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리뷰 






송재림(수유너머104 회원)




1.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김승섭은 의사이자 사회역학자이다. 천안교도소의 공중보건의 생활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하였다. 저술한 책으로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 있다.



이 책은 개별적인 신체에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을 사회적인 요인에서 찾는 사회역학을 다룬다. 하버드대학교 낸시 크리거 교수는 1994년 출판한 논문(역학과 원인의 그물망: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을 통해 개인이 살고 있는 공동체는 질병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묻는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금연율의 관계, 공공의료보험과 AIDS의 관계, IMF와 결핵사망률의 관계를 통해 저자는 질병의 원인으로서의 공동체를 보여준다. 원인이 공동체에 있다는 것은 처방과 예방 또한 공동체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왜 공동체는 개인의 건강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가?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강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지요. 건강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정치·경제적인 기회를 보장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p.72”



사회역학은 정책 결정에서 어떤 방법을 통해 영향을 미칠까? 정책과정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이슈가 되면 정책 아젠더를 형성하고 이에 맞는 정책 대안들 중에서 특정한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집행 및 평가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상황은 맥락적이기에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유의미한 자료를 수집할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에만 의지한 정책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저자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 이익을 얻는 기업이나 집단의 사전적 증명을 요구하는 사전주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타인의 고통을 나누고자, 스스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2. 아론 벡,우리는 왜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아론 벡은 1921년에 태어나 현존하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다. 프로이트가 창시한 정신분석에서 벗어나 인지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창시하였다. 인지치료는 내담자가 가진 행동 문제와 관련된 역기능적 사고를 찾아 이를 수정하여 행동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우리는 왜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는 아론 벡이 인지치료를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가능하다는 착안에서 서술한 책이다. 그는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사고현상인 왜곡된 인지부정적 신념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를 명료화하여 개인 및 집단, 국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설명하고 인지적 요소를 활용하여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책의 제목인 우리는 왜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을 저자는 원초적 사고때문이라고 한다. 원초적 사고란 원시시대에는 도움이 되었던 자기 중심적인 사고이다. 원초적 사고는 상대방의 의도를 왜곡하여 공격적인 행동을 통해 파국을 초래하는 이분법적이며 편집적인 사고이다. 인간이 취약한 부분에서 위협을 받을 때 원초적 사고가 활성화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취약성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이 공격자에게로 초점이 전환되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로 왜곡하여 인식하는 것이다. 인지적 왜곡은 이후 공격자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로 진화되면서 공격자에 대한 분노를 정당화시킨다.



아론 벡은 이를 집단의 차원에도 적용시킨다. 사람들은 쉬운 결정을 하기 위해 그리고 배척당하기 싫어서 집단의 의견을 따른다. 집단적 사고는 한 집단의 개인이 우리라는 범주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사고를 단순화(이분법적 사고)하여 인지적 왜곡을 일으키는 과정을 통해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나치는 게르만 민족이 우성학적으로 우수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게르만 민족과 그 외의 민족으로 범주를 설정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게르만인은 게르만 민족에게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으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고 게르만 민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대인들과 다른 인종을 인간 이하로 왜곡하여 인지하였다.



그렇다면 원초적 사고로 인한 갈등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지치료는 내담자의 상처받은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원인을 객관화하면 인지적 왜곡을 예방하고자 한다. 이를 적용하면, 자기중심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객관적으로 상황은 인식하는 것이 갈등해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이타주의적 사고 훈련을 통해 자기중심성으로부터 벗어나 공감력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원초적 사고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취약성을 공격받지 않는다는 느낌 즉,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편견과 선입견, 이분법적 사고에 도전하고 대항하는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분노와 혐오가 일상이 되는 사회에서 스스로의 분노를 되돌아 보고자 하는 이, 타인의 분노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3.제임스 길리건, 위험한 정치인



 

제임스 길리건은 미국 정신의학자이자 작가이다하버드대 법정신의학연구소 책임자로서 1977년부터 1992년까지 메사추세츠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심리학적 프로젝트를 실시해 교도소 안의 살인율과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었다이를 바탕으로 폭력적 행동의 원인과 동기에 대해 연구한 폭력』 시리즈를 저술했다.



위험한 정치인은 제임스 길리건이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를 분석한 책이다자살과 살인은 개인적인 원인으로 일어난다는 통상적인 생각과 달리 근 100년 간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은 동시에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락하였다흥미로운 것은 자살률과 살인율의 변화 주기가 대통령의 권력 교체와 맞물렸다는 점이며더욱 흥미로운 점은 폭력 치사(자살과 살인발생률이 오직 공화당 정부 때만 전염병 수준으로 올라가고 오직 민주당 정 부 때만 전염병 수준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이 통계는 어떻게 해석이 가능할까?



저자는 우선 자살과 살인의 원인을 살펴본다저자는 폴 홀링거의 연구를 인용하여 자살률과 살인율은 상호 연관성이 있으며 실업률과도 상호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한다그는 칭치 시에와 베러디스 푸의 연구를 인용하여 소득 불평등과 폭력 범죄 또한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한다그렇다면 실업과 불평등은 대통령의 정당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공화당 정부에서 민주당 정부 때보다 실업률이 증가하고불평등이 심화되는 원인은 두 정당의 정책 차이에 있다공화당은 부유층의 소득 증가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실업을 줄이고 성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의 정책을 추구한다이에 따라 공화당 정부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치사 범죄율이 상승하는 것이다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차이는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로도 설명가능하다수치심의 윤리는 불명예와 치욕이 가장 큰 악덕이고 수치의 반대곧 자부심과 명예가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 체계이다죄의식의 윤리는 죄가 가장 큰 악덕이고 죄의 반대곧 순결이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 체계다수치심의 윤리는 우월과 열등의 서열화를 옹호하며 위계화된 사회 체제를 미화한다죄의식의 윤리는 교만을 죄로 규정하여 누구도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평등주의를 옹호한다이에 따라 수치심의 윤리에서는 자부심을 높이고 열등감을 낮추기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려하고죄의식의 윤리에서는 자부심을 낮추고 겸손하기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한다.(이것은 가난한 사람이 왜 공화당을 지지하는지도 설명해준다.) 수치의 윤리를 정당의 핵심 정서로 삼는 공화당은 사회를 위계적으로 불평등한 수치 문화로 만들어 가며죄의식의 윤리를 정당의 핵심 정서로 삼는 민주당은 지위의 차이를 줄여 수치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평등주의적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이 책을 폭력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이에게 추천한다저자가 마지막으로 인용한 피르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의학의 진보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겠지만 사회적 여건의 개선은 이러한 결과를 더 신속하게 더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의사는 본디 가난한 사람의 변호인이고 사회 문제는 넓게 보면 의사의 영역에 들어간다인간을 다루는 과학으로서 의학은 사회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의학통계학은 우리의 측정 기준이 될 것이다우리는 생명의 무게를 생명으로 달고 어디에 시신이 더 두텁게 쌓였는지를 볼 것이다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규모를 키운 의학일 뿐이다.”



이에 대한 답을 조효제 교수가 쓴 추천사에서 찾을 수 있다.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기 쉬운 정책이다열패감과 열등감을 조장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를 숭상한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특히 해고를 당했을 때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한다이런 식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폭력 치사(타살자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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