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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마음을 녹여주는 친구의 그림일기

수유너머웹진 2011.05.12 12:03 조회 수 : 8




마음에 찬 분노와 고통을 털어내고자 몇 주일을 싸우고 있습니다.

분노가 들어차니 세상에 분노할 일만 보입니다. 싸울 힘을 기르는 건지 무척 먹고
잠도 자고 무슨 전투를 준비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몸은 건강해지는데 몸에 들어차는 에너지와 함께 분노의 기운도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동안 거슬려도 남에게 싫은 소리 안했는데 안타깝기는 해도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지는 않았는데
이리도 분노로 인한 고통이 극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분노가 이런 거구라.
나를 죽이고 싶고 세상에 대해서 강하게 얘기하고 싶어지는 구나..

저희 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두개의 부논문을 내야 합니다.
한개는 아무데나, 하나는 등재지에 내어야 학위논문을 쓸 자격이 주어집니다.
저는 논문 쓰는 재주는 있어서 써야 한다고 마음 먹으면 2주만에도 써냅니다.
그 덕분에 교수님 제자들 중에 가장 먼저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후의 더러운 거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자격을 갖추어가는 다른 동료들이 저에게 의문점에 대해서 물었을때 교수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아무생각없이 그렇게 했는데 분노가 치민 지금은 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요.
누구를 더럽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흙탕물에 사는데 같이 이 물을 마시지 않을 수 있을 까요? 누가 누구를 욕할까요?
밥을 먹고 살아야 하고 눈을 들어 현실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슬플때가 많습니다.
밥을 조금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동안 봐야 하는 현실들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부처님 말씀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부처님이 그저 그런 인간들을 보고

"가엾구나"

라고 한 마디하셨다는 말씀이 귓가에서 맵돕니다.
분노와 자기 증오로 어찌 할바 모르는 저에게 스승님의 한마디가 가슴에 더 와닿습니다.
분노란 불의에 대항하는 좋은 힘.. 그에 사랑과 자비가 없다면 폭력 외에 더 있겠습니까?
불의한 일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것이 PROJECTION 인 줄 아셔야 합니다. 시비를 걸지 마세요.
자기를 보세요. 그저 관하세요. 호흡에 집중하세요.

진흙탕 같은 마음에 구원을 느낀 소중한 가르침이였습니다.
나의 가까운 친구가 보내준 그림일기가 위로를 더하네요.
상담할때도 이런 공감으을 하려고 오늘도 마음을 닦습니다.
분노도 이제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점점 내 마음에 평온이 깃듭니다.
사랑을 주어도 받지 못했던 저인데 이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모님과 알밤-50.jpg  

데레사라는 세례명을 가진 분이 있습니다.

본래는 카톨릭 신자인데 어찌된 연유인지 모르지만

구로동 민들레 교회의 화요성서공부의 오래된 멤버입니다.

이 데레사 언니가  그려달라고 부탁한 내용입니다.

 

먼저 데레사 언니를 소개해야 할 것 같군요.

예순 한살인 데레사 언니는 중학교 때 갑자기 멀쩡하던 귀가 들리지 않아 백방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청력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지금껏 독신으로 혼자 삽니다.

들리지 않는 청력 때문에 장애인으로 살지만 잡소리를 안듣고 살아서인지

 참 맑고 깨끗한 영혼을 지닌 분이십니다. 언니를 보면 마치 수도원의 수녀같은 느낌입니다.

이 데레사 언니를 보면 들리지 않음으로 더 깊은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린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거 십여년 간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써서

100여명의 지인들과 소통을 해 왔고 그 글 모음이 <선단리 편지>라는 책으로도 나왔었지요. 

 안들리는 분이 어떻게 성경공부를 하느냐구요?

바로 옆에서 다른 분이 목사님의 말씀하신 내용을 요약해서 필사를 해 줍니다.

요즘엔 제가 그 필사를 맡고 있어요.^^

들리지도 않는 성경공부를 하러  덕정리에서 두시간 반이나 전철을 타고 꼬박꼬박 옵니다.

 

이 언니가 1997년 봄 홀로 독립해 나왔을 때

이 현주 목사님 부부께서 찾아오셨는데 그 때 사모님께서 갖다주신 알밤 선물을 잊지 못하나봐요.

그런데 지금 사모님께서 대장암 3기로 투병 중이십니다.

그 사모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이라고 부탁한 것인데 이제야 그렸습니다.

 

한 밤중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 맴도는 생각은

사람이 한평생 살다가면서 뭐 거창한 일을 이루기 보다 한 사람에게라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게 잘 살고 가는 길이겠구나.. 싶습니다.

나는  과연 어느 누구에게 여태껏  한 번이라도 따뜻한 기억을 주었는지...?


-by 김혜란


그림출처: http://www.google.co.kr/search?q=%EC%9A%B0%EC%A0%95&hl=ko&newwindow=1&prmd=ivnsul&source=lnms&tbm=isch&ei=dknLTbGDHIaEvgP0xoX7Cg&sa=X&oi=mode_link&ct=mode&cd=2&ved=0CCwQ_AUoAQ&biw=1291&bih=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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