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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리뷰] 책에는 진리가 없다

수유너머웹진 2019.06.26 16:29 조회 수 : 130

책에는 진리가 없다




조정현(수유너머104 세미나 회원)


컴퓨터가 덧셈을 하는 방법

컴퓨터가 덧셈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을 생각해 보자. John Rogers Searl 중국인 실험과 비슷한 실험이다. 그림 1. 처럼 A,B 2개의 방이 있다. 방에는 입력을 받아 들이는 창과 출력을 내놓는 창이 있고, 입력창으로 덧셈 문제를 넣을 있다. 입력창으로 덧셈 문제를 넣으면, 안에서는 덧셈을 계산하여 결과를 출력창으로 보낸다. 그림은 3+5 입력창으로 넣었을 , 출력창으로 결과를 내놓은 결과이다.  





그림 1에서 A방과 B방은 동일한 문제 ‘3+5=’ 에 대해서, 동일한 출력물인 ‘3+5=8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입력과 출력만을 비교하면, A방과 B방은 동일한 동작을 한다고 보아도 된다. 각 방의 입력과 출력만을 비교하고, 방의 내부에서 수행되는 구체적인 계산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때, 우리는 A방과 B방을 black box로 간주하는 것이다.  A방과 B 방을 Black box로 보지 않고, 내부 구조가 보이는 투명한 White box로 보면,  A방과 B방은 동일한 동작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도 있다.  A방과 B방을 white box로 생각했을 때, 다른 동작을 하는 경우를 제시해 본다.


A방은 ‘3+5=’ 라는 문제가 입력창으로 들어오면, 이를 3+5 = (1+1+1)+(1+1+1+1+1) = (1+1+1+1+1+1+1+1) 로 바꾸어 계산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A방의 방식대로 계산하면 (1+1+1+1+1+1+1+1) = 8 이므로, ‘3+5 = 8’이라는 결과가 나오며, A방은 이 결과를 출력창으로 내보낸 것이다. . A방이 수행하는 방식은 것은 덧셈을 세기(counting)로 고려하는 방식이다. A방은 덧셈문제가 입력창으로 들어오면, 이를 세기(counting)문제로 전환하고, 개수를 헤아려 덧셈의 답을 찾고, 찾은 답을 출력창으로 내보낸다.

이에 비해 B방은 덧셈표를 이용하여 덧셈을 계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1은 덧셈표를 보여준다. 덧셈표를 이용하여 덧셈을 수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x+y’라는 수식이 있을 때, 수식에 있는 x는 덧셈표의 첫번째 행에서 찾고, 수식에 있는 y는 덧셈표의 첫번째 열에서 찾는다. 수식 ‘x+y’ 를 계산하는 방법은 덧셈표의 첫번째 행에서 찾은 x, 첫번째 열에서 찾은 y가 가리키는 좌표의 숫자를 찾는 과정이다. 1에서는 ‘3+5’를 계산하는 과정을 간단히 표시하였다. 진한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3+5’ 덧셈문제를 찾는 과정이다. B방의 덧셈방법 즉, 덧셈표를 이용하는 방식에는 헤아리거나 세는 과정이 들어 있지 않다. 이 방법은 덧셈 문제를 표에서 값을 찾는 문제로 전환시켜 해결하는 방식이다. A방이 덧셈을 세기(counting) 과정을 통해 해결하였다면, B방은 덧셈을 찾기(searching)과정을 통해 해결하였다. A방과 B방은 덧셈의 풀이 과정은 다르지만, 덧셈이 결과는 동일하다. 참고로 표1. 덧셈표에서 c는 자리올림수 즉 carry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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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덧셈표를 이용한 덧셈과정



컴퓨터는 덧셈을 인간이 수행하는 덧셈방식을 이용해 수행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수행하는 덧셈은 B방처럼 덧셈표를 이용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B방처럼 수행하는 덧셈 방식은 인간이 머리속에서 헤아리는 방식이 아니라, 상징기호를 조작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쉽게 말해 상징기호를 조작하는 기계이다.


컴퓨터는 덧셈을 할 때, 인간처럼 헤아리는 과정이 없으므로, 진정한 덧셈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덧셈의 결과가 인간의 덧셈방법에서 나온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므로 덧셈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질문은 덧셈을 너머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할 수 있다. 컴퓨터는 바둑의 수를 구할 때, 인간과 다른 과정을 통해 찾아낸다. 이 때, 컴퓨터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바둑 수를 찾아내므로 바둑을 둔다고 볼 수 있는가? 아니면,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동작하여 바둑 수를 찾아내므로, 진정으로 바둑을 둘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번역한다. 그러나, 인간이 언어를 번역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번역을 수행한다. 이 경우,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한 번역과 컴퓨터가 한 번역은 번역결과가 정확히 일치하므로, 내부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의 정확성만을 고려하여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이런 부류의 질문은 과학으로 확장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복소수를 이용하여 계산한다. 그리고 복소수를 이용한 계산결과는 현실과 잘 들어맞는다. 양자역학에서 복소수로 계산한 결과가 실세계와 잘 들어맞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 세계가 복소수로 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우리는 계산 결과가 세상과 잘 맞는다는 이유로, 세상은 계산 과정대로 이루어 졌다고 봐도 되는가? 우리는 덧셈표로 계산한 덧셈 결과가 잘 맞는다는 이유로, 인간의 머리에는 덧셈표와 같은 기호뭉치가 있고, 인간이 수행하는 덧셈은 이 기호뭉치를 조작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되는가? 일반상대성 이론이 실세계과 잘 맞는다고 해서, 일반상대성 이론을 계산하는 과정대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고 봐도 될까? 세상의 내부구조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표현하는 수식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결과가 잘맞는다는 이유로 이론이 가진 수학의 계산과정처럼 세상이 동작한다고 착각할 가능성은 없는가?


지금까지 앞에서 제시한 물음은, 세상은 인간이 수행하는 추상적 사고의 방법대로 동작하는 가를 묻는 것이다. 사람이 자랑하는 인간의 위대한 능력 중에 하나가 추상적 사고 능력이다. 많은 경우, 세상은 인간이 수행하는 추상적 사고와 동일한 방식으로 동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는 추상적 사고능력을 중요시 한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추상적 사고능력이 좋아야 한다. 추상적 사고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결국은 사회가 좋은 직장이라고 인정하는 곳에 취직하여 안정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추상적 사고 능력은 결국, 상징기호를 머리 속에서, 잘 조작하여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상징기호 조작능력을 인간이 가진 위대한 능력으로 생각되었지만, 어느 순간 돌덩어리를 얇게 만들어 자극을 주었더니, 이 돌덩어리가 인간보다 상징기호를 훨씬 더 잘다루게 되었다. 우리가 자극을 준 얇게 만든 돌덩러리가 컴퓨터라는 기계다.




상징기호조작은 기계가 더 잘한다.


컴퓨터가 덧셈을 하는 방법은 인간처럼 수를 헤아리는 방식이 아니라, 상징기호를 조작하여 또 따른 상징기호를 찾는 과정이다. 컴퓨터란 결국 기호를 조작하는 기계일 뿐이며, 기호의 의미를 추구하는 기계가 아니다. 여기서 인간이 하는 활동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상징기호를 조작하는 기계처럼 살고 있지는 않는가? 상징기호조작에 머물러 있는 인간은 결국 돌덩어리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기 쉽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대부분의 인간이 하는 일은 상징기호를 조작하는 일이다. 수학, 물리학, 철학,경제학등 교육을 통해 전수되는 것들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고 이 개념을 표현하는 상징기호를 다룬다. 우리 일상생활을 관찰해 보자. 하루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업들, 예를 들어, Internet을 하고,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휴대폰을 이용해 사람들과 접축하는 일들 중 많은 부분이 실제 세계와 접촉하기 보다 상징기호와 접촉하여 상징기호를 경험하는 일이다.


상징기호조작을 신속하고 능숙하게 진행하는 사람을 총명하다고 부른다. 아이큐 검사를 생각해 보자. 아이큐검사의 문제들은 보면 상징기호를 남보다 신속히, 정확히 조작할 수 있는 지 검사하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시험들, 자격증을 얻기 위한 시험들을  봐도, 상징기호를 이해하고, 상징기호로 상상하고, 상징기호로 표현하는 능력에 대해 평가하는 문제가 대다수이다.


알파고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겼을 때, 우리들은 깨달았다. 이제 상징기호조작에 기반을 둔 추상적사고능력은 기계가 인간보다 더 낫다는 것을.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나? 추상적 사고능력을 가지고 기계와 경쟁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삶의 방법은 있는가? 비트겐슈타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4.022 명제는 만일 그것이 참이라면 사정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책들 중, 특정 부류, 예를 들어 철학이나, 수학, 과학책들은 모두 명제의 나열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에서 주장한다. 명제는 참,거짓을 내재하지 않는다고. 명제는 단지 그것이 참일 경우에 사정이 어떠한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그럼 참,거짓은 어디에 있는가?


2.223 그림이 참인지 거짓인지 인식하려면 우리는 그것을 현실과 비교해야 한다.
2.224
오로지 그림만으로는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인식할 수 없다.


논리철학논고는 주장한다. 참과 거짓은 현실과 비교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지, 그림(명제)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철학책에는 길이 없다. 철학책에는 진리가 없다. 진리를 알고 싶은가? 현실과 맞닥드리고, 현실에 젖어들고, 현실을 느껴라. 직접 밥을 하고,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고, 직접 옷을 만들고, 직접 먹을거리를 길러라. 책은 옆에 놔두고 가끔 보기만 해라. 추상적 사고능력으로만 살려고 하지 마라. 그러는 순간, 세상은 당신을 컴퓨터라는 기계의 대용품으로 취급할 것이다. 이것이 비트겐슈타인이 우리를 위해 해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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