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에서는 홍대를 중심으로 두리반 투쟁이 한창 벌어졌었지요.
홍대의 온갖 인디밴드들은 총출동했고,
두리반의 칼국수도 맛있었고,
그리고 <파티51>이라는 유쾌한 메시지를 담은 다큐도 미래의 개봉일을 기약하며
그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었을 때 였어요.
대전 유성노조라는 곳에서,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파업이 벌어졌었는데,
사측이 갑자기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깡패를 들여,
노동자의 두개골을 빠개고,
주먹막한 자물통을 던져 어느 노동자의 발목이 부서지고,
봉고차가 노동자들 한가운데를 돌진해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맞추듯이
그렇게 십수명이 튕겨져 나갔다는 소식이
꿈인 듯 희미하게 들려왔었습니다.
아래는 그 때 유성노동자들의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에요. 한번 같이 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1CyYMPsnvL8
유성 기업이라는 회사는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약 100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중견기업입니다.
노동조합도 튼튼하고 건강했어요.
주말이면, 아니 평일이라도 전교조 투쟁이며, 공무원 파업이며, 철도 파업이며,
싸울 수 있고, 싸워야만 하는 곳이면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고,
지역에서도 가장 앞장서 열심히 싸우던 노동자들이었어요.
어느때는 매주 주말에 유성 노동자들을 집회에서 만나길래, 장난삼아 놀리곤 했었죠.
서울이 그리 좋냐고, 집이 그리 싫으냐고.
"마음이 급해서 안되겠어요. 노동해방을 빨리 땡겨야 겠어요.
내가 이렇게 바쁘게 쫓아댕기면 아무래도 좀 빨라 지겠죠."
하... 노동해방이라니.. 90년 사진에서나 봤던 그 노동해방이라는 단어를 저렇게 천연덕 스럽게 말했던 사람들이었죠.
다들 일자리 지키기도 버거운 마당에 노동해방 하겠다고, 마음이 바쁘다고 했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이 거리로 쫓겨난지 5년.
그동안 노동해방의 성급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었던 동지들은 둘로 갈라져
공장 안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또 그렇게 나뉘어졌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산자와 죽은자로 불렀다죠.
5년을 싸웠고, 그동안 모아둔 돈은 없어졌고,
처음에는 함께 싸웠던 가족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거리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이제 가족도, 재산도, 집도 없이,
"당장 입원을 요하는 수준"의 중증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병과 함께,
아직도 싸우고 있어요.
그 노동자들은 대체 뭘 갖고 싸운 걸까요?
5년전,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심야노동 철폐하라"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해방이후 우리 나라의 모든 공장은 24시간 멈추질 않았고,
노동자들은 밤을 새워 일을 해야 했지요. 하루 12시간씩 돌아가면서요.
그래서 심야노동하지 않겠다고, 올빼미가 아니라고, "밤에는 잠 좀 자자"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어요.
지금은 금속노조의 대부분의 사업장이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있는 중입니다. 노동자들은 50여년만에 처음으로
모두가 함께 잠자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잠자는 시간은 내 옆의 동료가 일해야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애초에 이 싸움을 용감하게 열었던 유성노동자들은 아직도 거리의 올빼미가 되어서 싸우고 있어요.
이 올빼미들은 아직도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한채, 자신들을 올빼미들이라고 부른다죠.
이들이 3월 18일 후원주점을 한다며 연구실에 10만원 짜리 티켓 한장을 보내왔습니다.
겨우 한장이요.
다른 투쟁 사업장들은 보통 100장 왕창 안겨주면서 많이 팔아달라고 하는데,
이들은 10만원짜리 한장 보냈네요.
한없이 위축되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또 미안하고, 그리고 지친 그들의 상태가
그 한장에 덩그라니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수유너머N 에서도 후원금을 보낼 예정인데요.
그래도, 서울에서, 연희동에서 아직도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
마음을, 연대를, 후원을 해 주실 분들은 저희랑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쿠다에게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연구실에서 모은 거랑 함께 유성 동지들에게 보내겠습니다.
후원금은 금액과 상관없이 성의껏 보내주시면 됩니다.
전주희, 하나은행. 113-910123-56807. (여기로 보내주시면 제가 한꺼번에 모아서 수유너머N 친구들 이름으로 보낼게요.)
*유성노조에 직접 후원하는 방법.
-농협 356-1101-4088-83(이정훈)
유성노동자들에게
아직 당신들의 싸움을 잊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연대의 끈을 붙잡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쿠다 계좌로 연대기금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