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마굴리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리뷰



 로라(수유너머104 회원, 생명과학과 철학 세미나 반장)




들어가며

린 마굴리스의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3번에 나누어 읽었기 때문에 지난 주 세미나는 린을 읽는 마지막 세미나가 되었다. 이 책 이외에도 그녀의 책은 공생자 행성”, “마이크로 코스모스”, “섹스란 무엇인가 등이 있고 그녀가 타계한 이후 아들 도리언 세이건이 여러 과학자들의 추모 글을 엮은 린 마굴리스도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생명에 관하여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고, 특히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던 지구 물질의 생명적 현상에 관한 놀라운 내용이 담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는 학설들이 꽤 있어서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녀의 다른 책도 함께 읽었으면 했으나 앞으로 읽어가야 할 저자들의 책이 많아 이것으로 린 마굴리스를 지나쳐 가야했다. 많이 아쉬웠다.

 


브루노와 버틀러를 닮은 그녀, 린 마굴리스

린 마굴리스가 진화사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이룩해내었다든지, “진화사를 다시 쓰게 했다라고 하는 동료 과학자들이 평가보다도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는 동안 내가 읽어 낸 것은 진실을 향한 그녀의 열정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처음으로 공생설을 접하는 순간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는 직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많은 실험을 통해 공생을 증명해 내었다. 생물학계의 주류라는 거대한 벽 앞, 미생물의 영역과 진화생물학의 영역을 둘 다 헤집고 다녀야하는 거센 파도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돌진하는 무쇠와 같은 열정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완강하게 동료들과 논쟁하고 설득했던 그녀도 무척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논쟁의 장에서 그녀는 전투에 임하는 전사처럼 거칠게, 때로는 상당히 방어적인 자세로 다른 학자들을 대했다는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동료들의 증언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이 책에서 이단으로 몰리고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결국에는 종교재판에서 화형당한 조르다노 브루노 (1548~1600)를 과학 역사 비극의 사례로 들었고, 뉴턴의 과학과 다윈의 기계론적 진화라는 거대한 주류에 반기를 들었던 사뮤엘 버틀러(1835~1902)에 대하여도 자세히 기술하였다. 버틀러는 다윈이 진화과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묘사한 점에 질려하면서 다윈이 생물학에서 생명을 도려냈다고 빈정대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생명을 에 의해 움직이는 물체로 보는 다윈의 신뉴턴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각 있는 생명이 자신의 진화에 부분적인 책임을 지는 존재로 묘사했다. 그것은 마치 신다윈주의자들의 교리적 진화적 종합에 대한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지구를 숨 쉬고 기억하고 여러 습관을 지니는 괴물로 여겼다. 지구가 살아있다고 믿은 케플러의 생각이 오늘날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우리에게 과학이 점근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 궁극적인 지식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결코 도달하는 법 없이 단지 근접해갈 뿐임을 일깨워 준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P17)

 

그녀의 공생 가설이 이렇게도 힘들게 주류에 편입[각주:1]되었지만, 다시 새로운 발견이 나타나면 그녀의 이론도 신화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신 다윈주의자들과의 논()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인류는 혁명적인 진화론을 무기로 신의 질서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그 후 여러 분야의 연구를 통해 20세기 중반 (1930~1940년대) 진화적 종합[각주:2]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진화론의 틀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로써 진화론은 또 하나의 교리적 학문의 성격을 띠게 된다.


모든 과학 중에서 특히 생물학의 개념은 환원주의적일 수가 없고 비가역적이며 창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과학 개념은 가설이지 교리가 아니기에 의문과 반증에 열려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학 각 분야는 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편이다. 신다윈주의자들이 형성한 이론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개체군 내의 유전자 돌연변이와 재조합을 통한 점진적인 변형이 진화를 이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끊임없는 생존 경쟁이 주가 되고 안정된 유전적 공생은 아주 드물게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린이 주장했던 진화적 변혁의 핵심이 공생이라는 주장, 특히 감염을 통한 유전이나 수평적 유전적 공생은 배재하였다. 린이 넘어야 했던 또 하나의 산은 미생물학과 진화학의 두 분야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으며 서로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생물을 연구하는 분자 생물학자들은 진화를, 진화를 연구하는 진화 생물학자들은 미생물에 대해 무지할 뿐 만 아니라 서로 알려고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SET( Serial Endosymbolis Theory)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 

SET는 린 마굴리스의 핵심이론으로서 역사와 능력이 각기 다른 세포들이 융합한다는 이론, 하나 됨의 이론이다”. SET 이전에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 같은 세포 융합성(cell-fusion sex)을 다룬 이론이 없었다. SET는 융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이다. 그녀는 진화적 새로움이 대부분 공생의 직접적인 산물이었으며 생전에 그렇게 믿고 살았다.

연속 세포내 공생이론에서 연속이라는 말은 융합이 순서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공생자들이 완전히 융합되어 새로운 존재를 만든다면 그 새 개체’, , 융합의 결과물들은 정의상 공생 발생을 통해 진화한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사실, 공생 발생이라는 개념은 한 세기 전에 등장했었지만 그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도구들이 나온 것은 최근이라 최근에야 공생이론이 증명될 수 있었다.

 

세균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변명

공생이론도 수많은 오해와 논쟁을 통하여 이제는 교과서에 당당히 실리지만 진핵 생물을 탄생시킨 원핵생물계의 주인공을 차지하는 세균에 대한 편견은 또한 어떠한가? 세균에 대한 개념은 질병의 세균론으로 시작되어서 일반적으로 세균이 숙주에 해악을 끼치기만 하는 나쁜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병의 치료와 의료기구에 쓰이는 무균, 멸균의 개념이 건강한 조직의 특성이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편향적인 세균 개념은 일반인 뿐 아니라 과학계에서도 이렇게 받아들여졌었기에 우리 인류의 기원이자 선조이면서 지금도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균에 대한 오해를 아직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균은 반쯤 생기다 만 생명이 아니라 완전한 생명이며 35억 년 이상 계속 번성해온 진화한 존재다. 세균은 지구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화학 물질 발명자이지 단순한 병원균이 아니다, 자신을 복제하는 생명은 물질적 특성이 보존되어있으므로 세균 세포는 먼 과거에 존재했던 지표면의 화학적 성질에 대한 열쇠를 간직하고 있다...멸종한 적이 없는 세균은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집까지 제공하는 식물이 잡초가 아니듯이 병원균이 아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P84~85)

 

그녀는 생명권의 지배자는 세균이며 생명은 세균이다라고 일축함으로써 우리의 무지를 단번에 깨버린다.

 

가이아

학계의 여러 영역을 넘나 들어야하는 린 마굴리스의 주장은 재야 학자 제임스 러브록과 함께 발전시킨 가이아 이론과도 연결된다. 그녀는 어떠한 기관의 도움도 연구비 지원도 전혀 받지 않은 채 생명이 지구의 대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하던 재야의 기상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연구를 적극 지지하고 그와 많은 교류를 하였다. 그리고 저서 공생자 행성에서 자신의 중요 개념인 SET와 가이아 이론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히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이아 이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가 지구는 하나의 생물이라는 것인데 가이아 이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러브록은 생명이 어떤 행성에 있던지 간에 그 행성의 유체들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온과 대기 조절이 지구 규모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 이런 중요한 환경 조건들은 적극적으로 조절되어야하며 생명이 자신의 환경을 조절하다고 주장하였다. 살아있는 지구인 가이아는 하나의 생물이나 한 생물 집단을 훨씬 초월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어떠한 생물도 자신의 배설물을 먹지 아니하므로 한 생물의 폐기물은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지만 가이아 계는 자신이 먹이와 남의 폐기물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지구 규모의 물질들을 재순환시킨다고 한다. 그 결과가 바로 가이아이다. 많은 진화론자들은 가이아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린은 가이아 이론을 적극 지지하는 진화론자였다.

 

맺으면서

생명에 대해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써내려간 린 마굴리스의 서술 중에서 어떤 표현들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문학에 가까웠다. 아마도 과학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각주:3] 생명을 생물학으로 되돌리려한 노력의 전략과 전술[각주:4]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움이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녀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생명은 생존이라는 목적성과 방향을 가진 존재라고 일관되게 답한다. 한편, 린은 진화 이론이 인간 사회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데 필수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과학자였다. 그녀는 인간이 이룬 이 엄청난 기술 문명과 부의 근원이 태양 에너지로부터 기원하고 축적된 라고 잘라 말한다! 인간들은 독립적으로 영양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동물류이다. 식물들이 태양의 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축적한 것을 초식동물들이 먹고 식물과 초식동물들을 먹는 인간이 그 에너지로 뇌를 사용하고 도구를 이용하여 창출해 낸 이므로. 태양과 다른 생물들과 환경에 빚을 지고 사는 인간들이 오만함을 반성하고 겸손해져야하는 이유를 그녀로부터 과학적으로 명확히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열정적인 생명이야기 중에서, 생명의 특징은 팽창이며 인간이 기술적 공생을 기반으로 우주로 팽창하려는 욕구로 인해 우주 식민지 건설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펼치는 부분에서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다.

 

지구의 계속적인 변신은 그곳에 사는 각양각색의 생물이 가져온 누적된 결과다. 인류는 생명 교향곡의 지휘자가 아니다. 우리가 있든 없든 생명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혼란스러운 소동의 배경에서는 중세의 음유 시인이 먼 언덕을 오르면서 연주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목가가 흐르고 있다. 그 선율은 제2의 자연으로서 기술과 생명이 하나가 되어 지구의 다양한 종을 포함하는 번식체를 다른 행성이나 태양계 너머 항성으로 퍼뜨릴 것을 약속한다. 녹색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면 첨단 기술과 지구 환경 변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완벽하게 이치에 맞는 행동이다. 지금은 인류의 절정기이다. 바야흐로 지구는 씨앗을 뿌리려고 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P327)

 

식민 지배를 했던 유럽의 국가들이나 미국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일까? 위 인용문에서처럼 퍼트리는 것이 꼭 인간의 종만이 아닐지라도 피식민지 국가를 경험한 국가의 국민으로써 나는 팽창하려는 욕구와 타국()의 공간에 대한 침략에 거부감이 있다. 그것이 과학적 호기심과 개척 정신이라고 지칭하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말이다. 우주 식민지 건설 후보지를 위한 화성 탐사도 그 연장선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처럼 먼저 달려가 깃발을 꽂으면 그 사람의 소유가 되었던 것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백인들이 인디안 원주민을 내쫒으며 만든 역사이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개척 정신이 제국으로 연결되었던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화성에 발을 딛고 깃발을 꽂아 영역을 확인하려드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그 것은 제국적 침약의 역사를 되풀이 하는 것이다. 진행되고 있는 화성 탐사는 지구적 규모의 생명권을 우주적 규모의 생명권으로 확장하게 해줄 것이지만 린 마굴리스가 강조했듯이 이 모든 부를 소유할 수 있는 진정한 소유자는 태양뿐 이라는 것이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녀가 생존해 있다면 이 부분은 토론해보고 싶다. 지구의 생명체가 지구 밖의 행성까지 팽창해도 진정 괜찮은 것인지..

단 한권으로 린 마굴리스를 다 이해 할 수 없기에 이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쉬웠지만 다른 진화 생물학자들을 읽어가면서 그 녀가 던진 메시지의 의미를 더 깊게 이해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다음 읽을 진화란 무엇인가의 저자 Erenst Myer가 진화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1. 진핵생물의 기원에 대한 이러한 추측은 진핵생물이 부분적으로 진정세균과 고세균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다 (Margulis etal, 2000). (P 109, 진화란 무엇인가, 에른스트 마이어) [본문으로]
  2. “진화적 종합”이란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은 이후 생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변화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80여년의 논쟁 끝에 도달한 합의이다. 그 합의는 “진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개체군의 특성 변화이다.”라는 것인데 개체군이 진화의 단위라는 의미이다. [본문으로]
  3. 이 책은 저명한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물리학적으로 생명에 대해 질문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물학적 답으로 저작한 책이다. [본문으로]
  4. 열역학 제 2법칙-진화와 엔트로피 법칙(열역학 제2법칙)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닫힌계에서만 유효한데 생물의 진화는 열린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생물은 끊임없이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얻고 환경의 희생을 대가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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