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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파해치기] 웰메이드 오락영화, <군도>

수유너머웹진 2014.07.29 15:50 조회 수 : 4


웰메이드 오락영화, <군도>


 

 


수유너머N 회원 전성현




 

 들어가기 전에는 사실 두려웠다. 24일 이 영화를 본 필자는 23일부터 기록되고 있는 군도에 대한 감상평을 여기 저기 곳곳에서 살펴보았는데, 사실 긍정적인 평가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윤종빈에게 실망했다는 평가도 있었고, 130억이 도대체 어디 쓰인 건지 잘 모르겠다는 평가도 있었으며, 강동원이 너무 강하게 나와서 마치 히어로물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그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아서 이 영화를 정말 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윤종빈에 대한 애정을 믿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물론 돈을 날릴 가능성이 고려하여 조조영화로 보았다.


영화에 몰입을 하면서 어느새 뇌리에 있던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은 사라졌다. 또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봐야겠다는 다짐도 사라졌다. 영화를 끝마치고 극장을 나오며 들은 생각은 이거였다. “이 정도면 웰메이드 오락영화지!”

 




최근에는 사회 지도자층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테마로 하여 영화나 드라마 등이 제작되는 경향이 짙다. 2012년 대선 직후에 있던 레미제라블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 변호인들의 대흥행, 더 테러 라이브, 설국열차,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골든 크로스와 지금의 이 영화 군도까지. 노골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불평등에 대한 비판과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짙게 깔린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아마 지금의 시대적인 배경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윤종빈은 이 영화를 설명하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순수하게 오락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영화제작 신조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재미이기 때문에 그것에 중점을 맞춰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에서 순전히 재미만을 얻고 나가길 원하지 않는다. 영화에 쓰인 돈과 시간을 고려해보면 그것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영화로부터 재미를 넘어 사회적 성찰까지 얻길 원한다. 재미를 넘은 의미까지 얻길 원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윤종빈은 인터뷰에서 자신은 재미만을 제공할 뿐 의미는 제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설명은 일종의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는 기득권들의 행태에 대한 사려 깊은 고찰은 우리에게 지금-여기의 현실을 충분히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록 그 고찰이 조선시대를 주제로 한 것이었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끔 만드는 중요한 대사들과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국가로부터 탈주한 이들이 모인 코뮨적인 사회를 그린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러한 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평등과 인권을 바탕으로 정의하는 지점, 그리고 이러한 평등과 인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민중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지까지. 특히 세 번째 지점은 필자에게 너무나 의미 있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씬에서 강동원의 대사로 말해진 그것, “타고난 삶은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 용기가 있는 자만이 내게 오라. 그자의 칼이라면 받겠다.” 이 영화에서 민중들은 마지막을 빼고 거의 시종일관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로 나온다. 착취를 넘어서 수탈까지도 묵묵히 참고 견디며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민중들의 모습은 우리의 감정에 강한 분노의 소용돌이를 유발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서 보이는 민중들의 목숨을 건 결단은 그 핍박의 정도만큼이나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서사만 봤을 때 이 영화는 어쩌면 나이브한 것일 수도 있다. 핍박과 수탈에 견디다 못해 결국 민중들이 폭발한다는 서사는 너무나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부터 시작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이 악이 되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해주는 장치까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기 충분한 서사들과 그 서사들이 던져주는 의미는 너무나 상식적이어서 어쩌면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의미라는 것이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의미의 여부는 꽤나 중요한 것 같다. 의미 없이 재미만 있는 영화는 끝나고 나오면 허무하다. 뭔가 남은 게 없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의미 있는 영화들은 무언가 생각할 것을 던져준다. 비록 이 영화는 선과 악이 명확한 만큼 답도 명확하여 그 생각의 방향과 깊이가 그리 깊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도 생각을 이어나가게 한다는 것. 두 시간 동안 생각이 멈췄고 이후에도 생각할 것이 없기 때문에 허무한 영화보다는 어떻게든 생각을 이어나가게 하는 영화는 분명히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는가?

 

더불어 서부 활극을 방불케 하는 말 타는 씬과 홍콩 액션물을 방불케 하는 싸움씬까지 재미를 느낄 요소는 충분하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장면들이 인물들의 클로즈업으로 구성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클로즈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굉장한 오그라듬을 유발할 수 있어 그리 좋은 촬영기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클로즈업의 단점을 보이지 않는다. 화면을 지배할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하기 때문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필자는 강동원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어떻게 보면 재미와 의미라는 이분법부터가 너무나 나이브한 것일 수도 있다. 감독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이건 의미고 이건 아니고 이렇게 노는 것부터가 유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에 혐오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 또한 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분들께 이 정도 말만 해주고 싶다. 적어도 이 영화, 허무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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