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매주 화요일 오후. 우리는 빵을 굽습니다. 화학자 유미쌤은 “배울게 뭐가 있어. 레시피대로 하면 되지!” 할머니 주머니에서 곶감 꺼내듯 저희에게 레시피를 하나씩 내어놓습니다. 처음 빵을 만드는 우리는 용감하고 순진하게, 때로는 띨빵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빵을 굽습니다. 밀가루 냄새, 버터 냄새, 소복히 부풀어오르는  빵반죽. 폭신하고, 바삭하고,쫄깃한 온갖 질감과 맛의 빵들. 

앞치마를 하고 뺨과 코에 하얀 밀가루를 묻힌 사랑스러운 느낌은 그 누구에게도 없지만!!

우리는 항상 즐겁습니다. 복작대면서 뭔가를 만들다 보면 소란스러움 속에 어느새 유쾌한 피곤함이 몰려와요. 빵은 어느새 완성되어 있고요. 우리는 아껴두었던 그날의 커피 한잔과 함께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빵을 먹어봅니다. 카리스마 유미쌤은 데글데글 말 많은 우리의 빵을 하나하나 품평해줍니다. 사진만 보고도 제대로 품평해주시는 멋진 우리 유미쌤!

 

미니 피칸파이는 박력분으로 해야 하는데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베이글 굽는 강력분을 넣어서 바삭한 파이가 아닌 촉촉한 호두빵이 되었습니다.

딱딱한 파이껍질을 먹지않고 남겨두던 저의 무의식적 wish의 발현일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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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하게 부풀어오른 귀여운 베이글. 크리스마스 리스로 방문에 걸어두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넘 귀엽지 않나요.

따뜻하고 동그란 베이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봤네요. 하나의 베이글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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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언어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잠깐 한국에 오셨을 때 그날의 초코케익과 바나나빵을 한 덩어리씩 싸갔어요.

저는 손편지와 빵을 주었죠. 그 휘둥그레지는 눈이라니!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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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봉 어머니가 떡을 썰 듯 부들부들 빵을 써는 제 모습입니다. 어제 효빈 쌤이 만든 호밀바게트.

오늘 아침으로 이천원 주고 사왔어요. 새벽에 일어나 커피 한잔 내려서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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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고 사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특히 그게 먹는 것이고 그걸 만들어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뭔가 어른스럽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대하는 자세, 빵을 만들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온다고 유미쌤은 얘기했죠.

정성스럽게 빵을 만드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전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뭔가 좀 울컥하고,

뭔가 좀 감동스럽고,

뭔가 좀 애틋한,

하여간 좀 그래요.

제가 이상한건지 이 사람들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따뜻한 빵이 주는 물적 실체감인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함께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과 해석이 있고,  규칙이 있지만 변형과 응용이 있습니다.

아,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어요. 아주 이상하고 묘한 제빵 클래스가 매주 화요일 오후 한시, 수유너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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