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사투리에 담은 연민…시인·동화작가 김진완 별세
2023-03-15 14:38 /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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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아부지? 새벽부텀 요시랄방정 돌방정 떤다꼬 벌써로 나가고 없다 (중략) 니는 씨부리라 내는 내 맛대로 한다 그기라 내구내구 김내구가 추접시러븐 똥고집 딸랑 하나 차고 나와가주고 지금까지 낼로 잡아묵는다 벅수 중에서도 최고 벅수라" (2011년 시집 '모른다'에 실린 시 '세상엔 몹쓸 구신도 많아' 중)
소외된 이들의 일상에 대한 연민과 애착을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낸 시인 겸 동화작가 김진완씨가 13일 오전 5시께(추정) 서울 용산 자택에서 급성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세(만).
1967년 9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1993년 계간지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기찬 딸'(2006, 천년의 시작)에 이어 '모른다'(2011, 실천문학)를 펴냈다. 고인은 시집 '모른다'를 낼 때 "어릴 때 고향인 진주를 떠났지만 부모와 친척이 쓰는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들으며 컸다. 시에 육성 사투리가 섞이면 더욱 실감난다. 향토적 서정을 담아내는 질그릇이 바로 사투리라고 생각한다"며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해 연민과 애착을 갖다 보니 일반인들의 영혼까지 빨아 먹는 듯한 자본주의에 분노를 느끼게 됐다. 시를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동화작가로도 인정받았다. 할아버지 세대의 6·25 전쟁 이야기를 담은 '아버지의 국밥'(2005, 문학동네)을 시작으로 '첫사랑나무'(2008, 가가M&B), '마법우산과 소년'(2008, 미래M&B), '난 외계인이야!'(2008, 미래M&B), '큰 바위 골 아이들'(2008, 교원), '박치기 여왕 곱분이'(2009, 문공사), '꿈을 키워 준 비눗방울'(2009, 서울교육), '김칫국 마신 외계인'(2010, 좋은책신사고), '칫쳇호수'(2010, 하늘아래어린이), '솜사탕 거인'(2010, 하늘아래어린이), '혼잣말하는 아이'(2011, 하늘아래 어린이)를 펴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뉴타운장례식장 2호실, 발인 16일 낮 12시30분. ☎ 02-909-444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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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저도 저 프필을 읽으며, 잠시 멈춘적이 얼마전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어제 오늘 자꾸 생각이 계속 머무네요..시간이,기회가 무한정있을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깊은 대화/ 술 한잔 안나눠본 것이 너무 아쉽고, 너무 일찍 떠나셔서 아깝고 그러네요..// 오늘은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름다운가! 도 크게 울림이 있구요..오라클샘 뵈러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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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마지막 만남이 너무 아쉽습니다. 선생님은 요리하시면서 저한테 반갑게 인사를 하셨지요. 저는 바빠서 저녁을 먹지도 못하고 가게 되었지만 그게 마지막 대화였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요. 선생님과 1년 정도의 시간밖에 보내지 못 했지만 선생님이 주신 밝은 기운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아무 것도 갚지 못해서 정말 슬픕니다. 선생님, 아무 것도 아닌 저에게 행복한 시간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지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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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밥을 먹으며 게시물을 봤습니다.
진완쌤을 다시 만나겠다는 기대가 비어져서 아픕니다.
아파서 여기에 썼습니다.
우리친구 김진완이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났네요. 타고난 이야기꾼 그의 농담에 폭죽같은 웃음이 터지던 날들을 뒤로 하고서 말입니다. 일찍 떠난 것이 아깝고 인사없이 간 것이 무정하기는 하지만, 떠나는 날이나 떠나는 방식이야말로 우리의 소관 밖에 있는 것이니, 이것이 슬프지는 않습니다. 이제 사람좋은 웃음이나 정겨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와 좀더 놀고 가지. 그랬어...!"
그와 함께 했던 한 순간도 웃지 않은 날이 없었고, 그는 이야기를 멈춘 짧은 순간에도 우리를 웃게 할 궁리로 눈이 반짝이던 사람이었지요. 연구실에서 보았던 그는 내내 많이 웃고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말이지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의 카톡 프로필에 남겨진 이 말이 그가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인사처럼 생각됩니다. 아무런 미련도 회한도 없이 순정함 그대로.
"그거면 됐다. 거기엔 내 순정한 시간이 있었던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