필요하다. 


사실 전면적인 기본소득은 부분적인 기본소득과 다르게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체제 전반에 대한 개혁에 대한 점검없이는 불가능한 운동이자 전략일 수 있다. 더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것처럼 금융체제의 불안정과 그 구조적 위기를 해소하는 전략으로서 제시될 때 기본소득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2015년 맑스 코뮤날레에서 발표된 금민의 <신자유주의 종식과 기본소득>은 바로 이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을 제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에서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금융자본과 불안정노동체제라고 할 때, 이 불안정노동체제를 해체하는데 기본소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답하고 있는 것이 금민의 발표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가 만든 불안정 노동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기획될 때 새로운 사회적 전환을 위한 설계로 작동될 것이며, 운동으로서 기본소득은 이와같은 사회적 전환을 위해 신자유주의가 형성시킨 프레카리어트를 하나로 묶는 주체형성운동으로 작동(13)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타파할 전략이자 운동으로서 기본소득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발표자는 불안정노동체제의 문제를 소득분배율 저하에서 찾고 있다. 빈곤층의 소비는 늘어났지만 총소득에 대한 비중은 줄어든, 결국 소비는 부채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인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이는 임금소득의 축소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임금소득의 축소가 나타나는가. 이는 불안정노동체제가 그 원인이며, 이 불안정노동체제를 벗어나는 경로에서 기본소득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득불균형은 신자유주의 위기와 금융자본주의적 해결, 그리고 또 다른 위기 싸이클이 전개되는 근본원인이다. 그래서 소득안정성을 보장할 방법을 찾아야하며, 이 방식이 최저임금보장, 노동시간단축, 기본소득의 도입이 함께 작동할 때, 지금과는 다른 노동사회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불안정 노동체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보편적 현상이다. 정규직 노동시장 외부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형태가 지배적이며, 이러한 이중적 노동시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을 낳고 전체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을 하락시킨다. 2013년 3월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은 49.5%,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283만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40만원이다.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만이 저임금 노동체제의 특성은 아니다. 광범위한 비정규직의 존재와 임금격차는 정규고용의 임금도 억제하여 전체적인 노동소득분배율에 영향을 끼친다(5). 또 한국 신자유주의의 불안정 저임금노동체제는 장시간 노동체제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1,770시간인데 한국은 이보다 연간 393시간을 더 많이 노동한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낮은 시간당 임금 때문에 발생한다. 시간당 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임금체계의 개선 없이는 장시간 노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듯 노동불안정, 저임금, 장시간 체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하나만 해결하는 정책으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자는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최저임금인상과 기본소득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올리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 공유로 연대적 노동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발표자가 제시한 불안정노동체제를 돌파할 세가지 수단에 대해 보자. 


발표자는 첫번째로 최저임금 1만원, OECD 국가들의 최저임금 수준과의 비교를 통하든 노동자 평균가구인 2.5인 가구로 산출한 값이든 1만원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다. 그리고  현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수당 중심으로 노동시간단축을 곤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에 유리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로 35+8 법정 노동시간 상한제이다. 이러한 법정노동시간의 제한은 일자리 공유를 통해 고용율을 높일 것이라는 것이다. 단, 이 노동시간의 단축은 유연화를 촉진하는 수단이어서는 안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이다. 평균임금 223만원, 월 평균노동시간은 170. 7시간이므로 시간당 평균임금은 13,117원정도이다. 이때 35+8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보상해야할 노동시간을 최대 주당 9시간으로 보면 4주단위로 472,212원이 기본소득으로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이 보장될 경우 이를 통해 보전되는 분이 있기때문에 기본소득을 통한 보전은 월30만원으로 책정한다. 시간당 임금인상은 개별기업이 부담하지만 기본소득 도입은 사회전체적으로 부담하는 방식이다. 조세개혁과 함께 작동한다면 기본소득 도입은 실질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공유에서 중소자본의 부담을 줄이고 대자본의 부담을 늘리는 방법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도 이미 밝히고 있듯, 이는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의 인상, 노동시간 단축이 함께 작동할 때 기본소득은 불안정노동체제를 해체하는 도구로서 작동할 수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고용율 70%를 목표로 한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를 발표했다. 이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실제로 2015년 5월 취업자수가 1년 전보다 37만 9,000명이나 늘었으며, 고용율이 66.1%로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고용의 질이 양적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며, 새로 직장을 잡은 근로자 10명중 7명은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임이 드러났다.[각주:1] 또한 2015년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은 2014년보다 10만 1000명이 늘었으며 또한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벌어졌고, 고용의 질을 나타내는 사회보험 가입율은 떨어진 것으로 발표되었다.[각주:2]  이는 박근혜의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라는 것이 실제로 신자유주의적  질서 재편안에서의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며칠전 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는 동결안(5,580원)을 제시했다. 이러한 현실안에서 발표자의 기본소득에 대한 역할은 그저 꿈이기만 하다. 



이미지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21649



발표자는 왜 최저임금 1만원이 시급한지, 노동시간단축이 어떤 사회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기본소득이 연대적 노동사회구축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시간당 임금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노동시간은 길며 이러한 구조적 원인들로 인해 불안정노동체제는 유지된다는 것은 조금만 신자유주의 질서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미 문제를 알고 있고, 그 원인이 불안정노동체제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왜 신자유주의는 우리사회에서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무엇을 해야하며, 어떻게 이 난관을 해체나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즉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최저임금인상을 하나의 틀안에서 연동시킬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구체적 전략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적 동의지반을 어떻게 형성하고 어떻게 대중운동으로 확장시킬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그리고 누구와 연대할 것인지, 어떻게 연대의 지평을 넓혀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없이는 기본소득은 또 하나의 ‘수사’로만 남을 것이다. 한국의 기본소득운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1. 5월 취업자 증가폭 올들어 최대라지만...서울경제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506/e2015061021041948010.htm [본문으로]
  2. 비정규직, 601만명 "시간제"가 끌어 올렸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55876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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