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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ergalactic Memorial Carnival for DAVID GRAEBER

[데이비드 그레이버 추모카니발 초대장] ▶▶ https://carnival.davidgraeber.industries/memorial-carnival-kor

이 글은, 너무나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데이비드 그래버를 기리기 위해 전세계를 아우르는 추모 카니발에의 초대장입니다. 그의 아내 니카와 몇몇 친구들이 발신합니다.

데이비드는 작은 그룹의 친구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모여 긴 칭찬을 늘어놓는 장례식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개인적 명예가 아니라 혁명을 위해, 세상을 뒤집기 위해 살았던 데이비드에게 있어 과거, 그리고 자기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 슬픈 장례식은 어색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한편, 지금, 데이비드가 우리 삶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은 지금이야말로, 그를 기억하기보다 그의 사상을 살아내기 좋은 시간일 것입니다. 데이비드에게 있어 아나키즘은 정체성이 아니라 “당신이 하는 무엇"이기에, 이 실천적이고 장난스러운 정신 안에서 우리는 데이비드를 위한 추모 카니발을 조직하기로 했습니다. 신비하고 재밌는 미래를 위한 카니발, 연대가 흘러넘치는 카니발을요. 카니발의 주제는 죽음 앞에서 웃는 것 입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일이죠. 모두 알다시피 데이비드는 농담을 좋아했습니다. 사실, 그가 남긴 최후의 말도 농담이었구요.

고양이 같은 데이비드. 그는 무수한 삶을 살았습니다. 트위터나 책, 혹은 강연에서 그를 만난 많은 사람들은 곧 그의 친한 친구, 가족, 대화상대가 되었죠. 데이비드의 친구들 중엔, 서로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포르토벨로가의 각양각색의 주민들, 외톨이 블로거들, 대학교수들, 비자가 없는 이주민들,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 예술가들, 록음악가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 -학생, 반항자들, 사회운동의 일원들. 그들 모두, 데이비드가 자기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그와 함께 작업하고 그의 곁에 있기를 원했습니다. 마치 5만명의 형제자매, 20만명의 절친을 가진듯 했던 데이비드이기에, 그의 추도 카니발은 그와 함께하고 싶은 모두가 참여할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것입니다.

데이비드는 그가 즐겨찾던 도시, 베니스에서 죽었습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옷을 차려 입는 것을 좋아했어요. 베니스에선 매번 가면과 의상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관광 상품이 되어버리기 전, 베니스 카니발은 급진적 민주주의의 정치적 공간이었습니다. 카니발 기간엔 흑인도, 백인도,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름다운 사람도, 못난이도, 빈자도, 부자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가면이었죠.

90년대와 2000년대의 반자본주의 운동에서 활약한 그는 카니발과 반란 사이의 부정할수 없는 유사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9년 전 오늘인 9월 17일, 초대장이 접수되고 하나의 운동이 탄생했습니다. 초대장의 메시지는 단지 “월가를 점령하라. 텐트를 가져올 것". 데이비드는 이 초대에 조직과 점령으로 응답한 수만명 중 한사람이었고, 나머지가 역사입니다. 오늘 우리는 당신을 초대합니다. 10월 11일 일요일 당신이 어디에 있건, 데이빗을 위한 기념 카니발을 조직해주세요.

아큐파이 운동의 오픈 마이크 원칙에 영감을 받아, 카니발의 어느 순간 민중들이 말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공간을 열어줄것을 요청합니다. 이 어셈블리는 데이비드의 삶과 말에서 받은 영감, 그리고 그것들을 지금부터 시작될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구체화할수 있는지 (데이비드의 표현으로는, “당신이 마치, 이미 자유로운 것처럼 살기")에 대한 것입니다.

당신이 혼자 방에 틀어 박혀 좋아하는 데이비드의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든, 대규모의 집회로 거리를 점령하고 싶은 활동가이든, 세미나실에 모인 학자의 모임이든, 최전선의 투사이든, 당신이 있는 곳이 스쾃이든, 인류학 필드이든, 농성현장이든, 박물관이든, 어디든, 누구든 이 추도 카니발을 개최할수 있습니다. 다만, 간단한 규칙이 있습니다. “마스크를 들고 올 것" (물론, 코로나 스타일보다는 카니발 스타일로.)

이미 뉴욕의 주코티 공원, 로조바, 자드, 한국, 호주, 베를린, 런던 등에서 수십개의 행사계획이 진행중입니다. 당신이 행사를 기획할 생각이라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우리에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사람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온라인에 게시하겠습니다. 우리는 기념 카니발의 온라인 스트리밍 또한 조직할 겁니다. 자세한 내용, 수많은 시차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들은 이후 다시 공지할게요.

이메일: carnival4david@riseup.net / 애도와 조직 속에서, 니카와 친구들. (Translation by Didi)

 

[2] 데이비드 그레이버 추모카니발에 참가하며

일시 : 2020. 10.10(토) pm9:30  장소 : 수유너머104

우리는 한국의 [수유너머104], 함께 하는 삶과 지식을 선물로 공유하고자 하는 지식공동체다. 그레이버가 3번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10일 저녁 10시경, 그레이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를 기억하는 글을 읽고, 음악과 차와 술을 함께 하며 당신들이 초대한 카니발에 참가하려 한다. '조미아'라고 불리던 오래된 아나키스트 땅에서 나온 푸얼차를 마시며 국가 없는 삶을 조금씩 피에 섞을 것이고, 박테리아의 힘으로 발효된 오래된 음료를 마시며 그들의 공동체이기도 한 우리의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또한 음악을 함께 듣고자 하지만 그 음악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나 그리그의 '오제의 죽음' 같은 추모곡이 아니라, 슈베르트의 '방랑자 판타지' 같은 곡을 들을 것이다. 장례식이 아니라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는 초대의 글에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지구적 스케일로 '방랑'을 하며 다른 삶을 촉발하던 그레이버의 환상을 함께 나누고자 하기 때문이다. 죽어서도 멈추지 않을 그의 방랑과 더불어 우리 또한 방랑의 삶을 가속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3] 뒤늦게,​ 데이비드 그레이버를 생각하며 / 이 진 경

내가 그를 처음 만났던 건​ 2009년, [수유+너머]​ 국제워크숍 때였다.​ 하지만 그와 처음부터 가까웠던 건 아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예일대 재임용 문제로 서명을 하면서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아나키즘이란 당시 나로선 적지 않은 거리가 있었으니까.​ 그러니 나는 그를 아나키스트여서 만난 게 아니라 아나키스트임에도 만났던 셈이다.​ 왜?​ 친구들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우정의 등식 때문에 나는 그를 친구로 맞아들였다.​ 이 등식은 동일성이나 유사성보다는 인접성 연관에 의해 이웃한 항들을 연결하기에,​취향이나 생각이 달라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을 이어준다.

생각해 보면 그와 나는 정반대 편에 있었다.​ 그는 저자의 이름으로 명명되는 맑스주의 이론이나 규율을 강요하는 전위주의 정당을 싫어하지만,​ 나는 맑스라는 저자의 책에 휘말려 뜻하지 않은 삶을 시작했고,​ 직업적 혁명가 조직이 필요하다며 지하운동을 하던 레닌주의자였으니까.​ ​ 그는 푸코,​ 들뢰즈를 거명하며 최신의 이론을 자랑하는 이론가들을 비판하는데,​ 나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레닌 대신 들뢰즈/가타리의 이론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던 이론가였으니까.​

그 작지 않은 거리를 두고서 나는 그와 서울에서 일주일간 토론했다.​ 우정의 등식 사이로 스며든 감응(affect)​ 덕에 많이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도쿄에서,​ 그것도 두 번이나 나란히 앉아 발표하고 토론했다.​ 다행히도 거리를 넘어서게 하는 기쁨의 인력이 컸기에 나는 그의 말과 글들을 곱씹었고,​ 그는 장기간의 대중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에 다시 왔을 것이다.

이후 각자의 삶을 따라 멀어진 뒤에야,​ 아니 어쩌면 그가 다시 만날 수 있는 거리 저편으로 떠난 뒤에야,​ 그의 책을 다시 읽으며 나는 내가 그가 말하는 아나키스트였음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좋아하는​ ‘저자’들의 책을 끼고 살았지만,​ 전위정당 대신 증여에 기반한 공동체를 통해 자율적이고 평등주의적 연대를 향해 가고자 한다면,​ 그게 바로 아나키즘 아니면 무엇일 것인가?​ 여전히 맑스나 들뢰즈 같은 이들의 이론적 개념을 이용해 사유하고 있지만,​ 오지 않을 미래에 삶을 맡기는 공허한 희망 대신에 지금 여기의 시공 속에서 자본과 권력에서 벗어난 삶을 구성하고자 하고 있다면, “새로운 형식의 사회성을 창출하여 이미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하는​ ‘예시적 정치’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과학과 필연의 이름으로 사회 전체를 단번에 바꾸는 전복을 꿈꾸며 깃발을 들고 국가권력과 대결하는 저항 대신,​ 현행의 현실 바깥을 상상하는 상상력의 힘을 믿고 자본이나 국가의 외부를 창안하는 긍정적 이탈을 실험하고 있다면,​ 그레이버나 그의 선배 인류학자가 발견한​ ‘원시인의 아나키즘 정치학’에 이미 발을 담그고 있는 것 아닌가?​ 마다가스카르를 떠난 뒤에야 그들의 아나키즘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이 불쑥 솟아오르며,​ 뒤늦은 깨달음 속으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불러들인다.

언젠가 차호(茶壺)에 물을 부으며 차를 내리는 내게,​ 같이 차를 마시던 중국학자 친구가 말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시간을 마시는 것이지요.”​ 맞다!​ 그것이 차를 마시는 것이 커피를 마시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누군가와 같이 차를 마실 때,​ 우리는​ ‘함께’의 시간을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마시며​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쓸데없는’​ 생각을 어떤 목적도 없이 섞는다.​ 그와 나란히 앉아 그렇게 차를 마시고 싶다.​ 그와 더불어​ ‘함께’의 시간을 마시고 싶다.​ 그 잉여의 시간 속에서 쓸데없는 상상을 나누고 싶다.​ 쓸데없다고 비난받는 삶을 나누고 싶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어떤 중요한 것을 읽어내는 그의 예리한 눈은 필경 그 쓸데없는 것들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가능성’을 찾아낼 것이다.​ 그 가능성으로 그는 우리를 다시 멋지게 유혹할 것이다.​ 그의 멋진 유혹을 위해​ '상향(尙饗)'이라는 제문(祭文)을 형식을 빌어 차를 바치고 싶다.

 

[4]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누구인가? / 제작. 오영진

[데이비드 그레이버 추모영상] ▶▶ https://drive.google.com/file/d/1kkyzRu7nT8srw5d-mMjip7PqYSPZlSOR/view?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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