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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투쟁 13년, 아무리 즐거워도 세상은 흑백으로 보여"

[부산영화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의 삶 그린 <재춘언니> , 그리고 이수정 감독

[오마이뉴스] 2020.10.29. 성하훈기자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687981

   

다큐멘터리 <재춘언니> 이수정감독 ⓒ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재춘언니> 주인공 콜트콜텍 노동자 임재춘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는 절박함이 있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욕구와 개인의 존엄을 요구하며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다.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고 이윤 추구 만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한 노동자를 내치는 경우 필연적으로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바탕에는 기업주와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다. 

여기 한 노동자가 있다. 이름은 임재춘. 20년 넘게 기타공장에서 청춘을 바쳐 일해온 노동자다. 하지만 이윤만을 생각했던 회사는 수십년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을 내치고 만다. 2007년 경영위기와 노사갈등을 이유로 부평의 콜트공장과 대전의 콜텍공장을 폐업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경영위기를 내세웠지만 부평에 있던 콜트는 전자 기타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0%나 되고, 흑자를 이어가던 회사였다. 폐업은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한 술수와 다름없었다.

다큐멘터리 <재춘언니>는 폐업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요구한 콜트콜텍 노동자 임재춘에 대한 이야기다. 최소한의 자존감조차 허락하지 않는 자본에 맞서 13년의 긴시간동안 굽힘없이 투쟁해온 순박한 노동자를 향한 헌사와도 같다. <재춘언니>가 이전에 나온 콜트콜텍 다큐와 다른 점은 7년의 시간동안 한 사람에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긴 농성을 감내하는 내면의 심리와 함께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은 노동자 개인의 삶을 따라간다. 

2014년 대법원 판결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절망과도 같았다. 고등법원에서 인정된 정리해고 무효는 대법원에서 가로막히며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박근혜정권 당시 사법거래의 정황이 드러난 판결이기도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묵묵히 삶을 건 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본의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재춘언니>의 특징은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담았기에 어떤 면에서 격렬한 충돌장면이 나올 법한데도 그보다는 문화적인 도구를 활용한 부분이다. 연극, 노래, 철학자의 책을 통해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와 이상한 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사들을 지적으로 비판한다. 연극으로 말하는 노동자들의 대사와, 밴드가 부르는 노래는 이들의 억울함을 전달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당면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까지 짚어내고 있는 것이다.

농성 노동자들과 이들을 해고한 회사대표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지막 승리의 순간까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신선하고 세련되게 담아낸 감독의 섬세함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흑백화면으로 4400일 넘게 이어진 끈기를 담아낸 것도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수정감독은 "투쟁 13년간은 아무리 즐거워도 세상이 흑백으로 보일 것 같기도 했고, 영화 전체의 톤을 채플린 무성영화처럼 가져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적 불평등, 권력의 위계없이 동등한 관계 

▲  25회 부산국제영화제 <재춘언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이수정감독과 임재춘 ⓒ 부산영화제

 
제목인 <재춘언니>에는 평등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수정감독은 "2013년 무렵 콜트콜텍 투쟁에 연대하고 있던 이들 중에서 농성 노동자들을 재춘언니, 경봉언니라고 부르는 여성들이 있었다"며 "그 시절 나도 몇번 재춘언니라고 따라 부르곤 했는데,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르면 왠지 안심이 되는 것은 성적 불평등, 권력에 의한 위계 없이 동등한 관계에서 맘대로 수다를 떨어도 괜찮은 존재가 언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감독은 "<재춘언니>라는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편집을 시작하면서도 내내 왜 언니여야 했는지 다시 생각해보곤 했다"면서 "함께 작업한 편집감독에게도 이건 큰 담론의 이야기, 남성의 언어, 지배질서의 세계를 그리는 게 아니라, 여성의 언어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이 놓치고 있는 것과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사사로운 삶, 그리고 언니라는 말이 전제하고 있는 관계성, 남성연대가 아닌 여성적 연대, 여성적인 공동체에 대한 꿈을 담았다"고도 했는데 <재춘언니>에는 여성들의 연대가 도드라진다. 

이수정감독은 앞서 2012년 연출한 <깔깔깔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크레인농성을 했던 김진숙과, 다양한 시민사회의 연대를 담아냈다. 이 감독은 1980년대 한국영화운동의 한복판에 섰던 영화인으로 대학에서 영화서클이 만들어지던 시기 앞장서 활동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4기로 1980년대 후반 민족영화연구소에서 활동하며 16mm 영화 <하늘아래 방한칸>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수정감독은 "번번이 자본이 반겨하지 않는 영화기획으로 펀딩에 성공하지 못해 더이상 대기업투자에 연연하지 않고 독립영화를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했다. 20대 청년시절 감독의 삶을 변화시켰던 1980년대 말 영화운동의 정신이 <재춘언니>에 담겨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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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BIFF MECENAT AWARD / <재춘언니> 이수정감독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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