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홍현숙 편

Edie 2017.05.21 18:24 조회 수 : 2050

연남동 골목길 인터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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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주인공은 홍현숙 선생님. 설치 미술을 하고 계시는 홍현숙 선생님이 수유 너머104 '이 사람을 보라' 세 번째 인물이다. 설치 미술에 무식한 내가 이것저것 여쭤보았더니, '요가 하는 아줌마'로 수유너머104의 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선생님! 선생님과 골목길 데이트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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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이 드이어 이사를 했어요. 이사를 하면서 수유너머N이 수유너머104로 이름도 바뀌구요. 백사고지 정류장에 내리니까 바로 풍뎅이가 반겨주더라구요! 저번에 선생님께서 풍뎅이 색칠하고 계신거 봤는데, 저렇게 눈길을 끌고 있네요. 연구실 간판이 특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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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덕 작가님과 수유너머104 회원 고산님, 상욱님이 간판 부착, 수정하는 모습(현숙쌤은 꼼꼼하게 도와준 세 분에게 반했다고.) 

선생님 연구실 이사 하느라 애 많이 쓰셨죠? 특히 이사 준비 기획팀인 '공간기동대'로 활동하셨지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공간 기동대가 초기에 인테리어 두 군데서 견적을 뽑았는데, 사실 잘 모르기도 하고, 업자들 사이도 조건 등이 너무 다르니까요. 총 회의때 견적서를 두고 얘기 했는데, 인테리어 두 분이 장단점이 달랐어요. 한쪽은 전문적 업체라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다른 한 쪽은 작가적 시선을 가지고 하는 데라 비싸더라구요. 연구실을 '작가주의'(?)까지 갈 거 있나, 하는게 지배적 의견이었고, 결정적으로는 여기에만 투자할 수가 없으니까. 예산을 짜는데 이사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고민하다 결론은, 다 하나씩 분절해서 우리가 하자. 바닥은 바닥팀, 벽체는 벽체팀, 가구는 발로 뛰어서 중고도 알아보고...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가 가진 돈 안에서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했죠. 왜냐하면 업체도 우리가 맡긴다고 그게 끝이 아니거든요. 선택해야 할 것도 많고, 그때마다 쫓아다닐 수도 없고, 그럼  결국 마찬가지일 것 같더라구요. 우리가 하면 어쨌든 맘대로는 다 할 수 있고 하니까. 일이 많아서 그렇지. 

맞아요, 선생님. 우리 연구실 회원들 다들 '작가적 시선'은 있잖아요. (호호호)

그렇지 그렇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분절해서 돈 안에서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 각각 팀을 운영하지만, 바탕은 흰색으로 하고, 가구는 대략 어떤 톤으로 하고, 그렇게 하면 얼추 맞겠다 싶었지요. 다르더라도 맞춰 가면 되니까. 그렇게 되었죠.  또 우리 중에도 재주 있으신 분이 많았어요.  

어머, 그런데 선생님 여기 집들 너무 멋지지 않아요? 여기 골목길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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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박정희 때 군인아파트였어. 집들이 크고 하니까 재개발이 안되고, 좋은 집들이 남아 있지. 각자 자기가 고치고 고치고 해서. 그래서 이 동네는 비싼 빵집도 많지. 다른 데는 파리 바게트인가? 그런거로 다 바뀌었는데. 그리고 이 앞에 외국인 학교도 있고. 저 쪽에 시민아파트가 있었는데 그건 헐었지. 주택이라고 서울 시내 남아 있는데가, 서래마을 그리고 또 있나?

맞아요 서울 안에 이렇게 주택가가 있는 데가 없어요. 또 요즘은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만드는 게 인기더라구요?

아유 여기도 좋다. 

쌤 요즘도, 요가 하세요? 언제 오세요?

수요일,  금요일

아침반 생겼잖아요?

수요일! 수요일은 아침 저녁 있어서, 올 수 있는 사람 오게. 

그런데 선생님 이 골목길을 잘 아시네요?

아, 이집은 나 대학 여성학 선생님이 살던 집이야. 내가 홍대였거든, 여기서 걸어가기도 하고. 아, 어릴 때 여기 살았는데, 집이 좀 안좋아서 일산으로 갔다가, 거기서 결혼을 해서 우이동으로 갔지. 내가 학교다닐 때 산악반이였는데, 인수봉 근처에서 사는 게 꿈이어서, 우이동에서 십 년 즈음 살다가, 다시 엄마 옆으로 온다고 이사왔지.

 

여기 골목이, 높은 건물도 없고 낮잖아요. 한적하고.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내가 비디오 작업 했었어요. 익스테리어, 그게 살아 있는 동네에요. 주인마다 리모델링을 하고, 외장을 꾸미고 그래서 골목이 좋으네요.

 

왈왈왈왈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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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이 얼굴 내밀고 우릴 지켜보는 흰둥이) 

 

선생님 지난 번에 보니 식권 구입하시던데, 10번 오실거라고. 10 번 채웠어요?

아니(흐흐) 아직. 그렇지만 이달 말까진 열 번 채울 수 있어.

저두요.

같이 고백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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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의 흔한 식단- 풋^^(상추와 케일은 현숙쌤이 키운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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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중인 현숙쌤과 최영진 쌤

우리 집도 식구가 넷인데, 둘은 아파트를 선호하고, 둘은 주택을 선호해요. 그런데 잘 치우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고, 지저분한 사람이 주택을 선호해서 이사를 못 가요. 주택 살고 싶다 그러면, 지금도 이런데 주택에서 어쩔꺼냐 그래요. 주택이 손이 더 가서 거꾸로 되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어느 쪽이신데요? 잘 치우는 쪽이세요? 아니죠?

아니지. (크크) 

 

여기가 비컷 갤러리야. 미장원 안에 갤러리 전시도 하는 곳이에요. 원장님이 요가를 같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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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설치 미술 얘기 해주세요~

공간에 대한 감이, 어쨌든 대학교 4학년 때 연극반이었는데, 그때 무대 설치를 했었고, 그리고 나서 조각하고 설치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무대 미술을 공부했어. 국립극장에서. 그래서 내가 국립극장 계단 작업을 하게 된거야. 고등학교 때 우리 선생님이 조각가였지. 그리고 나한테도 조각이 맞아. 회화는 즉물적이지 안 잖아, 그리고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겨야 하고. 그런데 조각은 촉각적이라고나 할까? 노가다도 있고 (노가다 자신 있으세요?) 그럼~ 또, 회화보다 조소나 응용미술이 주변이예요. 주변은 중심을 포함해야 하지. 조소하는 사람은 그림도 그려야 하지. 그리고 대학때 설치미술이 외국에서 하고 있었고, 우리나라도 설치 미술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었지만 그걸 예술의 영역으로 보지 않았지. 설치 예술의 1세대지, 내가. 그때만해도 화랑에서 전시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바깥에 전시를 한다고 생각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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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숙, 국립극장 대극장계단(1997)

 

제가 선생님 책을 봤는데요, 무엇보다 설치 미술은 패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규모도 있고.

그때는 내가 젊었지. 내가 홍무모야. 육교 천으로 감싼 거 있잖아요? 육교가 대칭인데 내가 천을 반만 준비한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더 구해오고 그랬어요. 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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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숙, 인사동 육교설치 프로젝트(2000)

 

이런 규모를 보면 정말 무모하지 않고선 마음먹기 어려운 것 같아요. 선생님! 다시 보여요(부끄)  그나저나 선생님, 선생님, 맛있는 빵집 지나갔나요?

아니, 내려가면 있을 텐데. 여기.

선생님 제가 세미나  간식 사갈게요. 읭?

왜?

앙꼬 있는 빵은 없네요.

저희 집 처음 오세요?

저희는 천연 효모만 쓰구요... 드셔 보세요.

아, 네.

맛있다.

그럼 이거 좀 잘라주세요.

아, 저희 빵집은 잘라드리지 않아요. 자르면 표면이 말라버려서.

아, 저희가 여럿이 같이 먹을 거라서.

저희는 규정상 잘라 드리지 않아요. 그러면 빵칼을 빌려 드릴까요?

아...그럼 칼을 가져다 드리러 와야하잖아요.

그래도 자르면 빵이 말라서.

아...그럼 그냥 주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먹어 볼게요.

(나와서) 호호호 호호호 

저기 밑에, 피노오가 아니고 뭐지, 빵집 이름인데. 요즘 자꾸 이래. 생각나면 얘기 해 줄게요. 그래도 거긴 썰어는 주는데. 

호호호 호호호 

여기, 여기는 코미치. 일본식 가정식을 파는데, 가게가 작아서 예약을 해야해. 여기도 좋아. 메뉴도 별로 비싸지 않고. 여긴 갤러리가 생겼네, 있던건가? (여기 의상실이 있네, 요즘 이런 거 보기 어려운데)여기 의상실 언니는, 예전에 요가를 같이 하고, 수유너머에서는 아니고, 요가하는 아줌마들의 아지트였지, 여기는 카레 집인데, 사장님 스타일이 특이해, 내가 멋있다고 했더니 좋아했어, 멋있다고 한 사람이 없었나봐, 그런데 카레는 좀 짜, (크크크 크크크), 여기 연희김밥, 저 할머니가 저기서 20년? 30년?, 여기는 원래 사러가 쇼핑센터가 아니고 시장이었지, 거기서 하셨어, 싸고 두껍게 싸주시니까 유명해져가지고, (선생님 동네 반장 같아요) 저쪽에 카페언니는 그렇지 않아도 나더러 연희동 예산 심의관이래, 아 좋은 것 좀 시켜달라고, 예산은 자신없다고, 여기는 이불집? 목화? 이런데는 꼭 살아남아야 하는데, 살아남을 수 있을래나, 독일 빵집에서도 뭐 하나 사갈까? 

  

그렇게 우리는 빵 두 꾸러미를 들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어느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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