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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 습관
정 일영

 지친 나그네를 융숭히 대접하고 침대까지 내어주는 도적이 있었다. 그러나 도적은 침대의 길이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있었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큰 만큼 다리를 잘랐고 작으면 잡아 늘렸고 딱 맞으면 노예로 부렸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인간의 습관을 신화 속 도적의 이름을 따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부른다. 사상, 인종, 종교가 다르다고, 권력에 거슬린다고 자행된 마녀사냥에서 홀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인간 흑역사의 단골 소재였다. 역사를 통해 배운다고? 인간의 자멸을 향해 비인간에게 저지르는 온갖 폭력은 그 말의 거짓됨을 증명한다. 흑역사를 통한 성찰은 개뿔이고 오히려 자만의 덫이 되었다. 적어도 그때보다 진보했다는 자만에 빠져 너도나도 가는 길 재촉하며 살던 대로 살아간다.

면적은 같지만 모양은 제각각인 도형들이 그려진 작품 앞에서 가장 먼저 대가들의 유명 작품들과 대조하기 시작했다. 어떤 작품과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하는 습관이 발동했다. 얼추 유사한 작품들이 스치기도 했지만 이건 색이, 저건 구성이 다르다. 낯선 작품이 발산하는 불편을 해소하려면 어디라도 닮은 대가의 그림이 필요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습관이라 답할 밖에.
억지로 레오나르도의 비트로비우스적 인간을 불러냈지만 이 역시 편치 않다. 백인 남성을 표준으로 삼은 저 ‘완벽한’ 신체 형상은 성별, 종별 신체의 등급화를 통한 차별과 배제의 기제로, 욕망의 대상으로 지금까지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악수다.

도형의 구상화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결국 본질은 같다는 통속적인 결론을 위해 면적 구하기에 애썼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닮은 쌍둥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은 완벽한 별개의 개체들이다. 동일성을 추구하는 모든 노력의 종착지는 허탈이지만 모두에게 동일할 수밖에 없는 하나가 있다. 모든 관계가 차이와의 관계라는 점에서 모든 존재는 동일하고 평등하다. 사람도 사물도 사회도 그러하다. 
빛과 그림자의 은유로 짐작되는 몇 작품은 차이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사물과 빛의 배치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와 면적은 달라진다. 작가의 작품 한 점은 탑승한 비행기의 움직임에 따라 창으로 들어온 빛의 변화하는 각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빛과 비행기와 작가의 삼각관계는 그중 한 요소의 움직임만으로도 무수한 모양의 삼각구도를 만들어낸다. 그 중 어떤 하나를 콕 찍어 관계의 본질적 구도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인간은 같음과 다름의 구분을 통해 생존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나만의, 우리만의 생존을 위한 이분법은 배제와 추방의 씨앗이었다. 공통분모의 크기로 사이를 가늠할 때, 원근법적인 고정된 주체는 시선의 폭력을 통해 공통분모를 선별하는 기준을 자처한다. 바로 내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기준에 대한 집착이 자기 소외의 원인이다. ‘관계 속의 변화’인 삶 속에서 자기 모습만을 고집하는 의意의 분별이 자기 소외를 일으켜 고苦로 나타난다는 것은 금강경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차이가 불편할수록 사이는 멀어지고 사이의 말단은 괴물의 서식지가 된다. 차이 소거의 불가능성 앞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얼마만큼의 괴물일 수밖에 없다. 모면할 수 없는 사태 속에서 괴물끼리의 동맹을 유지하는 길은 막연한 ‘사이좋게’보다 ‘차이좋게’가 더 구체적이지 않을까? 허민희 작가의 전시 <동그라미와 이응>은 다시금 차이를 성찰하게 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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