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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묵묵,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 (출간기념 특강) / 고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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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강사 강 의 길이 비고 출처
2019.1.28 고병권

묵묵,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

(출간기념 특강)

54분

무료

대학로 @책방이음
관련도서

묵묵, 침묵과 빈자리에서 만난 배움의 기록, 고병권, 2018, 돌베개

 

희망도 절망도 없이 걸을 때 보이고 들리는 것들에 대하여
고병권의 에세이집 『묵묵』이 출간됐다. 니체, 스피노자, 마르크스 등의 철학을 소개하며 함께 읽어보자고 제안해왔던 고병권이 이번에는 자신의 일상과 강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노들장애인야학과 광화문 거리, 수용시설 그리고 미술관과 대학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시간에서 얻은 배움을 기록했다.
책 제목 ‘묵묵’에는 두 가지가 담겼다. 하나는 ‘묵묵하다’의 사전적 정의인 ‘말없이 잠잠히 자신의 길을 간다’는 뜻으로, 고병권이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지향하게 된 마음가짐과 자세를 나타낸다. 또 하나는 먹으로 소리 나지 않는 것들을 최대한 써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이는 한자 ‘묵默’이 어두운 밤(‘흑黑’), 개(‘견犬’)가 잠잠 히 사람을 따르는 모습을 본 딴 상형문자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곁에 있는 줄도 모른 채 지나쳐왔던 존재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묵묵히 걸어가 기록하겠다는 그의 작은 외침은 길을 헤매며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울림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정표를 잃은 곳에서 길이 보인다. 아, 나는 이런 길 위에 있구나.”
인문학과 지식인의 자리를 되묻는 비평적 에세이

『묵묵』에는 고병권이 지난 4년 여간 발표했던 글과 신문칼럼이 수록되어 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모아 놓고 보니, 한동안 그는 길을 잃으며 자신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있었다. ‘수유너머’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제도권을 벗어난 인문학공동체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인문학이 지닌 효용성과 가치를 전하는 데 앞장섰던 고병권을 떠올리는 독자라면 이런 모습이 다소 낯설지도 모른다. 그는 한껏 높였던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걸었던가. 목적과 이유를 잃고 오래 허둥댔다”(「프롤로그」).
『묵묵』에는 왜 자신에게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보다 무엇이 변화했고 새로운 무엇을 다시 고민하게 됐는지가 더 비중 있게 서술된다. 인문학뿐 아니라 지식, 앎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됐던 것은 아닌지 회의하고 옳은 말, 분명한 목표, 책임 등에 짓눌려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낸 적이 있음을 반성한다. 무엇보다 인문학자와 지식인이 자신이 말하고 쓴 글에 떳떳한지 묻는다. 그는 2014년에 독자를 향해 썼던 ‘옳은 말은 옳은 말일 뿐이다’라는 문장이 자신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 경험을 적으며, 옳은 말의 범람과 한계를 비판한다(「말의 한계, 특히 ‘옳은 말’의 한계에 대하여」). 그렇다면 이것은 비단 고병권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 연일 열렸던 인문학 강연들이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고, 고된 일상을 짊어진 이들에게 인문학이 희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거듭 확인하지 않았던가. 현장인문학의 전선에 뛰어들었던 한 철학자의 자기반성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질문하게 할 것이다.

“어두운 밤길, 내 곁에는 언제나 개 한 마리가 소리 없이 걷고 있었다.”
목소리 없는 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하여

『묵묵』은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만져졌고, 말할 수 없기에 들을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고병권은 섣부르게 품었던 희망과 절망을 내려놓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곳에 늘 누군가가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게 아니었다. 언제나 그의 손을 붙들고 말 건넸는데 자신의 귀가 닫혀 있었기에 듣지 못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책에 ‘목소리’, ‘침묵’, ‘빈자리’, ‘쓸모없다’, ‘듣다’, ‘보다’ 등의 단어와 서술어가 빈번하게 쓰이고 짧고 길었던 사람들과의 인연이 자주 묘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장 ‘개가 짖지 않는 밤’에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만났던 여러 학생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권자, 후원하는 자와 후원받는 자, 대학과 그곳의 학생들, 성소수자, 시설 및 수용소에 강제수용된 사람들, 노동자들, (성폭행을 당한) 여성, 난민뿐 아니라 약물 실험의 대상이 된 동물과 인간에 의해 버려진 동물들까지 등장한다.
또한 책에는 세월호로, 장애인 투쟁으로 세상을 떠난 영정 속 고인에 대한 자리도 짧지 않은 분량으로 마련되어 있다(3장). 이는 고병권이 자신의 듣지 못하는 무능을 상대방의 말하지 못하는 무능으로 성급하게 바꿔치기하는 일의 위험성을 강조했던 것과 연결된다. 빈자리를 채우기보다 그곳을 그대로 둔 채 물끄러미 오랫동안 지켜보는 행위는 떠난 이가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일 수 있다. 고병권은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그들은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들을 수 있는가’이다.

“그냥 걷자. 요란 떨지 말고.”
내 안의 영리함을 버리고 걷기 위한 고병권의 묵묵 선언

고병권은 책을 준비하는 동안 지금처럼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고, 내세울 게 없으며,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기 어려운 때가 없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순간, 그가 택한 방법은 그저 묵묵히 걷는 일이었다. 「프롤로그」에서 “그냥 걷자. 요란 떨지 말고”라고 썼던 그는「에필로그」에서도 “생이란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살아내는 것이다. (…) 우리는 끝을 관통하는 방식으로만 끝에 이를 것이다”라고 또 쓴다. 덧붙여 루쉰의 마지막 글이 미완인 것도 그가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번 책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의심이 생기고, 자신감이 떨어진 누군가에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계속 걷자고 말해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병권의 묵묵 선언이 본격적인 춤을 추기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이라는 점이다. 그는 4장에 수록된 글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맹학교 노들장애인야학의 신경수, (故)김호식 학생 등 덕분에 발견하게 된 인식의 전환과 니체가 말했던 위버멘쉬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가령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손으로 만지고 작업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코끼리들과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발표한 익숙한 일상을 흔드는 작품들에서 유사성을 발견한 부분이 대표적이다(「불가능한 코끼리」). 그렇다면 이렇게 책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이미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 운명과 춤을 추기’ 시작한 게 아닐까.

 

강사소개 :: 고병권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서유럽에서 근대 화폐구성체의 형성」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지식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니체와 들뢰즈 및 민주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문제들을 연구하며 집필, 강연했다. 지금도 여전히 제도권 밖 연구공동체에서 마르크스, 니체, 루쉰, 스피노자 등을 함께 읽고 공부하며 살아간다.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9 (천년의 상상, 2020)
『자본의 꿈, 기계의 꿈』8 (천년의 상상, 2019)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7 (천년의상상, 2019)
『공포의 집』6 (천년의상상, 2019)
『생명을 짜 넣는 노동』5 (천년의상상, 2019)
『성부와 성자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4 (천년의상상, 2019)
『화폐라는 짐승』3 (천년의상상, 2019)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2 (천년의상상, 2018)
『다시 자본을 읽자』1 (천년의상상, 2018)
『묵묵』 (돌베개, 2018)
『다이너마이트 니체』 (천년의상상, 2016)
『너머학교 열린교실 세트』 (너머학교, 2014)
『철학자와 하녀』 (메디치미디어, 2014)
『언더그라운드 니체』 (천년의상상, 2014)
『살아가겠다』 (삶창, 2014)
『점거, 새로운 거버먼트』 (그린비, 2012)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린비, 2011)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 (공저, 그린비, 2011)
『생각한다는 것』 (너머학교, 2010)
『머너학교, 열린교실 세트』 (공저, 너머학교, 2010)
『추방과 탈주』 (그린비, 2009)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그린비, 2007)
『코뮨주의 선언』 (공저, 교양인, 2007)
『화폐, 마법의 사중주』 (그린비, 2005)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린비, 2003)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 (소명출판, 2001)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 (세종서적,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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