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한파가 계속되던 지난 1월12일 수유너머104 회원들이 콜트콜텍 광화문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습니다.
지난 연말 송년회 때 오셔서 노래를 들려주었던 콜밴(콜트콜텍 기타노동자밴드) 세 분이
낮이라 발전기를 켜지 않아 약간 어두운 천막 안에서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귤 한 상자, 도너츠 세트, 커피 두유 꿀홍삼 등 음료수 사간 것들을 풀어놓고 천막 안 전기장판 위에 둘러앉아
이제 몇 시간 후면 투쟁 4000일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전 콜텍 공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든 건 이들이 묵묵히 회사의 요구대로 잔업과 야근을 불사하고,
남녀 임금차별과 관리자의 성희롱,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일하던 끝에
2006년이나 되어서였습니다. 바로 그 이듬해 잘 나가던 회사는 어느날 갑자기 공장 문을 닫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한 노동자들은
닫힌 공장 문 앞에서 황당함과 분노, 배신감으로 우왕좌왕 했지요.
펜더, 아이바네즈, 깁슨, 마틴 등 세계 유명 기타의 OEM생산으로 한때 세계 기타의 30%를 한국에서 생산했건만,
회사는 더 많은 이윤을 쫓아 눈에 가시인 노동조합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로 국내 공장(인천 부평 콜트악기, 대전 콜텍)을 폐업한 것이
2007년. 그때부터 몇 달이면 법적 해결(정리해고 철회소송)이 될 거라고 시작했던 투쟁이 지난한 소송의 역사를 거쳐
결국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게 되었습니다.
자본을 비호해주는 법을 이용해, 자본은 교묘하게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지요.
한 자본이지만 몇 개의 회사로 쪼개서 물자를 같은 회사 안에서 사고 팔며 어느 한쪽은 적자를 만들어 폐업을 시켜버리는 겁니다.
그런 기막히고 원통한 세월을 거치며 이제 천막에 남아서 투쟁하는 사람은 콜텍 세 분, 콜트 한 분이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생계투쟁을 나가서 근근히 조합비를 보태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이 분들을 통해 노동자의 현실을 보게 됩니다.
수많은 뮤지션들의 연대 공연, 문화예술인들의 연대를 통해 연극, 영화 등에 출연하기도 하고 콜밴을 결성해 노래를 부르며
투쟁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자본의 횡포에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연대를 통해 자본을 무력화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