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연극 강정 워크춉 참가기

솔라리스 2017.07.20 13:22 조회 수 : 222

강정 워크춉 참가기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할 때조차 이해하려 하고 좋아하려 하게 마련이다. 이런 게 우정일 게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때에만 손을 잡는 것은 우정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동의할 수 없을 때에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계속 손잡고 옆에 있는 것. 그러고 보면 친구 따라 강남가기, 그거야말로 우정의 본질을 표현하는 말 아닐까? 기꺼운 감염. 어쨌든 그게 어쩌면 내가 인근의 친구들을 ‘이용’하는 방법인 것 같다. 시를 쓰는 친구에겐 시를 배우고, 힙합을 하는 친구에겐 힙합에 대해 배우고.... 그런 식으로 나는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생각지 못한 곳에 이르고 뜻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며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이 정신없는 시기에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하며 망설였지만 그래도 가자! 하고 비행기를 탔던 것은 좋아하는, 또한 존경하는 친구의 손짓 때문이었다. 연극이라니...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쑥스러워 하던 ‘천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연극 아닌가! 그래서 10년 넘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주 좋아하는 친구임에도 연극을 향해 살짝이나마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그저 옆에서 보기만 했을 뿐. 솔직히 그나마도 열심이었다곤 하기 어렵다. 워크숍, 아니 워크춉이라니, 내가 몸을 움직여 남들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니... 하는 생각에 다시 머뭇거렸지만, 그래 이 정도 기다려주었으면 정말 오래 기다려준 거지... 하는 생각에서, 어찌 해야 할까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갔다. 워크숍 중간에 들어가서 남들 하는 걸 보며,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짧은 시간에, 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걸 구상하려니, 이미 익숙한 것 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내게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이미 내게 있던 걸 펼치는 수밖에. 하여 요가동작을 이용해 일종의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고자 했다. 침묵과 ‘외침’, 움직임과 멈춤, 진지함과 웃김을 섞어서 하나의 연속체를 만들자 생각했다. 다음엔 말을 하며 하라는 논평을 들으니, 남들의 시선 앞에서 말하는 연기란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인가보다 싶었다.

그리고 다시 앉아서 보고 들었다. 나중에 들은 말이었지만, 어떤 것을 해도 받아들여줄 조건을 만들고 그 속에 참여한다는 것은, 연기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었지만 그걸 보는 사람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알던 이와는 아주 다른 모습의 마루카와 상 연기는 놀랍다는 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것과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 연기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더니, 정말 그렇네. 그런데, 나는?

강정 활동가들의 연기는 연기라기보다는 자기가 살아낸 삶이 보낸 편지를 거의 그대로 펼쳐보여주는 것이었지만, 강정을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강정을 산다는 것을, 강정을 사는 이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그들의 편지였다. 어떤 식으로든 답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여 워크숍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핸드폰에 적어 넣기 시작했다.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 싶었다. 이런 일에 욕심이 생길 줄이야...^^ 대사를 적어놓고 고치고 또 고쳤다. 하지만 대사만으론 연기를 할 수야 없지 않은가? 그건 그저 쓴 글을 읽는 것이 될 것이고, 그건 역시 내가 익숙한 것을 연장하는 것이니... 하여 지문을 넣어보았다. 나중에 보니 전혀 연기에 도움되지 않는 엉터리 지문이었지만. 사실 해본 적 없는데다, 시험삼아 해볼 시간이나 공간이 없던 터라, 머리 속에서 굴리고 상상해 썼던 것인데, 해본 적 없는 것을 상상한 것이니 연기를 구성하는 게 될 리 없었다. 그래도 그걸 모르니 일단 적었다.

다음날, 대사는 대강 만들었다. 3편의 간결한 단편으로. 그러나 막상 할 생각을 해보니 연습도 발성도 동작도 해보질 못해서, 이걸 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틈틈이 대사를 보며 속으로 상상하며 해봤지만 사실 전혀 실감이 없었다. 따로 연습해 볼 수도 없었고. 그래서인지 대사도 제대로 못 외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핸펀을 보며 하게 되었는데, 그거 보느라고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그저 읽는 게 되고 말았다. 된장, 이럴 거 같았으면 버버대더라도 기냥 안 보고 하는 건데....ㅜㅜ 앉아서 자꾸 후회가 되는 걸 보니, 담에 한다면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걸 보니, 그래도 조금은 연기의 장 속으로 빨려들어갔나보다 싶었다.

하지메 상의 두 번째 연기를 보면서,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첫날 연기는 슬프고 비감한 것이었지만 웃으며 했고, 웃음의 이유를 묻는 사쿠라이 상 질문에 쑥스러워서 그랬다고 하던 사람이, 완전히 연기에 몰입하여 거의 미친 듯 연기하는 걸 보니, 이 워크춉이라는 게 하루만에 사람을 이리 바꿔놓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놀라운 힘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니, 수유너머 104 친구들이 워크춉 어땠냐고 묻는다. 때론 차분히 때론 열이 나서 얘기해주었더니, 누구는 ‘나이가 많이 들면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부러워하고 누구는 사쿠라이 상 말대로 연극반을 만들자고 맞장구를 친다. 몇사람은 사쿠라이 상을 연구실에 초대해 연구실서 그런 워크숍을 하면 좋겠다고 하고, 누구는 9월이나 12월의 텐트연극을 보러 가자고, 가서 워크숍에 끼어들어가 보자고 한다. 다들 조금씩 미쳐가고 있는 것일 게다. 흐흐흐.

연극반이 있었으면 수유너머가 해체되지 않았을 거라는 사쿠라이 상의 농담에 다들 재미있어 한다. 정말 그랬을까? 그랬을 지도 모른다. 물론 해체 안되고 지속되는 게 좋은 것이었을지는 다른 문제일 게다. 지금은 해체 끝에 새로 탄생한 수유너머가 좋아서 하는 생각이지만. 며칠 뒤 회원이기도 한 친구 심보선의 새 시집이 나왔다. 읽는데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걸린다. 예술에 말려든 노동자의 얘기인 것 같은데, 사쿠라이 상의 유령이 언제 거기까지 갔나 싶어 놀랐다.^^

 

 

마지막 파업 때 끝까지 싸운 이는

노조 간부가 아니라 연극반원이었다네요.

그가 경찰에게 몽둥이로 얻어터질 때

세 명의 피흘리는 인간이 나타났다네요.

그중에 겨우 살아남은 이는 조합원이고 죽은 이는 햄릿이고

가장 멀쩡한 이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조차

못 외우는 초짜 배우였다네요.

(심보선, 「예술가들」 부분, <오늘은 잘 모르겠어>,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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