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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리뷰]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수유너머웹진 2019.03.22 14:44 조회 수 : 126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서평




송재림(수유너머104 회원)





 

모건 스캇 펙(1936~2005)은 정신과 의사이자 영적 안내자이다. 그는 하버드대학과 베이스 웨스턴 리저브를 졸업한 후 육군 군의관으로 보낸 10여년의 경험을 토대로 개인과 조식에서의 인간 행동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심리학과 영성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책이라는 평을 듣는 아직도 가야 할 길시리즈를 비롯하여 평화 만들기, 거짓의 사람들등을 저술했다.



거짓의 사람들을 치료 가능한 하나의 정신적 질병으로 보고 악 일반에 대해 과학적 지식 체계를 구성하고자 시도한 실험이다. 스캇 펙은 정신과 의사로서 접한 다양한 환자 사례들에서 악의 일반적 요소를 찾고, 악의 실체를 정신의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개인적인 사례를 다루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집단적인 사례를 통해 집단 악의 과정 및 예방법을 제시하였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 조금 당혹스럽다. “정신과 의사가 악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이건 너무 종교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악한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판단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적 차원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의 심리학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악에 대해 먼저 짚어보자. 스캇 펙이 만난 다양한 환자 중 그가 악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예의가 반듯한 사람이며 타인에 대한 매너가 몸에 밴 완벽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도덕적이고자 하지 않으며 가식과 위선의 수준에서만 도덕적인 사람들이다. 물론 그 어떤 사람도 도덕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 하지만 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의식하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투사함으로써 죄책감을 거부한다. 이들의 나르시시즘은 자기 욕망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한다. 이 과정에서 악한 사람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람들은 늘 희생양이 된다.



이러한 은 나르시시즘적 성격 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악의 원인은 무엇일까? 유전적인 기질, 부모의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하겠지만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한 악의 기원인 개인이 한 일련의 선택의 집합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양심에 따라 어려운 길을 선택하느냐 자기 욕망에 따른 쉬운 길을 선택하느냐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일련의 오랜, 반복되는 선택들이 악하게 발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악이라는 질병이 개인의 선택에 기인하기에 예방과 치료법 또한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이 된다.



악은 개인의 수준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집단 악에 대한 설명이다.



집단 내 개인들의 역할이 전문화될수록 개인이 도덕적 책임을 집단의 다른 부분에 전가시키는 일은 가능해지며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자신의 양심을 버리는 것은 물론 집단 전체의 양심도 너무 분해되고 희석되어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 한 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모든 개개인이 자신을 자기가 속한 집단의 행동에 직접 책임이 있는 자로 인식할 때까지는 어떤 집단이라도 불가피하게 잠재적인 무양심과 악의 상태에 빠져 있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p.294”



악의 집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집단이 다시 개인이 되는 것,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에 책임지는 부지런한 개인이 되는 것이 악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경험한 거짓의 사람들몇이 떠올랐다. 내게 그들은 앞으로의 행동이 예측불가능한 사람들이었다.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던, 그래서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그들의 삶의 기준이 온전히 그 자신만을 위한 욕망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후련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갈등의 상황에서 너무나도 쉽게 방어 기제를 이용하여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나의 행동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살아가며 만나는 선택의 순간에서 편한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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